강진아의 오늘의 엄마를 읽고
오늘에야 정아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 엄마 배 속에서 불편한 마음을 어찌어찌 전달받아 현재의 자신이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니지만 정아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이다. 원래 그런 줄 알았던 자신의 취향에 근거가 있음을 알게 되자, 엄마에게 자신을 하나라도 더 묻고 싶다. 왜 특정한 시간, 4시 44분이나 11시 11분에 급격히 즐거워지는 것인지, 왜 까만색을 좋아하는 것인지. 엄마라면 '그냥'인 줄 알았던 것들의 이유를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강진아의 오늘의 엄마 133P 中
이 구절을 읽고 생각했다. 정말이다. 엄마는 떠났지만, 나에게는 습관이 남았다. 엄마는 노트를 오른쪽 면만 쓴다. 오른쪽 면을 다 쓰고 나면, 뒤집어서 왼쪽면이 오른쪽으로 오게 하고 다시 노트를 사용한다. 나 또한 그렇다. 오른쪽 면을 다 쓴 뒤, 뒤집어 왼쪽 면을 오른쪽 면으로 바꿔 쓴다. 이렇게 쓰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것을 엄마를 떠나보내고 알았다.
엄마랑 나는 같은 점이 참 많다. 엄마가 인정한 '자기 자식 중 당신을 가장 닮은' 자식이었다. 이를테면 자신의 물건에 소중히 꼬박꼬박 이름을 적어둔다는 점이나, 악법도 법이다를 모토로 사소한 규칙 하나하나 지키는 점이나, 누구나 이해하려고 하는 점, 안개꽃을 좋아하는 것, 사과하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사소한 습관에서 큰 가치관까지.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을 깨닫는다.
가끔 엄마와 비슷한 습관을 가진 나를 보면, 엄마는 여전히 내 곁에 있구나를 느낀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집 정리를 할 때, 엄마의 향기가 나에게서 떠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엄마의 향기를 영영 지울 수 없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엄마는 내 속에서 살아 계신다. 습관이라는 형태로. 가끔 스스로도 싫어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습관조차 엄마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취향에서 이유를 찾아낸 '정아'처럼. 나도 습관 속에서 엄마를 찾아내고 그 습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습관을 때때로 미워하고 교정하려고 하겠지. 그러다 다시 엄마의 흔적임을 깨닫고 열심히 습관을 낭비하겠지. 떠나간 엄마는 어떤 형태로든 내내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
"낑깡아, 엄마가 먼저 하늘에 가서 너 많이 많이 도와줄게. 떠나는 게 아니야. 든든하게 생각해줘."
너는 이제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생긴 거라며, 하늘이 네 편이라며 웃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래. 엄마는 하늘에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늘 내 곁을 지켜준다는 약속 그대로. 엄마를 의심한 것은 나였다. 나에게서 엄마를 발견하는 일이 처음엔 슬퍼서 다 버려버리려고 했지만, 엄마의 4번째 기일이 다가오는 요즘은, 천천히 다시 버렸던 것을 하나하나 줍고 있다. 그중에서 필요한 것만 잘 고르고 잘 말려 간직하려고. 엄마가 원했던 대로 예쁜 모습의 엄마만 간직하려고. 엄마의 장점만 쏙쏙 골라 담은 효녀라고. 하늘에 있는 우리 엄마 기 살려주려고.
보고 싶어요, 엄마. 하늘이 허락하는 시간만큼 더 살다 갈게요. 그때를 기다리며, 막내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