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 밭에서

시간(詩間) 있으세요?

by 강경재


더덕 밭에서 풀을 뽑는다
향기로 수다를 떠는 더덕 옆에
봄까치꽃
개망초
꽃다지
냉이
별꽃풀
어린잎과 꽃들이 어제 내린 비에
'와아'
일어섰다

이들은 봄을 세운 주역들
어줍잖은 내가
잡초 아닌 잡초를 뽑는다는 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진다

이 봄에

누구의 가슴에
꽃 한번 피운 일 없다

호미를 던져놓고
먼 이런 개 같은 세상이 다 있냐고
욕 한마디 못하고 밭둑에 앉아
남의 땅에 선 더덕만 바라본다



예전에 지리산 자락에서 캔 야생 더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