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詩間) 있으세요?
성심원 문학모임이 있는 불금 저녁
예닐곱 네모난 책상에 둘러앉아
'늙은 할망구의 손톱을 깎아주자'는
미당*의 다짐을 맛보고 있다
얌전하던 레아 씨 별안간 울먹이더니
재작년에 선종하신 남편을 소환한다
십여 년이 넘도록 남편의 발톱을 깎아주었더란다 처음부터
미운 마음으로 아프게아프게 살갗에 바짝바짝 깎았더란다
남편은 몸을 움찔움찔거리더니 나중엔 가만히 이 악물더란다
그날은,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안 아프게 깎아주고 싶더란다
목욕도 정성껏 했는데 없던 때가 그날따라 많더란다
다음 날 남편은 말없이 요르단강을 건넜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아프게나 하지 말 걸
남편이 불쌍타며 연신 눈물 흘리는 데
옆자리의 자매도 그 옆자리도 줄줄이 눈물 훔치기만 하더라
미당은 살아서 많은 처자를 흐리더니
오늘은 혼이 되어 부인들을 흐리는구나
재주없고 소심한 나는 하늘아래
한 여자만 울게 하련다
*미당 : 미당 서정주의 <늙은 사내의 시> 중에서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