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환경이 없는 디자이너가 살아남는 법
채용 공고를 보면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데이터 기반 디자인(Data-Driven Design)"
근데 막상 입사하면 어떤가. GA 권한 달라고 하면 "그건 마케팅팀에서 봐요", 데이터 분석가한테 수치 요청하면 "다음 주에 뽑아드릴게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미 디자인은 다 끝나 있다.
신입이나 에이전시라면 더 막막하다. "근거를 대라"는 피드백은 받는데, 런칭도 안 된 서비스에서 대체 무슨 데이터를 가져온단 말인가. 결국 레퍼런스 몇 개 뒤지다가 다시 '감'으로 화면을 그린다.
그런데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런칭 전이라도, 데이터 팀이 없어도, 디자이너 스스로 '검증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오늘은 그 시작점 프로토타입 사용성 테스트 이야기다.
내가 만든 디자인은 내 눈에만 완벽하다.
디자이너는 서비스 구조를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경로(Happy Path)'로만 화면을 클릭한다. 메뉴가 어디 있는지, 버튼이 뭘 하는지 다 안다. 당연히 막힐 일이 없다.
사용자는 다르다. 그들은 우리가 공들여 만든 버튼을 못 보고 지나친다. 엉뚱한 이미지를 클릭하고 짜증을 내고 이탈해버린다.
사용성 테스트의 목적은 간단하다. 디자이너의 뇌피셜을 깨는 것.
회의실에서 "이 버튼 색깔이 안 눈에 띄는 것 같아요" 하면서 30분 동안 논쟁하는 거 있지 않나. 그거 비효율적이다. 테스트 돌리고 "사용자 10명 중 8명이 버튼 못 찾아서 이탈했습니다"라고 데이터를 들이밀면, 논쟁은 거기서 끝난다.
테스트는 디자인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툴 이름보다 중요한 건 지금 무엇이 궁금한가다. 질문에 따라 꺼내야 할 무기가 다르다.
Maze, Useberry
가장 흔한 시나리오 검증이다. "회원가입을 완료해 보세요" 같은 미션을 주고 성공 여부를 본다.
Maze는 업계 표준처럼 쓰인다. 성공률, 이탈률, 소요 시간 같은 정량 데이터를 뽑아서 보고서 만들기에 최적이다. Useberry는 영상 녹화가 강력하다. 사용자가 어디서 주저하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을 때 쓴다.
Lyssna (구 UsabilityHub)
복잡한 흐름 말고, 화면 두 개 놓고 선호도 투표받거나, 5초만 보여주고 뭐가 기억나는지 묻는 테스트. 단순하고 빠른 검증에 특화되어 있다.
Hotjar, GA4
이미 오픈한 웹사이트라면 해당 플랫폼을 주로 사용한다.
Hotjar는 히트맵으로 사용자 마우스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왜 이 버튼을 안 누르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GA4는 페이지 뷰, 이탈률 같은 숫자를 본다. "어느 페이지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가?"를 팩트로 확인할 때 쓴다.
도구는 많은데, 실제로 뭘 많이 쓸까?
UX Tools의 2024년 설문조사를 보면, 사용자 테스트 분야에서 Maze가 압도적 1위다. 왜일까?
기능이 많아서가 아니다. 피그마와의 궁합 때문이다.
예전에 테스트하려면 개발자가 코드 짜서 테스트 서버에 올려야 했다. 디자이너 혼자서는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근데 Maze는 피그마 프로토타입 링크만 복사해 넣으면 끝이다. 디자인 수정하면 테스트 화면도 자동 업데이트된다.
이 속도가 핵심이다. 마음만 먹으면 시안 완성하고 10분 뒤에 테스트 URL을 팀원들에게 뿌릴 수 있다. "데이터 환경이 없어서 못 해요"라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참고로 Figma Make로 만든 프로토타입도 퍼블리싱해서 URL을 넣으면 Maze에 연동된다. 클릭률이나 히트맵을 못 보는 건 아닌데, 기본 프로토타입과는 별도 설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다음에 따로 정리해보겠다.
거창한 데이터 분석가가 될 필요 없다.
오늘 만든 프로토타입을 그냥 두지 말고, 툴에 연결해서 동료에게 링크 보내보자. "이거 써보고 피드백 좀 줘" 대신, "이 링크 들어가서 미션 한번 깨봐"라고 해보자.
그렇게 쌓인 작은 데이터들이 모여서 내 디자인의 단단한 근거가 된다.
Maze든 뭐든, 결국 테스트할 프로토타입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어야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온다. 화면 연결만 해놓은 프로토타입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 행동을 설계하는 방법부터 Variables, Conditionals를 활용해서 사용자 행동에 따라 분기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싶다면, 아래 강의를 참고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