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멧, 아틀라스, 다이아를 모두 써보고 난 후 개인적 후기
AI 브라우저 시장이 뜨겁다. 2024년 45억 달러였던 시장이 2034년에는 76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평균 성장률 32.8%. 실리콘밸리가 왜 브라우저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은 숫자다.
퍼플렉시티의 코멧, 오픈AI의 아틀라스, 브라우저컴퍼니의 다이아. 크롬마저 제미나이를 본격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직접 다 써봤다. 현재 나의 메인 브라우저는 퍼플렉시티 코멧이다. 서브로 아틀라스와 다이아를 번갈아 쓰고 있다. 각각 써보니 장단점이 꽤 명확해서 정리해보려 한다.
한 줄로 요약하면, 그냥 크롬에 퍼플렉시티가 달린 느낌이다.
이건 칭찬이다. 안정성이 가장 뛰어나다. 베타 느낌이 거의 없다. 크롬에서 쓰던 기능들 대부분 지원하고, 전체적인 사용성이 자연스럽다. 브라우저를 바꿨다는 느낌보다는 크롬에 AI가 추가됐다는 느낌에 가깝다.
에이전트 기능도 3종 중에서 가장 훌륭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나는 해외 결제를 자주 하는 편인데, 해외 쇼핑몰들은 프로모션 코드를 입력하는 형태의 할인이 많다. 그래서 코멧에게 "이 사이트의 프로모션 코드를 검색해서 작동하는지 테스트해줘"라고 요청해봤다.
코멧은 여러 프로모션 코드를 검색해서 하나씩 입력해보고, 어떤 코드가 작동하고 어떤 코드가 만료됐는지를 직접 테스트해줬다. 결과적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코드를 찾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 자체를 자동화해준 것이다.
같은 작업을 아틀라스에게도 시켜봤는데, 반복적인 테스트를 수행하지 못했다. 에이전트로서의 실행력은 코멧이 확실히 앞섰다.
단점이라면 AI 성능 자체는 GPT보다 아쉽다는 점 정도. 하지만 브라우저로서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현재로서는 가장 실사용 가능한 AI 브라우저다.
AI 성능만 놓고 보면 아틀라스가 최고다. GPT가 기본 탑재되어 있으니까.
에이전트 기능보다는 모델 자체가 똑똑하다는 게 체감된다. 요즘 n8n으로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많이 만드는데, 모르는 기능이 있을 때마다 AI에게 물어본다. AI 브라우저를 쓰면서 좋았던 건, n8n 화면을 띄워놓고 바로 사이드바를 열어서 "이 화면에서 이런 기능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3종 모두 이 기능을 지원하지만, 아틀라스가 가장 정확하고 똑똑하게 답해줬다. 화면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구체적인 단계까지 잘 설명해준다. GPT의 성능이 그대로 브라우저에 녹아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 시각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 사이드뷰 UI나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세련됐다. 3종 중에 가장 예쁜 브라우저를 고르라면 단연 아틀라스다.
문제는 브라우저로서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어 키보드를 쓸 때 단축키가 씹힌다. 스플릿뷰 같은 기능도 없고, 기본적인 페이지 번역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AI는 최고인데, 브라우저는 아직 베타다.
그래서 현재는 아티클 요약할 때만 쓰고 있다. 몇 가지만 보완되면 충분히 메인으로 쓸 의향이 있다.
나는 이전에 원래 Arc를 기본 브라우저로 쓰고 있었다. 그래서 다이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는 "이걸 왜 써야 하지?" 상태다.
참고로 다이아는 유료 구독을 해야 고급 AI 모델과 에이전트 기능을 쓸 수 있다. 나는 굳이 구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무료 모델로만 테스트했다. 그래서 에이전트 기능이나 고급 모델 성능은 평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료 버전만으로도 브라우저로서의 기본 완성도는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rc의 장점이었던 스페이스 분리 기능이 없다. 한국어 지원도 안 된다. 무료 모델 기준으로 AI 기능은 3종 중에서 가장 약했다. 현재 탭을 단축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기능 정도가 장점인데, 그게 브라우저를 바꿀 이유가 되진 않는다.
Arc가 보여줬던 혁신적인 UI의 계승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스페이스 분리 기능만 있었어도 AI 성능이 별로인 걸 감안했을 텐데. 정말 아쉽다.
3종을 다 써보고 나니 오히려 이 질문으로 돌아왔다.
내가 AI 브라우저로 하는 일은 결국 '과정의 단축'이다. 긴 글을 요약하고, PDF를 훑고, 화면을 보며 질문하고, 프로모션 코드를 대신 입력하게 하는 것. 분명 편하긴 하다. 하지만 익숙한 크롬을 버리고, 아직 자잘한 버그가 남아있는 새 브라우저로 갈아탈 만큼의 파괴력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작업들은 ChatGPT나 Claude 같은 생성형 AI를 따로 돌리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브라우저에 AI가 붙었다는 건 결국 과정의 변화일 뿐, 내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소수의 얼리어답터들은 넘어가겠지만, 일반 대중은 쉽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가 그걸 말해준다. 크롬은 AI 브라우저 경쟁 속에서도 오히려 점유율 7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멧과 아틀라스가 출시된 2025년 하반기 이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70% 이상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AI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숫자상으로는 아직 크롬의 아성에 금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왜 코멧을 쓰고 있을까?
코멧은 요약 기능을 툴바에 고정해뒀다. 상단에 별도 아이콘과 단축키를 제공해서, 가장 빈번하게 쓰는 니즈를 바로 해결해준다. 거창한 기능보다 사용자가 가장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는 접근성. 그게 나를 붙잡아둔 것 같다.
AI 브라우저가 크롬을 대체하려면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I니까 뭐든 할 수 있어요"가 아니라 "이 한 가지를 확실하게 해결해드릴게요"라는 메시지. 코멧은 그걸 가장 잘 이해한 브라우저 같다. 그래서 현재 나의 선택은 코멧이다.
다만 잠재적인 후보는 아틀라스다. 단축키 문제, 번역 기능, 스플릿뷰만 보완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기본 AI 성능이 가장 좋고, 시각적 완성도가 나를 끌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도 있다. 크롬에 제미나이가 탑재되는 것. 구글은 이미 2025년 5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크롬에 제미나이를 본격 통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용되느냐에 따라 다시 크롬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AI 성능은 구글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결국 아직은 과도기다. AI 브라우저들이 "크롬을 버릴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브라우저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크롬이 68%를 차지하고 있지만, 10년 넘게 브라우저의 기본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AI가 그 판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