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는 효율적이라 했고, 32%만 신뢰한다고 했다

Figma 2025 AI 리포트가 보여주는 세 가지 모순

by moment


Figma가 곧 새로운 AI 리포트를 발행할 예정이다.


매년 이맘때면 Figma는 수천 명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돌리고, 그 결과를 리포트로 정리해서 내놓는다. 2026년 리포트가 나오기 전, 작년 리포트를 다시 꺼내보게 됐다. 새 리포트가 나오면 "올해는 뭐가 달라졌나"를 보게 될 텐데, 그러려면 작년 숫자들을 제대로 읽어둘 필요가 있으니까.


Figma의 2025 AI 리포트는 7개국 2,500명의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물었다. AI 어떻게 쓰고 있어? 어디에 쓰고 있어? 그래서 좋아?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2년 반이 지난 시점에 나온 데이터라, 이제 막연한 기대나 공포가 아니라 실제 수치로 AI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리포트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흥미로운 모순들을 보여준다. 낙관적인 수치 옆에 회의적인 수치가 나란히 붙어 있고, 도입은 늘었는데 확신은 오히려 줄었다. Figma 리포트가 스스로 "상반된 경험과 감정이 공존한다"고 표현할 만큼, AI를 둘러싼 현장의 온도는 복잡했다.


2026 리포트가 나오기 전에, 그 숫자들 사이의 간격을 한 번 읽어보려 한다.



01. 빠르지만 못 믿는다


가장 인상적인 수치부터 꺼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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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78%가 "AI가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고 답했다. 작년의 71%보다 올랐다. AI 도구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확실히 빨라졌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응답자들에게 다시 물었다. "AI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동의한 사람은 3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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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AI를 쓰긴 쓰는데, 결과물을 그대로 내보내진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대부분의 워크플로에서 AI는 초안 생성기에 가까운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뽑아주고, 리서치를 요약해주고, 코드 뼈대를 잡아준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쓸 수 있는지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AI가 업무를 빠르게 만들었지만, 검수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새로 추가됐다. 순수한 시간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는 이유다. 결국 AI는 속도를 높여줬지만, 그 속도를 온전히 누리려면 AI 결과물을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도구는 바뀌었는데, 필요한 역량의 핵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신뢰 격차가 좁혀지는 시점이 AI 도입의 진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리포트가 보여주는 건, 우리가 아직 거기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02. 같은 도구, 다른 온도


더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직군별 온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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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업무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질문에 개발자의 68%가 동의했다. 디자이너는 40%였다. 같은 도구를 쓰는데 만족도가 이렇게 다른 이유가 뭘까.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코드는 실행 여부로 즉각 검증이 된다. AI가 짜준 코드가 돌아가면 쓸 수 있는 거고, 에러가 나면 고치면 된다. 판단 기준이 명확하다. 반면 디자인은 다르다. AI가 만들어준 레이아웃이 좋은지 나쁜지는 "돌려봐서" 아는 게 아니라 "판단해서" 아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맥락에 따라 달라지고,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고, 브랜드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AI가 잘하는 건 정답이 있는 영역이다. 코드처럼 맞고 틀림이 명확한 영역에서 AI는 강력하다. 디자이너들이 AI에 상대적으로 덜 만족하는 이유는 AI가 못 쫓아오는 영역이 디자인에 더 많기 때문이다.


이건 디자이너에게 나쁜 소식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AI가 잘 못하는 영역, 즉 맥락을 읽고 기준을 세우고 판단하는 능력이 앞으로 더 희소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해지는지가 선명해지고 있다.



03. 중요한데 안 바뀔 것 같다


세 번째 데이터 간극이 가장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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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85%가 "향후 내 역할에서 성공하려면 AI 활용 역량이 필수"라고 답했다. 압도적인 수치다. 그런데 "AI가 내년 목표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27%에 그쳤다.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당장 내년에 뭔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이 심리가 뭔지 느껴지는가. AI를 써야 한다는 건 알고 있고, 실제로 쓰고 있기도 한데,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느낌은 없다는 거다.


리포트는 이걸 "한풀 꺾인 AI에 대한 열정"이라고 표현한다. 예상했던 AI의 영향력과 실제 체감하는 영향력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내년엔 엄청 달라질 것 같다"고 예측했던 사람들이, 막상 그 내년이 됐을 때 "생각보다는 아니었네"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걸 하이프 사이클로 읽으면 이해가 쉽다. 기대의 정점을 지나 환멸의 계곡으로 내려오는 중이다. 그런데 이게 나쁜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활용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열기가 식는 게 아니라, 열기가 실체를 만나는 것이다. 앞으로의 AI 도입은 드라마틱한 혁신보다 점진적인 통합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방향


세 가지 모순을 꿰뚫는 공통 메시지가 있다. AI 시대에 더 희소해지는 건 생성 능력이 아니라 판단 능력이다.

AI는 빠르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게 맞는 방향인지, 쓸 수 있는 품질인지, 우리 맥락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건 사람이 해야 한다. 리포트에서 성공한 팀의 공통점으로 꼽은 것도 결국 반복 개선, 유저 리서치, 현실적인 프로토타입 제작이었다. AI 시대가 됐어도 기본기가 성공을 가른다는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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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AI의 급성장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작년 21%에서 올해 5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에이전트는 단순 보조가 아니라 다단계 작업을 스스로 실행한다. 이메일을 보내고, 검색하고, 구매까지 한다. 설계해야 할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영역이다. AI가 더 많이 실행할수록, 그 실행을 설계하고 검수하는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AI가 강력해질수록 판단력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다.



2026 리포트에서 뭐가 바뀔까


리포트 전체가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AI는 속도를 주지만, 방향은 사람이 잡는다.


지금 이 시점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필요한 건 AI 공부 그 자체보다, AI와 함께 일하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내가 개입해야 하는지. 결과물을 얼마나 믿고, 어떻게 검수해야 하는지. 이 감각이 쌓이는 속도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26 리포트의 신뢰 수치가 궁금하다. 올해 32%에 머물렀던 "AI 결과물을 신뢰한다"는 수치가 얼마나 달라질지. 그게 진짜 AI 도입의 온도계가 될 것 같다.



2025 피그마 AI 리포트 자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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