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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Aug 14. 2019

명태대가리 찌짐

내 기억  속의 「집으로」

"할매, 이거 뭔데 이 맛있노?"


유일한 동거인인 손자의 한마디에 할머니께서는 일 십리 길을 걸어 어시장엘 다녀오신다.

굽은 허리를 두드리시며 버스비를 아끼고 걸어가시고, 떨이로 싸게 살 수 있는 저녁가신다.

저녁 시간, 손주 배고플까 봐  바쁜 걸음을 치시는 할머니. 아무 생각 없이 빨리 다녀고 더 재촉하는 아이.


아이는 이제 곧 할머니께서 오실 시간임을 짐작한다.  할머니는 검정 봉지를 들고 바로 정지로 가실 것이고 지 속 그 녀석들을 깨끗이 씻으신다음 하얀 가루로 듬뿍듬뿍 분칠을 하실 것이다. 당시의 어린이인 나는 밀가루 묻히는 것을 분칠을 한다고 표현했다. 으로 귀여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쿨럭!



당시의 명태 대가리들은 사진처럼 몸통의 살이 많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가리만이었다. 


기름불에 대가리가 올라갔나 보다.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도 코 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달콤한 새. 뭐라 콕 집어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냄새는 달콤하다는 표현밖에 마한 것이 없다.

꼴깍. 꼴깍. 지금의 나도 그때처럼 그러고 있다.


드디어... 노릇한 듯 하얀 듯, 알 수 없는 색으로(분명한 건 맛있는 색이라는 거다) 잔뜩 멋을 낸 그 녀석이 신위에서 은색의 젓가락 액세서리를 하고는 등장한다. 꼴까닥. 정말 당장 먹고 싶어 죽을 것 같다...


젓가락은 내가 사용할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맘 급한 나머지 잔뜩 뜨거워진 그 녀석을 손으로 뜯어먹지도 못한다. 나는 할매의 손만 바라볼 뿐이다. 한 손에 젓가락 하나씩을 잡으시고는 살점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는 볼때기 쪽을 쭉~ 벌리신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살점을 밀가루와 함께 집어 후후~ 내 입 앞에 멈춰 선 젓가락을 향하여 나도 후후~ 그리고는...


한 마리를 다 먹을 때쯤, 다른 녀석은 이제 나의 손으로 해체가 가능할 정도의 온도가 되었다. 덥석!  손이 나머지 녀석을 집기도 전에 할매는 나머지 녀석들을 굽기 시작하셨다.


많은 세월이 흘러 부산의 어느 재래시장에서 명태 대가리전을 목격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내가 알던 그 녀석과는 달리 조금은 화려했다.



빨갛게 멋을 낸 녀석, 고추와 파 등으로 을 낸 녀석들이었다. 더 맛있어 보였다. 지만 나는 그곳에서 명태 대가리전을 사 먹지 않았다. 그때의 그 녀석보다 더 맛있는 건 필요치 않았다. 그 녀석보다 맛있는 건 세상에 셀 수도 없이 많다.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의 수수한 그 녀석이었더라면 한 손에 하나씩 젓가락을 잡고는 쭉~ 할매와의 시간을 맛보았을 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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