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후배네 가게 막걸릿집에서 20대의 두 친구를 만났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두 친구는 참 멋졌다. 한 명은 학생, 한 명은 직업군인인데 자기 학업이나, 직업에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학생인 친구는 글-시, 동화-을 쓰고, 한 친구는 전통주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따로 갖고 있었다. 그들이 멋져 보인 것은 단순히 또래집단 친구들보다 직업과 학업 이외의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기도 했지만, 그런 행위가 내가 보기에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는 흔적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젊은 친구들의 고민이 궁금하고, 내 글이 젊은 친구들에게도 어필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마련된 자리였는데 확신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는 가능할 거라는 안심이 되었다. 그들은 내가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고, 30년 가까이 글을 쓰면서 밥벌이를 했다는 사실이 우선 대단하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 와서 좀 더 젊었을 때보다는 레귤러 물이 잘 안 들어오지만 그래도 이따금 들어오는 일이 할만하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하는 고민에 젖어있다가도 싹 날려줄 만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또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 글을 엮어 책을 출간하기 위한 자료조사처럼 제안한 자리가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돌아왔다. 막연히 생각했던 세대 차이, 내가 아무리 그들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간다고 하더라도, "이 아주머니 왜 이래?"라고 경계를 가지고 다가올 것만 같았는데 적어도 내가 겪어오고 살아왔는 삶의 고단함과 경험의 축적들을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이었다.
만나기 전에 두 친구에게 질문지를 보냈었는데 만나서는 그냥 막걸리를 마시며 자유롭게 수다를 떨었다. 나중에 미리 보냈던 질문안의 답변을 보내주었는데 그냥 얘기할 때와는 다르게 좀 더 진중한 자신들의 내면을 짧지만 솔직하게 보내주었다.
내가 물어본 얘기는 자신들의 인생관, 직업관, 결혼관, 현재의 고민, 선배와 어른들에 대한 인상 등이었다. 특히 내가 50대이다 보니 20대인 젊은 친구들이 50대를, 특히 나처럼 50이 되어도 혼자인 이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였는데 그 부분은 콕 집어 묻지를 않아 특별히 답변을 못 받았다. 오히려 보통의 어른들에 대한 인상은 찌질하고, 억세고, 꼰대라고 아예 답답하다며 피하기부터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섣불리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부분도 오히려 기성세대나 어른들을 이해하고자 했고, 비판적인 시선조차도 따뜻했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이 향수를 느낄 고향이 없어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마치 지금이 아닌 옛날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고 인정이 있고 따스했으며 그때 먹던 음식만이 진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갈 곳이 없어서 도착한 미래'가 지금이라는 것. "'미래는 이래야 한다, 우리가 첨단이다"라고 제시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고 까지 얘기했다.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늙고 억척스럽고 답답해서 보고 싶지 않은데 , 고개를 돌리니 단절되고, 단절되니 그리운데, 그 그리움을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찾고 싶어 한다는 것. 이 회귀는 정상이 아니며 '과거 만능주의'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레트로를 즐기고, 빈티지한 문화를 누리고자 아름다움을 찾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느낀다. 다만, 우리 때와는 다르게 개인적이고, 당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인 부분은 맞고, 오히려 이번에 본 친구뿐 아니라 내가 가끔 만나는 20대들은 똑똑하고, 예의가 무척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평등이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것에 대해 무척 싫어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이런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독을, '갈 곳이 없어서 도착한 미래', 떠밀려오듯 도착한 현실을 도피하듯 외로움을 겪고 있는 것도 같다는 말이었다.
나의 20대는 어땠을까? 불안했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치열했다. 지금의 치열함은 찌질해지지 않으려는 치열함이라면, 20대의 치열함은 '찌질'을 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감수하는 '온갖'의 치열함이다.
그래, 내가 적어도 이 시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쨌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힘들고 고단했지만, 다시 돌아가도 또 그렇게 살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게 오늘의 나를 지탱해준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갈 곳이 없어서 도착한 미래'가 지금이라니 씁쓸하다.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살 것 같은 나의 과거'는 때로 힘들고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도 많았지만,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