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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May 14. 2021

통영

다녀오면 비로소 또 그리운 곳

통영, 작정하고 쉬다 오려고 갔는데 아주 고즈넉하게 쉬지는 못했지만 적당하게 바람 쐬고 올 수 있어 좋았다.

어린 시절, 옆 동네 고성에서 자랐었어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만, 일로 몇 번 찾은 통영은 선뜻 다가서기에는 그리 만만치 않은 도시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월차까지 내어 장사도까지 동행해 주었다. 인근 지역은 거제 지심도에 가봤고, 통영에 속하는 섬 여행은 처음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 '함부로 애틋하게'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주민이 살지 않는 곳인데 전엔 80여 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옛날 그곳에 살던 어린이들이 다니던 분교와 작은 교회, '섬집 아이 집'으로 꾸며놓은 옛집이 남아있었다.

친구는 일일 사진사가 되어 나의 사진을 연출까지 해서 찍어주었다. 여중 동창인데 꽤 진지하고 조숙했던 친구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유머러스하고 내가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 부를 정도로 유연하고 속 깊은 친구다.

몇 년 전 통영을 오가면서 수소문을 해서 만나게 되었는데 통영에 올 때마다 크고 작은 신세를 지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나도 갚을 수 있을 만큼 되갚아 줄 것이라 다짐하며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다.

거제 가배항에서 출발한 배는 25분경 운행으로 장사도에 도착한다. 초입에 많이 가팔랐지만, 어느 정도 진입을 하면 평탄한 길이 나와 산책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별그대'에서 천송이와 도민찬이 키스를 한 곳이라는 야외공연장, 도민찬의 집, 곳곳 전망대에 '별그대'의 주인공이 촬영했던 장소라고 안내해놨다.

도도한 바다는 너 나할 것 없이 우리 모두를 은은하게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제법 세찬 바람이 불었지만 그 속살거림마저도 감미로웠다.

장사도에서 두 시간 머물었다가 배를 타고 나왔다. 거제 시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가조항 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 들렀던 카페 노을도 참 아름다웠다.


늘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간혹 무작정 떠나보는 여행은 결국 나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동의할는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는 죽이고 사는  나의 명랑, 쾌활은 생경한 장소에서 나오는 것도 같다. 이왕이면 자주 떠나리라. 행복해지고 싶다. 자주... 다녀오면 추억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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