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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Sep 05. 2023

현장의 초면

기나긴 교육을 마치고 세 달 간의 실무 수습에 돌입하였는데 기분이 묘하다. 꽤나 밀도 있던 교육에도 불구하고 당장 업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함뿐인 실력인지라, 도움은 되지 못 할망정 피해라도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무장했다. "세 달 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별다른 일을 맡기시지는 않았는데, 옆에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온통 무거운 얘기가 가득해 끊임없이 나의 그릇을 되돌아보게 된다. 세 달 후에는, 과연 바뀔 것인가. 세 달 후에는, 감당 가능할 것인가.


세상에 대해 가졌던 주요한 물음이 다시 떠오른다 - 능력, 적성, 성실, 태도 따위는 도대체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몇몇 과목을 탁월하게 학습하는 능력이 사회에 요긴하게 쓰일 능력으로 번역되었다. 각종 입시 제도나 채용 시험 등등은 여전히 이 신화를 신봉하고 문제-해답의 틀로써 사람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과도한 학습량이 자초하는 심리적 스트레스나, 특수한 시험에만 두뇌가 맞춰지는 인적 매몰비용, 그리고 텍스트에 비판 없이 복종하게 되는 문서주의 등 공부를 모든 능력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 공부는 능력의 어떤 차원일 뿐이며 다른 숱한 차원들은 공부의 그림자 속에서 부당하게 자신들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앞으로의 세 달이나 그 이상의 직장생활이 어떠한 모습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지금껏 살아온 공부라는 단순 도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업적이나 능력을 비롯한 삶의 즐거움 측면에서도 분명 다양함이 주는 교훈이 있으리라 믿는다. 와중에 다른 이들과 값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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