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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24. 2023

법적 명분

종종 잊게 되는데 법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것이다. 법이나 규정이 행동 반경의 제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정언적이라기보다는 기약적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적 분쟁뿐만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범죄 사실마저도 엄연히 바꿀 수 있는 약속이다.


그래서 법으로부터 명분을 찾는 행위는 자기모순스러운 점이 있다. 법은 타협과 조정의 결과이지 도덕의 왜곡 없는 사영이 아니다. 법이 제공하는 명분은 (1) 타협의 과정에서 도덕을 명분으로 가져다 썼기 때문에 이러한 도덕이 간접적으로 반영되었다는 것과 (2) 제개정 절차가 복잡하고 지루하여 내용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 정도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우리가 장벽을 세워놓고 장벽 때문에 나아가지 못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라 북 치고 장구 치는 놀음처럼 비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였을 때, 법이 다른 양국 사이의 협상에서 각 국내법을 이유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는 것은 각 사회의 경직성을 대결하는 희한한 양상을 띤다. 우리나라는 이익단체가 강해서 어쩌구저쩌구, 우리나라는 지금 여소야대라 어쩌구저쩌구. 법이 연성적이어야 하는지 경성적이어야 하는지는 이견이 있지만 안으로는 굳어 있는 사회가 밖에서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다닌다는 것이 위화감이 들 때가 있다. 둔함과 단단함은 한끗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약점과 강점은 보기 나름인가 싶기도 하고. 이틀간 협상 실습의 오묘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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