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약한 것이 삶인 것 같다.

by ggom

본래 끝에 대하여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당장 보이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오히려 알게 되는 것이 불안을 더 조성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 나날이 쌓여가는 나이와 나날이 줄어드는 수명 중에서 기왕이면 커지는 숫자가 보기 좋다는 사소함도 있었다. 낙관이랄지 방심이랄지, 나의 관심은 현재에 크게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을 깨뜨리는 사건은 언제나 예상치 않게 찾아온다. 단절된 삶, 앞으로의 현재가 없음에 대하여는 아무리 곱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각자의 삶은 하나의 이야기와 같고, 각자의 시선은 하나의 우주를 구성한다는 나의 자기중심적 세계관에서 끝은 곧 전부의 부재를 뜻한다. 그의 이야기에는 내가 없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에는 그가 있다. 이 불균형이 수많은 슬픔과, 균열과, 불안과, 방황과, 의심을 만들어낸다.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야기책의 저자는 무엇을 위하여 펜을 드는가. 그 고민의 끝이 책의 마지막 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뒤적인 책에서 추억 일부를 발견했다. 책임은 가볍고 만남은 즐거웠을 시절 감히 낮술을 기울이며 서로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했다. 편안하고 걱정 없는 표정들에서 새삼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을 깨달았다. 매일이 점점 무거워지는 만큼 마음은 더더욱 가라앉지 않았을지. 그가 이고 있던 모든 것의 무게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득하게 다가온다. 두 손을 보태는 것이 무한한 무게를 줄일 수 없을지언정, 한순간이라도 펜을 더 쥐어볼 이유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어느 것도 제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 어떤 무게도 없이 꼭 편안하길. 삶의 따뜻한 장면들을 공유해준 형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늦게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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