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다니면서 임용 걱정 없이
Q1.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왔어요. 이제 4학년이라 임고 응시지역을 마음먹긴 해야 하는데, 본가가 있는 지역으로 임고 응시를 할지, 서울로 시험을 칠지 고민이 됩니다. 수도권 출신들의 동기들은 대체로 서울 응시를 강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저 혼자 집으로 내려간다는 느낌도 드는데, 보통 임고생들은 응시 지역을 어떻게 선택하나요?
Q2. 본가는 수도권에 있는데, 지방으로 대학을 왔어요. 서울로 시험을 쳐보고 싶긴 한데, 컷이 높을까 봐 걱정입니다. 여기서 지내는 것도 아주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하고요. 정말 서울 임용이 제일 어렵나요?
A. 본가가 어디든, 출신 대학의 지역이 어디든 응시 지역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고민이 있다면 아래 4가지의 케이스에 하나에 해당될 것이다.
-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경우
- 집이 수도권인데 대학을 지방으로 간 경우
- 집과 대학이 모두 서울인데, 서울의 합격컷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경우
- 집과 대학이 모두 지방인데, 상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경우
실제로 대부분의 임고 응시생들은 위 네 가지의 케이스에 거의 해당이 된다. 그만큼 중요한 영역이지만, 이런 고민은 임고 특강 같은 곳에서는 잘 얘기되지 않는 부분이고, 임고 응시생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을 나눌 곳도 부족하고, 고민은 생각보다 거칠게, 급하게 결정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근무 지역을 옮기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퇴직할 때까지 그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어마 무시한 일이 바로 '임고 응시 지역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임고생들은 임고 응시 지역 선택에서 어떤 요소들을 고려할까?
- 합격 가능성(모집인원, 합격컷)
- 본가
- 출신 대학 지역
- 교육 환경과 근무 분위기
- 주변 시설 등 인프라
- 주변 응시생들의 영향
- 2차 시험의 유형
- 지인의 추천
임고생들은 위 요소들 중 어떤 것을 가장 큰 고려 사항으로 여길까? 2019년 전국의 59명의 임고생,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이 답했다.
중등 임고 응시 지역 선택 시 가장 큰 고려 사항 2가지를 고르라는 문항에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 본가와 가까워서(40명)
- 더 높은 합격 가능성을 위해(22명)
- 교육 환경과 근무 분위기(21명)
- 주변 시설 등 인프라(20명)
- 2차 시험 유형(4명)
- 주변 응시생들의 영향(3명)
- 지인의 추천(0명)
일단 심리적으로 집에서 먼 곳에 대한 부담은 크다는 것이고, 수도권 출신의 응시생이 많기 때문에 설령, 수도권이 합격컷이 높다고 가정하더라도, 지원자 수의 합은 수도권이 지방보다 높은 이유가 설명이 된다.
실제 합격 가능성은 가장 큰 사항으로 예상되었으나, 생각보다 숫자가 작은 것은, 실제 수도권을 응시하는 사람 자체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실제로, 본가와 대학이 수도권인 경우 합격 가능성을 위해 지방으로 응시한다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반대로 본가와 대학이 지방인 경우 합격 가능성을 답한 것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방의 경우 티오가 너무 적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있다. 티오가 한 자릿수 정도 되면 본가, 대학과 가깝더라도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연고가 없음에도 타 지역으로 응시하거나 주변의 광역시로 응시하는 경우가 꽤 존재한다.
교육 환경과 근무 분위기, 주변 시설 등 인프라에 많은 응시생들이 응답한 이유는 마찬가지로 수도권 지원자가 실제로 많기 때문이 제일 클 것이다. 하지만, 유의미한 다른 이유는 다음이 아닐까 싶다. '도' 지역 출신들도 '광역시'급의 지역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익산 사람들에게는 전주가 미니 서울과도 같은 곳이랄까? 전북으로 응시하기에는 인프라와 환경의 한계가 예상되고, 서울로 응시하기에는 연고가 없거나 합격 컷이 걱정이다 보니, 타협점인 전주를 선택하는 모습도 종종 관측된다는 것이다. 나주 사람이라면 광주를, 마산 사람이라면 부산을 응시하는 것을 꽤나 고려할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2차 시험의 유형에도 응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2차 시험의 유형은 미묘하게 다른데, 2차 시험 또한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주변 응시생들과 지인의 추천이 적은 이유는 결국, 이런 얘기는 응시생들끼리 하기 민감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인 듯하다. 물론, 먹을 만큼 먹은 나이인지라 결국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티오가 적은 소수 과목의 경우에서는 나보다 잘하는 능력자 선배들이나 스터디, 학원 등에서의 능력자 여러 명이 나와 같은 소수 지역을 응시한다고 하면, 당연히 부담이 된다. 이런 경우 응시생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합격 가능성에 많은 이들이 투표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궁금해졌다. 실제로, 임고 접수 5일간 경쟁률을 매일 업데이트를 해주는데, 마지막 날까지 눈치싸움을 하다가 마지막 날 경쟁률이 급등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3~4일차까지의 경쟁률을 표본으로 모집단의 지역별 경쟁률을 추정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입 수시, 정시와 마찬가지로 접수가 완료되면 경쟁률은 많이 뒤바뀌게 된다. 이런 상황은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 왜 합격 가능성을 고려 사항이라고 체크한 사람은 전체의 37% 밖에 되지 않을까?
그래서 연도별, 지역별 합격컷을 찾아봤다. 일반적으로 빅 3라고 불리는 서울, 경기, 인천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수학을 예로 들어 조사해보았다
* 수학 중등 임용 연도별 최종합격선 1~5위 지역(17개 시도 + 몇 개 지역, 도서 / 소수 티오 비공개 지역 미포함)
교과마다 상황은 다를 테니 교과별로 알아봐야겠으나 수도권 지역이 매년 상위권에 랭크된 것이 아니라 위의 표처럼 매년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향은 아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 예측된다. 서울, 경기, 인천의 경우 10년 동안 세 개의 지역 중 서울 합격컷이 가장 높은 해는 6번 있었고, 경기는 1번, 인천은 3번 있었다.
무엇보다 10년 동안 상위 5개 지역에 서울, 경기, 인천이 들어간 횟수는 서울이 6번, 4번, 2번이었다. 1~5위의 지역들은 살펴보면 정말 뒤죽박죽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티오가 적은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권에 랭크된 지방의 지역은 그 해에 티오가 한 자릿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티오가 적을 수록 확실히 자신 있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최종합격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분석컨대, 경쟁률보다 모집인원이 최종합격선과 더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최종합격선에 영향을 주는 것은 허수 지원자의 숫자보다 '확실한 고수'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역', '도서'라는 이름으로 따로 선발하는 곳이 있다. 가령, 경기도도 '경기'와 '경기지역'으로 나뉜다. 경기도는 실제로 분당, 수원, 부천과 같은 대도시가 있는가 하면, 연천, 포천, 양평과도 같은 거의 강원도에 준하는 지역도 있다. 이와 같은 것에서 어디로 발령하냐는 것은 복불복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따로 선발하는 것이다. 전남도서, 전북도서도 비슷한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데, 최초 발령 후 수년 동안 발령받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이 의무다. 일반적으로 합격컷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나 이 또한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응시지역은 모집인원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시골 중에서도 시골인 지역이라 선호도가 낮을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모집인원이 작으므로 변수는 존재한다. 합격컷이 낮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역과 상관없이 합격 자체가 절대적으로 절실한 사람들이 몰리면 오히려 합격컷이 높게 형성되기도 한다.
설문조사에서 이런 관점과 맞물리는 서술형 답변이 있었다.
" 경기도 수학 신규교사 TO가 충분히 많았기 때문에 특출난 몇 명에 의해 합격이 좌절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함. 당시 강원의 경우, 수학 교사 1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는데, (아무리 전년도 합격생 성적이 낮았다 할지라도) '내가 넘볼 수 없는 수준의 임고생'이 10명 이상 응시할 경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봄. 그러나 경기에서는 당시 16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었고, 내게 언터쳐블한 임고생이 160여 명 이상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봄. "
- 강원도 출신의 경기도 지역 대학 졸업생
수학에서는 이를 큰 수의 법칙으로 설명하는데, 아주 일상적인 용어로 말하면 두 지역이 경쟁률이 같더라도 모집인원이 작은 지역이 변수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보다 고수인 사람이 몇이라도 있으면 내가 아무리 점수가 높더라도 불합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내가 합격할 실력이 아니라면, 경쟁률이 같을 때, 모집인원이 적은 지역이 합격할 가능성이 그나마 있다는 뜻이다. 모집인원이 크면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는 것이 수학적으로 맞다.
한편, 임고의 경우, n수생들이 누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전 년도 모집인원도 중요해 보인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전년도 티오가 없거나 적었다면 올해 합격컷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허나, 이것도 하나의 관점일 뿐, 결국 경쟁률은 운이다. 눈치싸움으로 소수 인원을 뽑는 지역을 다 회피하다 보면 그 지역의 합격컷이 내려갈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어떤 이는 이런 상황들을 될놈될이라고도 표현한다. 이런 관점과 맞물리는 설문조사 답변이 있었다.
" 인원이 적은 경우 눈치싸움 때문에 적게 뽑는 지역이 오히려 합격컷이 내려가는 상황이 생겼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신 있게 써야 하는지 눈치대로 지원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국영수 티오는 점점 줄어가고 경쟁률은 30대 1에 육박하고... 지역을 따지고 안 따지고를 떠나서 눈치싸움에 운이 얼마나 더 따라주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
- 충북 출신의 충북 지역 대학 출신
우리가 운의 영역을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응시 지역 선택에 대한 고려 사항으로 '합격 가능성'을 체크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는 바로 운이라는 깨달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응시 지역을 선택했을까? 아래는 위 2개의 의견 이외에 응시 지역 선택과 관련하여 개별적인 의견을 주신 임고생, 졸업생분들의 이야기다.
" 경기도 응시 예정입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뽑는 인원수가 많으니까 기회가 조금이라도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지방 근무 환경이 별로라고 생각한다. "
" 굳이 연고가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음 "
" 본가와 대학 모두 타 지역이라 응시 지역은 상관없습니다. 다만 전공이 한문인 만큼 티오 자체가 안나서ㅜㅠㅠ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
" 본가에 계속 있고 싶고 경기교육에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
"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초 중 고 대학까지 다녀서 임용도 인천에서 보기를 희망합니다. "
" 저는 전라남도와 광주 쪽에서 쭉 살았었고 대학 때문에 온 청주(충청도)가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래서 광주나 전남으로 보려고 생각 중에 있습니다. 대학교 와서 만났던 경상도 쪽 친구들과 뭔가 넘을 수 없는 그 지역만의 벽(?)도 보이고 경상도 쪽에서는 경상도 쪽이나 서울권 대학이 아니면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어서.... 경기도는 2차 수업실연이 무섭고 굳이 서울 상경에 대한 뜻이 없기도 해서 저는 전남/광주 쪽으로 응시하려고 합니다! "
" 작년 합격을 위해 인원을 많이 뽑는 경기를 지원했지만 나고 지낸 곳인 전북의 교육에 힘쓰고 싶은 마음에 전북을 지원하고자 함. "
" 서울 출신 서울에서 대학 졸업. 서울 응시가 자연스럽습니다. "
" 사는 곳이 경기라서 경기를 선택함. 교수님이 서울 선택한 응시자들은 수준이 대체로 높다고 하시면서 서울 선택하고 몇 번 응시해서 불합격했다가 다른 지역을 선택해서 합격한 졸업생 사례를 얘기해주심. "
" 이제껏 살던 곳이 광역시여서 주변 인프라의 문제로 도 단위로 치는 것이 꺼려짐. "
" 모교로 지원할 예정 "
" 현실적으로 수도권이 각종 인프라는 좋지만, 그 높은 커트라인을 이길 자신도 없고 지방에서 상경하여 생활할 경제적 여력도 되지 않네요 ㅠㅠ 그래서 본가+출신학교 소재지인 충북을 씁니다. "
" 계속 지내왔던 지역이 좋을 것 같습니다. "
" 본가가 좋아서 그냥 고향에서 시험 봅니다. "
결론적으로 합격 컷을 운이라 받아들인다면, 선택은 오로지 나의 취향 문제이고, 진로 문제이며 나아가 인생의 문제가 된다. 결국 임용 응시 지역 선택 또한 임고 응시에 대한 고민과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이해'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자신을 향한 솔직한 답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합격컷이라는 것은 통계를 보고 아무리 눈치싸움을 하더라도 일정 영역 이상은 운의 영역인데, '어디를 써야 합격할까?' 아웅다웅 고민해봐야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나에 대한 이해가 뚜렷하고, 임고 공부에 대한 확신이 있으며 합격컷이 운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임고 응시 지역은 별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에 대한 이해가 뚜렷하지 않고, 이에 따라 임고 응시 여부조차도 결정되지 않았다면, 응시 지역은 '올해는 그냥 한 번 여기 봐보자'가 되기 쉽다.
교육은 숭고한 일이다. '어디서나' 숭고한 일이다. 수도권이 좋고, 지방이 나쁘다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삶의 가치관대로 결정할 일이다. 자신의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모르면서 동시에 임용 합격 가능성 자체에 매몰돼서 정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안타까울 뿐이다. 응시 지역을 선택했다면, 지역에 따른 합격 가능성은 고민하지 않길 바란다. 실제로 2016년도 서울 합격컷이 높았을 때, 초수 합격한 준건이는 원서접수 1일차에 서울을 접수하고 바로 공부 모드로 들어갔다고 한다.
숭고한 길로 나아가는 길 또한 숭고한 과정이다. 계속 운이라 표현했지만, 나 또한 결국, 될 사람은 어디에서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될 사람'이 되어본 경험은 교육자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평생 자산이 될 것이다.
[사범대 다니면서 임용 걱정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