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순찬 Jun 21. 2021

교사의 본캐와 부캐

[사범대 다니면서 임용 걱정 없이]



교사의 본캐와 부캐

 본캐와 부캐는 원래 옛날부터 있던 말이다. 우리나라에 RPG 게임이 출시된 시절부터 본캐와 부캐의 개념은 있었다. 게임에서는 가장 레벨이 높고, 영향력이 높으며 나의 실제 게임 시간의 비중이 가장 큰 케릭터가 '본캐'였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본캐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혹은 본캐가 더이상 성장할 게 없는 경우 '부캐'를 키우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RPG 게임에서 다른 '직업'을 가진 케릭터를 하는 것이었다. 전사형 케릭터를 했다가 마법사형 케릭터를 한다든가 말이다.

 본캐, 부캐라는 용어가 조금 더 대중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부캐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시대적으로 직업이 다양화되고 창직의 개념 보편화된 영향이다. 더욱이, 사람들이 자아실현과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조금 더 확장되고 다양화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 생각된다. 혹은, 본캐로는 얻지 못한 물리적인 부분들을 얻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교사는 '겸직 금지'라는 틀에 놓여있다. 겸직을 한다면 다른 직업에 대해서 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것이다. 실제로 교사들에게 '겸직'는 생각해보지도 못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허용된 범위 내에서, 더 나아가 교사의 본업을 잘 수행하면서 다른 일들을 벌이는 선생님들이 있다. 나는 어릴 때, 교사가 수업만 하는 줄 알았는데, 대학생이 되어보니, 연구하고 다른 선생님들과 교류하는 일들을 많이 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회지를 쓰고, 연구를 하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는 코딩하는 수학 선생님도 있다. 다재다능한 수학 선생님은 컴퓨터와 데이터, AI 분야에 대한 전공자들보다 더 많이 아신다. 그런 것들은 참 부러우면서도 엄두가 안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수학 선생님의 이런 부캐는 본캐와 따로 놀지 않는다. 마치, 본캐와 부캐로 동시에 사냥을 하듯, 본캐를 위한 부캐 같은 느낌이다. 연구를 많이 하시는 선생님들이 다 그런 느낌이다. 

 나는 어떤 부캐를 갖고 있을까? 아니, 본케라도 명확히 정의는 되어 있을까? 나는 도전적인 것을 좋아했지만, 무언가 명확하게 부케라고 할만한 것들을 자신있게 내놓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스노우보드가 인생 취미여서 스키 캠프에 가서 아이들에게 스노우보드를 알려주고, 농구 또한 취미여서 농구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부캐'로 까지 승격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자전거도 고수 분들에 비하면 아주 초짜다.

 그나마 예비교사를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책을 내고 유튜브를 하면서 나란 사람에 대해 정리하고 수학 수업 이외의 나를 새롭게 정의하게 된느 것 같다. 더욱이, 진로진학상담교사단, 학생부종합전형 자문위원 등의 얕지만 의미있는 부캐 경험은 진로와 입시의 충돌 지점의 고민을 더 깊게 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수학 수업만으로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치고 싶은 모든 것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능력의 한계일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부캐가 있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인지, 나의 갈증을 해소하고 자아실현의 또다른 창구를 만드는 길인지 스스로에게 진솔하게 질문해봐야겠다. 아이들도 그걸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본캐만으로도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더욱 좋겠다.

 교육과정을 교사가 재구성하는 것도 결국 교사의 부캐가 발현되는 순간인지 모르겠다.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선생님, 수능 연계를 잘 하시는 선생님, 수업이 유쾌한 선생님, 심화 내용의 자료를 더 많이 제공하는 선생님. 나는 교실에서 어떤 부캐일까?

 또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과 교류에서 교사의 부캐가 발현되는 것 같다. 그것은 교사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실은 배우는 일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아이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나를 알아간다. 나는 아이들의 본캐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주체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부캐를 만들어나갈 힘을 길러주고 있을까?

 결과적으로 나의 부캐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나를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결국 미래지향적이고 성장하는 본캐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뛰어난 선생님들과 결은 다르겠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내 본캐를 위한 부캐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옛날 게임에서 그랬듯 본캐를 더 잘 키우기 위해서, 본캐를 더 재밌게 하기 위해서 부캐를 만드려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교사의 핵심역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