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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봉 Sep 01. 2023

파크골프 아이돌의 탄생

40평생 처음으로 아이돌이 된 이야기

"어머 젊은 분들이 파크골프를 치시네"
"젊은 분들이 왜 벌써 파크골프를 쳐요?"


파크골프를 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내 나이 우리나라 평균 연령과 가장 비슷한 82년생인데, 젊다는 말을 요즘처럼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 기쁘다.

다만, 언제나 듣는 소리는 아니다. 파크골프장 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파크골프는 1980년대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운동으로 우리나라에는 2000년이 되어서야 도입되었다. 골프의 규모를 줄여놓은 운동으로, 골프와 대부분이 흡사하지만 채를 1개만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파크골프, 게이트볼, 파크볼을 혼동하는데 엄밀히 다른 운동이며,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은 파크골프다.


파크골프는 운동 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노인 운동으로 취급받는다. 실제로 파크골프장을 가보면 젊은 층이 50대 후반이며, 많게는 80대 중반의 어르신도 파크골프를 치신다. 그만큼 운동 강도는 낮을 수 있다.

실제 내가 사용하는 미밴드에 운동을 열심히 하면 얻는 PAI 수치가 있는데, 1시간 걷고 뛰고를 반복하면 이 수치를 15 얻을 수 있는데, 파크골프는 3시간을 쳐도 PAI 수치를 1 밖에 얻지 못한다. 그만큼 운동 강도는 낮다.


그렇기 때문에 내 또래의 사람들은 내가 파크골프를 치는 것에 대해

"벌써, 왜? 그거 노인들이 하는 운동 아니야?"

라는 반응을 보인다. 내가 같이 하자는 제안에는 손사례를 친다.


나 역시도 처음에 그랬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중 우연히 파크골프를 본 후

'저렇게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 있구나'

정도로 파크골프를 생각했었다.

그 생각을 한 지 1년 남짓 지났을 때 내 손에는 파크골프채가 들려 있었다.


두 번째로 파크골프장을 간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처음 갔던 파크골프장은 규모가 작아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2번째 방문한 파크 골프장은 총 45홀 규모로 사람이 수백 명은 모여있는 파크골프장이었다.


"어디서 젊은 분들이 오셔서 이걸 치시지"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소리였다.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최소 50대 후반에서 70대에 가까운 분들이 파크골프를 치기 위해 대기를 하고 계셨다.

지나가시는 분들마다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젊은 사람들이 왔네", "처음 보는 젊은 사람들이네"라는 말을 하셨다.(묘하게도 그 정도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에게도 다 들리는 소리로 말씀을 하신다^^;)


마치 아이돌 혹은 동물원 속 원숭이가 된 느낌이었다. 그분들은 지인들이 올 때마다 나와 내 친구를 가리키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날 이후 그 파크골프장을 매주 2회 이상 방문을 하여 라운딩을 하고 있다. 파크골프 특성상 3명 이상이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나와 내 친구 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조를 만들어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이때 다양한 파크골프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그분들의 첫마디도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치네요"

이다.


이렇게 약 2개월 정도를 치다 보니 이제 그 파크골프장에 40대인 나와 내 친구는 그 파크골프장에 자주 오시는 분들의 관심 대상이 되어 있었다. 같이 라운딩을 했던 분들이 우리 정보를 여기저기 퍼트리다 보니 다양한 소문도 들렸다.


"파크골프지도사 준비한다고요?"
"지난주에 같이 친분은 아시는 분이에요?"
"자영업 하신다고...어떤 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종종 라운딩을 같이 하시던 분들은 과일, 사탕, 음료 등 다양한 것을 나눠주시기도 하신다. 또, '젊음 사람과 라운딩을 해서 기분이 좋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하신다.


골프를 쳤다면 흔하디 흔한 중년의 남성이, 파크골프를 치면서 아이돌 취급을 받고 있다. 이것은 마치 '용꼬리보다는 뱀 머리'라는 것을 실제로 우리의 삶에 옮겨 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파크골프에서 첫 타를 치는 것을 티샷이라 한다. 아직 정교하지 못한 내 티샷과 같은 파크골프에 관한 글들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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