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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마 Sep 24. 2020

다단계 코인 회사랑 맞짱 뜬 썰

다단계 코인 회사 참교육

 우연히 다단계 코인 회사의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지인이 소개해 준 행사였는데요. '블록체인 교육'을 해주는 업체라고 하길래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해주는지 궁금했거든요.


 차가 매우 많이 막히는 날이었습니다. '아 늦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력질주를 하여 강의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럴 때 크로스핏을 해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간 강의장에는 두 명의 참여자와 세 명의 관계자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던 참이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가 방문한 설명회는 2차 설명회였고, 1차는 며칠 전에 이미 진행했다고 하네요. 1차 설명회는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진행하였고, 참석한 인플루언서들에게는 30만 원의 '수고비'를 줬다고 합니다.



'응? 교육에 참여했는데 돈을 준다고...?'.


 벌써 싸하죠? 2차 설명회는 1차 설명회에 온 사람들 중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다시 교육을 해주는 자리였습니다. 그렇게 저와 저를 부른 지인, 그리고 처음 보는 어떤 여성분이 강의실에 앉아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회사는요...'


 처음에는 그 회사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고, 어떤 일들을 주로 하는지를요. 그때까지는 굉장히 듣기 좋았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다가올 세상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준비하자!'는 말이 어떻게 나쁘게 들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회사 소개가 끝나고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코인을 사라고 권유하지도 않고, 그저 같이 공부만 해요'


 이 말을 시작으로 제 시간은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나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궁금했어요. 어떤 말을 꺼낼지가요. 잠시 후, 칠판 앞에 선 강사가 '비트코인 볼트'라는 단어를 꺼냈습니다.



'여러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스캠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별할까요?'


 네. 굉장히 좋은 말입니다. 어떻게 판단할까요?. 강사는 그 판단 기준으로 '커뮤니티의 크기'를 내세웠습니다. 유명한 회사,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또 커뮤니티의 크기가 클수록 스캠이라는 기준에서 멀리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좋은 판단 기준이라고 볼 수 있죠. 또 강사는 '비트코인 볼트'를 기준으로 깃헙, 홈페이지, 블록 익스플로러 등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있어야 스캠이 아닙니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들어갑니다. 눈 크게 뜨고 읽으시죠.



'저는 비트코인 볼트에 투자했습니다.'


 스캠을 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던 강사는 갑자기 비트코인 볼트를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또 레퍼런스가 탄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또 없다고요. 앞으로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망하더라도 살아남을 코인 중 하나라고 덧붙이면서요.



'왜 제가 비트코인 볼트에 투자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온갖 근거들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그런 말들을 하기 시작한 거죠. 너무 신났어요!!!! 강사가 하는 말의 어디가 거짓인지 또 어떤 포인트에서 사람들을 홀리려고 하는지 개발자의 입장에서 들어볼 수 있었거든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너무 즐거워서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의심이 좀 많습니다. 근데 이 회사는...!'


 강사는 비트코인 볼트 홈페이지를 띄워두고 흥분에 가득 차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아요.  

비트코인 볼트 창시자는 유명한 마이닝 회사의 대표다.

비트코인 볼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마이닝 풀들이 다 유명한 곳이다. (후오비 풀, 앤트 풀 등)

정말 파트너십을 맺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요구하니 정말 계약서를 다 보여줬다.

그리고 블록 익스플로러를 보니 정말 동작하고 있었다.

 강사는 본인이 '비트코인 볼트'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게 된 계기를 주르륵 읊었어요. (제가 나중에 이런 부분들을 다 지적했는데요. 어떤 내용에 어떻게 지적했는지는 뒷부분에 공유할게요)



'차트를 보세요!'


 그리고 차트를 보여주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비트코인 볼트 값이 꾸준히 올랐는데 어느 순간 폭락(조정?)을 했고, 지금은 오르락내리락하는 차트를요. 그리고 본인이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연락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비트코인 볼트 가격이 폭락할 때 새벽 내내 전화가 울려서 미칠 뻔했어요. 제가 그래서 하나하나 설명드렸어요. 잠깐 내린 것이니 팔지 마시고 더 가지고 계시라고.' 그러면서 이야기합니다. '비트코인 볼트의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우상향입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비트코인 볼트를 여러분들은 이 클라우드 마이닝 서비스에서 채굴할 수 있어요'


 자 비트코인 볼트에 대해 온갖 칭찬을 늘어뒀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세일즈에 들어갈 시점입니다. 비트코인 볼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1) 거래소에서 구매하거나 2) 채굴하는 것인데 구매는 리스크가 크니 채굴을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이닝 시티'라는 곳에서 채굴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이닝 시티에 대한 예찬 내용은 생략할게요) 근데 이 마이닝 시티라는 곳을 이용할 때에는 1,100일 동안 투자금을 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망할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클라우드 마이닝에 참여하면 원금 회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하네요.



'저희는 마이닝 시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닝 시티와 이 회사가 깊은 관계라는 것도 이야기하고요. 결국, 이 회사 = 마이닝 시티 = 비트코인 볼트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즉, 본인들이 만든 코인을 사라는 거죠. 본인들이 갖는 리스크는 0입니다. 투자는 개인의 몫이고 사기를 친 것도 아니니까요.




본격적인 전쟁 스토리는 뒤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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