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잠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설렘 때문인가? 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는 깊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새벽에 계속 깨거나,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그래서 그런지 틈만 나면 졸음이 쏟아져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존다. 인도 여행 중에서도 릭샤, 오토릭샤를 타는 도중에 꿈뻑꿈뻑 잠이 들거나, 지하철을 타서 앉자마자 졸거나 그런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무튼 그렇다. 곽씨는 어디에서나 참 잘잔다. 뭐 자기 말로는 건축과의 머시기머시기라는데 솔직히 신빙성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새벽의 델리는 숨이 턱턱 막힌다. 스모그!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안개려니 했는데 그냥 안개가 아니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목이 푹푹 잠기고 숨이 찬다. 그리고 이는 델리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인도 여행 내내 그랬다. 아마 새벽 내내 릭샤와 택시들이 뿜어댄 매연이 찬 공기의 영향으로 계속 낮게 깔려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조금만 돌아다녔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마스크 없이 델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살인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숙소 골목에서 나오자마자 아저씨들이 짜이를 마시고 있길래 우리도 한 잔 한다. 한잔에 10루피! 처음으로 마시는 짜이는 그냥 우유가 많이 들어간 홍차 맛이다. 인도하면 짜이라고 해서 엄청난 기대감을 안고 왔는데 그냥 그저 그랬다. 원래 흙잔에 짜이를 담아 마시고 바로 던져서 깨버린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냥 종이컵에 담아주신다. 짜이 컵은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 등등 가지각색이다. 근데 흙 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흙 컵보다는 일회용 컵이 훨씬 싸고 경제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덕택에 인도 어디를 가든 짜이를 담았었던 쓰레기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실상은 짜이 컵보다 다른 쓰레기들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거리엔 등교하는 꼬마 아이들이 릭샤꾼과 흥정 중이다. 재밌는 건 릭샤꾼과 흥정을 하다 릭샤꾼이 흥정을 포기하고 떠나려고 해도 아이들이 릭샤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 릭샤꾼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새벽의 델리, 빠하르간지 길가는 밤새 버려진 쓰레기들과 그 쓰레기들 사이에서 잠을 자다 방금 막 깨어난 멍멍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빗자루로 거리를 쓰는 청소부들도 보인다. 이른 아침,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다. 릭샤와 오토릭샤, 차들의 빵빵거리는 소리는 점점 많아지고 커진다. 아직 잠자는 사람들에게 알람을 울려대는 듯하다.
'이봐 아침이라고! 짜이 한잔 하고 얼른 하루를 시작하자고!'
곽씨는 슬리퍼를 산다고 신발가게에서 흥정 중이다. 곽씨가 흥정하는 냥을 지켜보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하고 있으니 누가 부른다.
'어이 거기 친구. 뭐 필요한 거 있어?'
'혹시 너희 환전도 해줘?'
'응 일로 따라와 봐'
자기 가게로 데려가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린다.
'달러당 65루피에 해줄게'
'안 할래. 잘 있어'
시장조사 차원의 질문이었기에 그냥 한번 묻고 뒤돌아 나온다. 옆 가게에 환율을 물어보니 66루피에 해준단다. 일단 지갑을 안 들고 나왔기에 정보만 얻고 한 번에 환전을 하련다.
가는 길에 빈대떡 같은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거 얼마야?'
'20루피야'
'비싸 10루피에 줘'
'안되는데...'
'그럼 나 갈래. 빠이'
미련 없이 돌아서서 몇 걸음 걸어가니 아저씨가 부르신다. 10루피에 해주신단다. 맛은 엄청 짠 김치전?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곽씨는 멍멍이에게 휙 던져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짜파티라는 음식이란다.)
인도방랑기 식당 사장님께 유심칩을 구매했다. 520루피에 1기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칩. 오전 9시에 신청하니 오후 3시에 나온단다. 초고속! 원래 2,3일이 소요되는 건데 통신사와 특별계약을 맺어서 빨리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증명사진 한 장과 여권으로 신청은 간단히 끝난다. (한 여행자가 하는 말로는 대리점에 직접 가서 해도 금방 할 수 있다던데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이제는 환전을 해볼까? 아침 일찍 방문했었던 환전소에 다시 갔다. 환율을 물어보니 달러당 65.5루피라고 한다.
'내가 아까 왔을 때 66루피라며!'
'그래 그럼 66으로 해줄게'
알다가도 모르다. 그냥 장난으로 65.5라고 해본 건가? 우리는 각각 350달러를 준비해 갔었고, 300달러를 총 19800루피로 환전했다. 꽤나 큰돈이 손에 들어온다. 100루피와 2000루피를 섞어서 받았는데 환전소가 좋은 곳이라 그런지 기계가 있어서 돈을 주르륵 세서 준다. 혹시 몰라 그 앞에서 따로 다시 세보니 정확하다. 빠하르간지의 다른 환전소보다 여기가 환율도 좋고 장난도 안치니 이곳을 추천!
아침 식사를 위해 빠하르간지를 돌아다녔다. 여행자 거리라 그런지 피자, 스파게티 같은 서양식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많다. 곽씨가 말한다.
'인도까지 여행을 와서 이런 서양식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흠... 먹고 싶으면 먹는 거지... 실제로 곽씨는 이 말을 꺼낸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델리에서 만드는 서양 음식이 궁금하다며 먹어보잔다. 뒤통수를 한대 후려갈기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뒤통수를 치면 곽씨가 식사를 하면서 음식을 나눠주지 않을 것 같아 꾹 참아본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왠지 현지인이 많이 올 것 같은 구석진 곳에 위치한 식당에 와서 난 요리를 주문했다. 90루피로 식사를 하는데 아직은 이게 저렴한 수준인지 아닌지 감이 안 온다. 근데 가격표가 쓰여 있으니 흥정하는 식당은 아닌 것 같다.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먹어보는 카레! 꽤나 맛있다. 3종류의 커리른 주는데 하얀색은 시큼하고 갈색은 생각한 카레맛이 난다. 냠냠 쩝쩝 맛있게 싹싹 비우고 인도의 요플레, 라씨를 시켜본다.
'하우 머치 수가?'
앞의 하우 머치는 How much, 얼마나 원하냐는 의미로 분명히 알아듣겠는데 수가가 뭐지? 수가?? 혹시 설탕(Sugar)이냐 물어보니 맞단다. 앞으로 설탕은 '수가'로 기억한다. 땅땅땅. 라씨엔 설탕을 얼마나 넣었는지 엄청나게 달다. 그리고 바닥엔 설탕 알갱이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앞으론 '노 수가(No sugar)'로 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