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 보니 옷을 싸게 팔고 있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그리고 꽤나 마음에 든 웃옷 2개를 300루피에 샀다!
Yolo!!!! 신나서 숙소로 휘파람을 불며 뛰어간다. 그리고 입어보는데... 입어보는데... 심각하게 작다... 내 머리가 큰 건지는 몰라도 들어가지가 않는다.
'분명 나한테 맞는 사이즈라고, 노 프라블럼이라고 그랬는데...'
무리하게 머리를 집어넣다 옷이 다 찢어져버렸다. 우헿헿 사자마자 걸레가 되었다...! 300루피로 좋은 경험을 했다. 첫 번째로 옷 사이즈는 꼭 확인하고 사자. 두 번째는 인도인들의 노 프라블럼은 믿을만한 게 못된다는 사실.
릭샤를 타고 시크교 사원으로 향한다. 오토릭샤와 다르게 릭샤는 자전거 뒤에 마차를 달아놓은 것 같은 형상이다. 릭샤꾼이 열심히 페달을 밟아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릭샤꾼의 뒷모습이 처량하다. 그의 발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릭샤 타는 거 너무 미안하다. 남자 둘 몸무게가 150kg에 짐, 릭샤 무게 다 합치면 어마어마한데 저렇게 왜소하신 분이 다 끈다니...'
'그래도 저 사람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 오늘 우리를 태워주는 것으로 밥을 먹을 수 있을 거고, 생활할 수 있을 테니까.'
릭샤꾼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살을 좀 빼야겠다.
시크교 사원인 구루바라 뱅글라 사히브에 도착했다. 입구는 한참 공사 중이다. 저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가보니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시크교 사원 앞에서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고 하던데 이게 그건가 보다.
할머니 두 분이 이리 오라며 손짓하신다. 그리고는 난 위에 카레를 담아주신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앉아서 먹으라며 빈자리를 가리키신다. 앉아서 카레, 난을 먹으려 하니 이번엔 짜이를 한잔씩 가져다주시고는 과자 같은 빵도 가져다주신다. 부족한 게 없는지 계속 여쭤보신다. 짜이가 반쯤 비어가니 금세 오셔서 짜이를 채워주신다.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해본 적이 있는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잠깐 왔다 가는 여행자인데도 우리를 받아들여주고 음식을 나눠주신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행복은 이렇게 가진 것을 나눌 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온 여행자 두 명은 이 나눔을 평생 동안 간직할 것이다. (사실 난 먹을걸 주는 사람은 다 좋다...)
식사를 마치고 사원으로 들어간다.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순백의 건물들이 서있다. 입장하려면 머리에 두건을 쓰고, 신발을 벗어야 한다. 입구에선 두건을 나눠주고 있고, 한켠에서는 신발을 보관함에 넣어주고 있다. 두건을 쓰고 손과 발을 씻고 들어간다.
사람들은 가운데에 있는 주지스님 같은 사람에게 절을 한다. 강당 안에 울려 퍼지는 노래가 오묘하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 아침인데도 기도를 드린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부유한 사람들 같다.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 옆자리에 앉으셨던 한 노부부가 시크교였다. 온전히 채식만 하며 평생 동안 수염,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처럼 시크교 사원의 사람들은 수염이 길고 큰 터번(?)을 머리에 쓰고 있다.
강당에서 나오니 바로 앞엔 큰 연못(?)이 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물을 손으로 담아 뿌리는데 이는 저세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보기에는 엄청 더러운 물인데도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얼굴에 대는 것을 보니 무슨 신성한 의미가 있나 보다. 곽씨가 연못을 지키는 할아버지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퇴짜를 받았다. 바보
나갈 땐 빵을 짓이겨 놓은듯한 반죽을 한 덩이 주셨다. 음.... 그냥 반죽 맛이다. 시크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여기에 있는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화장실에 끙아를 하러 다녀온 곽씨의 말에 의하면 이 사원의 화장실이 정말 정말 좋단다. 인도에서 제일가는 화장실인 듯하단다.
릭샤를 타고 동물원에 가려는데 릭샤가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이상하다. 릭샤가 금지된 곳인가?
길을 걷는데 학생들이 우리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조잘조잘한다. 그리고는 다가와 같이 사진 찍어주면 안 되겠냐고 묻는다. 이제는 새롭지도 않다. 이곳에서 나는 연예인이니까... 이 친구들 사이엔 커플도 있었다. 여느 커플과 다를 바 없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간다.
동물원을 향해 걷다 보니 어느새 인도 독립문 앞에 도착했다. 정말 뜻밖의 독립문이다. 관광객이 정말 많은데 대부분은 인도인이다.
'인도 관광지에는 외국인보다 인도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사진을 찍어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 군것질 거리를 파는 사람들, 선글라스를 끼고 한층 멋을 낸 잘생긴 남자들... 여기서도 우리는 인기 만점이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며 모델 요청을 한다. 여자들도, 잘생긴 남자들도, 아저씨도. 인도 이민을 고려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