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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Apr 09. 2022

헤이조이스 후기

주니어 개발자를 위한 커리어 로드맵 / 2022. 03. 29

이 라이브가 성사되기까지는 친구 두 명의 도움이 있었다.


올해 1월에 한국에서 휴가를 쓰면서 친구 J를 만났다. 그는 나를 항상 갓땡땡이라고 부르면서 (지금은 금지시킴) 나한테 이것저것 해보라고 알려주고 도움도 많이 주는 친구인데, 같이 놀던 중에 우리가 같이 아는 또 다른 친구 N 이야기가 나왔고 - 지금 내가 한국인데 시간 되면 보자고 N과 약속을 잡았다.

그들은 내가 스웨덴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J는 스웨덴에 있을 때나 한국에 돌아갔을 때나 꾸준히 친하게 지내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일방통행 베프로 생각하는 사람. N은 J와 같이 공부했고 스웨덴에서 커리어를 개발자로 바꾸기로 결정했는데 그 때문인지 계속 마음이 쓰여 J를 통해 가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둘은 팬데믹 전에 스톡홀름에서 모임을 열었을 때 같이 나와주기도 했다.


갓생을 사는 J는 자기 계발과 커리어 관리에 빠삭해서 예전에도 헤이조이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필! N이 바로 헤이조이스에서 일하고 있고. 그래서 헤이조이스에서 개발자 트랙에도 관심이 있는지 물어나 보라고 했다. 평소라면 시큰둥하게 듣고 넘겼을 텐데, 나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고 긴 휴가 끝에 뭔갈 해볼 기운이 났는지 '진짜 한번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N의 점심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로 갔던 날에는 그동안 못 다했던 이야기들을 신나게 하느라 헤이조이스 이야기는 홀랑 까먹었다. 그렇게 점심 데이트를 깔깔대면서 웃다가 보내고 N과 헤어지고 지하철을 탔는데 아 까먹었네… 한 것이다. 뒤늦게 N에게 카톡을 보냈고 그의 도움으로 담당자분께 내 연락처가 전달되어, 첫 미팅부터 날짜 확정까지 라이브가 휘리릭 성사되었다.


홍보가 한창일 때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내 이름을 보고 연락 준 친구가 그 쪽에서 먼저 컨택을 했냐고 물어봤는데, 여태 말한대로 모든 것은 순전히 친구의 아이디어 - 인맥 - 실행이 받쳐준 덕분이었다. 여기서 실행은 사실 카톡 정도이고 나머지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고 할 수 있다. ㅎㅎ


<발표 목차. 기록을 위해 '기승전결'을 추가>


그리고 준비하면서 도와준 또 다른 사람들.


헤이조이스 플래너님과의 첫 미팅에서 좋다고 하셨던 이전 블로그 글 '기술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하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초안을 잡기 시작한다. 미팅에서 주로 했던 이야기가 피드백 그리고 자기 퍼포먼스를 자꾸 의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발표에서 [기]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제안해주셨던 ‘개발자 언니가 말해주는 커리어 이야기’라는 컨셉이 좋아서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기 - 저 지금 잘 하고 있나요?] 부분을 만들 때는 너무 공격적인 톤이 되지 않게 신경 썼다. 여성 개발자들이 왜 자기 의심에 빠지기 쉬운지 설명하는 내용이었는데, 처음에 스크립트를 만들다 보니까 너무 남초 환경을 공격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게 마음에 걸려서 J한테 노트를 보여줬을 때 같은 부분을 콕 짚어서 이야기했고, 미국에 있는 전 직장 동료이자 여성 개발자인 M 역시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지금 그의 팀은 개발자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용을 전반적으로 싸잡아서 비판적, 비관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작은 범위의 개인적 경험을 말하게 바꾸었다.

내가 초안대로 발표를 했더라도 M이 말한 대로 듣는 분들에게 의도가 전달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남초 환경에 성비 불균형 같은 문제가 존재하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들이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성비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이번 발표처럼 더 많은 여성들에게 개발자인 나를 보여주는 것이지, 상황을 비판적으로 말하고 싶진 않았다.

당일 채팅에서 자신이 팀에서 유일한 여성 개발자라고 말하신 분들이 많았지만 조금씩 여성들이 많이 취업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느끼고 이미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이 꾸준히 성장해서 올라간다면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해외 이직 준비>


[전 - 해외 이직 준비] 부분은 말 그대로 내가 이직을 준비한 방법이다. 여기서는 내가 한 준비가 절대적인 방법처럼 들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객관적으로 나는 프로이직러가 아니다. 나보다 훨씬 더 해외 이직을 쉽게 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주변에도 내가 딱 한 번의 이직 후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사이 여러 번 회사를 옮긴 지인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현실이 이렇고 방법은 이것이다'보다 '나는 무엇이 어려웠고 그래서 이렇게 했다'라는 어조를 유지하면서 경험과, 무엇보다 구글링으로 쉽게 나옴직한 정보보다 내가 개인적으로 했던 생각들을 중심으로 두었다.

여기에는 공부라던가 인터뷰라던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겠지만 발표가 너무 해외 이직 홍보처럼 들리지 않도록 내용을 가볍게 했고 사전 질문에서도 균형을 맞췄다.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과 우리나라에서 커리어를 잘 쌓기를 원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발표가 되고 싶었고 무엇보다 발표에서도 말했듯 해외취업이 절대적 솔루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표 Version 1을 완성했을 때는 룸메와 리허설을 했다. 룸메가 너무 건너뛰는 것 같은 내용들(나는 너무 당연하게 쓰는 말인데 남들은 모를 수도 있다거나)을 찾아줘서 나중에 보완했고, 말하는 속도도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해보니까 시간이 많이 남는 것을 알게 되어 사전 질문으로 자주 언급된 주제들을 바탕으로 ‘해외 이직 - 그것이 알고 싶다’ 부분을 나중에 추가했다. 고맙게도 룸메가 녹화를 하던 날 시간 맞춰서 집을 비워주었다. 덕분에 집중해서 준비한 대로 할 수 있었어요. ㅠㅠ


<해외 이직 - 그것이 알고싶다 일부>


녹화.

헤조 플래너님은 조금 아쉬워하셨던 것 같은데, 매일같이 독일에 있는 사람들과 리모트로 일하는 입장에서 네트워크로 헤매는 일이 라이브 한 시간 반 중에 적어도 한 번은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 있었으므로 나의 수명을 실시간으로 갉아먹지 않기 위해 안전하게 녹화를 하기로 했다.

녹화 결정은 여러모로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라이브가 아니라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셨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보다 너무너무너무 많은 분들이 들어오셔서 그 압박을 견디면서 침착하게 발표를 할 수 있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처음에 헤이조이스에 직접 연락을 했을 때만 해도 200명이 넘는 분들이 한낮 외노자인 내 이야기를 들으러 올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커진 규모에 신기하고 얼떨떨하면서 부담감도 많이 느꼈다.

만약 라이브로 하면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 같다. 상당수의 사전 질문이 길고 복합적이라 나도 답변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고 심지어 친구 M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당일 같이 라이브를 보면서 채팅으로 올라오는 질문들도 마찬가지 수준이었고 질문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캡처하기 바빴다.


녹화를 마치고 속 시원한 기분으로 디데이 카운트다운을 했고 역시 갓생을 사는 J의 피드에 홍보가 계속 떠서 간접적으로 홍보를 어떻게 해주셨는지 전부 받아보았다. ㅋㅋㅋ




당일 발표는 290분 정도가 봐주셨다. 당시에는 올라오는 채팅을 읽고 대답하거나 질문을 모으기 바빠서 (총 60개의 질문을 수집함.. 속도 짱)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받고 마음을 놓았다.  아래는 라이브가 끝나고 오픈카톡방에 보내주신 메시지들을 붙여본다. 자화자찬 같지만 이렇게 남겨두면 나중에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나 내가 그때 같이 했던 생각을 다시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임의로 정리했는데 삭제 원하시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헤이조이스를 통해서 보내주신 피드백도 따로 전달받았고 하나같이 좋은 말을 보내주셔서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위로가 되었다고 적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발표를 준비하면서 작년에 많이 흔들렸던 스스로를 청중에 투영시켰던 것 같다.

나는 회사를 감정적으로 편하게 다닌 적이 없다. 계속 흔들리고 의심하고, 우직하지 못하며 무심하지도 못하고 무지하기까지 한 나에게 실망한다. 나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한 순간도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한 적 없지만, 헤이조이스 발표를 준비하면서 버틴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다시 한번 다독여본다.


가장 마지막 인사는   녹화를 했다.  번째에는 미리 준비한 말을 쓰지 않고 나오는 대로 뱉었는데 나도 모르게 포기하지 말자 파이팅  이런 이야기를 했던  같다. 내가 발표를 듣는 사람들에게 제일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지 않았을까 한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나와 비슷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 해줄  있는 말은 진심으로 힘내라는  뿐이다.  나머지는 발표를 들으러 찾아와  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알아서 잘할  있을 것이다.


직접 만나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며, 한참 늦은 후기 끝


* 채팅으로 보내주신 질문들도 차차 선별해서 공유할게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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