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귀신고래

by 초린혜원

내 마음엔 푸른 바다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귀신고래 한 마리가 산다.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섬세한 눈빛을 지닌 이 고래가 마음 밖 세상으로 나오는 날이면, 다른 모든 것들은 일시정지한다. 마음이 스위치 오프 상태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다. 물을 내뿜기 위한 짧디 짧은 그 행동이 어쩌면 자신의 신념과 생의 지속성에 금이 가게 할 만큼 위협적일 수도 있다는 걸 지난 경험들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물밖 세상

사람들에겐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일 뿐, 그들과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일시적인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의 웅성거림을 피해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찰나의 외출이 데려오는 어마어마한 후유증은 또다시 오랫동안 심해의 검은 소용돌이 속에 녀석을 침잠하게 한다.


귀신고래, 나의 우울.


커버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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