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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Mar 25. 2021

[월간 꽃잠] 벤치 하나를 입양했습니다

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은 분,

늘 자신 보다는 나를 더 생각해주실 것 같은 그런 분,

여러분은 어떤 분이 떠오르시나요?


단어만 들어도 코끝이 괜시리 찡해지는 한 사람, '엄마'

오늘은 그 분과의 아름다운 작별을 올곧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치유해 나가는 한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2020년 12월 30일, 꽃잠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상실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지나 작가님의 손글씨와 ‘펭수’의 크리스마스 씰이 참 앙증맞은 편지였습니다.

이미 작가님으로부터 편지의 예고편을 받았기에 어떤 내용의 편지가 올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안부의 편지일까?’

‘새로운 책 출간 소식을 전해주실까?’

‘또는 새로운 여행을 떠날 채비를 시작하시나?’


바로 바로 카톡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손글씨 엽서를 받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국세청이나 건조한 안내문만 꽂혀있던 사무실 우편함에 참 어울리지 않은 편지가 누워있었습니다.


‘너구나’



봉투 안에 든 속지가 아른하게 비치는 반투명 편지를 꺼내드니 반가운 펭수가 ‘펭하!’하고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크리스마스 씰이 펭수였다는 것을 작가님의 엽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씰을 샀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올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봉인된 봉투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초록이 무성한 숲 속 벤치가 한 폭의 그림액자 처럼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잘할걸, 해줄걸 살지 말고 지금 하세요."라는 우명옥 로사리아님의 말씀과 함께.



우명옥 로사리아님은 이지나 작가님의 어머니이십니다. 인스타그램으로 작가님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전부터 보아왔기에 이 편지에 들어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편지를 펼쳐보니 작가님의 손글씨와 더불어 이 엽서의 인트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그녀다운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짧은 지면 안에 그간 그녀가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간결하지만 울림 있게 다가왔습니다.


엄마의 이름으로 “벤치를 입양”하고, 보고 싶을 때, 엄마와 나눈 대화가 그리울 때, 그 곳을 찾는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 동안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애도의 지혜를 알려주었습니다.


멍하니 그녀가 준 벤치 사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걷다 잠시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주는 벤치처럼, 우리 인생이 참 저 벤치에 앉은 모습과 같구나.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가는 존재.


그녀가 걸어가고 있는 치유의 여정에 길벗이 된 느낌으로 천천히 벤치 사진을 바라봅니다. 개인의 애도 과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이 기분은 무엇이라 형언할 말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생경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나의 일인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이 신기합니다.



행운의 편지처럼, 이 편지가 그녀에게서 제게로 왔고, 그리고 다시 여러분들과 “벤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쉼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를 보내주신 이지나 작가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따스한 마음과 공감의 언어를 선물해 주신 우명옥 로사리아 어머님께도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3월 월간 꽃잠이었습니다.




[월간 꽃잠]은 새로운 엔딩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꽃잠이 상실과 치유를 주제로 그 달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힐링 매거진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장례 지식], [이 달의 인생질문], 꽃잠 팀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는 [꽃잠 티타임], 죽음 관련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꽃잠 북클럽], [꽃잠 감성] 그리고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꽃잠의 [상실치유 워크숍] 등 다채로운 꽃잠의 이야기를 매월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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