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간 꽃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꽃잠 Mar 26. 2021

[꽃잠 감성] 시각장애 어르신과 함께 한 나의 장례식



2021년 올해 첫 꽃잠의 웰다잉 워크숍은 시각장애 어르신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어르신들과 나의 죽음과 장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어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꽃잠은 다양한 예술 도구를 활용하여 나의 죽음과 장례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워크숍을 진행해 왔었는데, 그 동안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해서 프로그램의 개편이 필요했습니다.


다만, 오래 전 시각장애 아이들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 展’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시각장애 어르신께서 기존 웰다잉 워크숍에서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워크숍 결과물을 만들어내 주실 거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걸음으로 와주실 어르신들을 위해 프로그램은 후각과 촉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개편되었습니다. 꽃잠도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개편된 프로그램이 어르신들께 어떻게 다가가게 될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시게 된 '나만의 이유'를 설명하고 계신 어르신의 모습
내가 이 곳에 온 이유 '호기심', '나', '친구', '부모', '공감', '자녀',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꽃잠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나를 이 곳으로 이끈 키워드’와 ‘죽음여정지도 그리기’로 1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풀어내는 인생사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었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기대하는 모습을 멋지게 표현하시고, 현재 주어진 삶을 어떻게 충실히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많은 가르침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2부는 나의 장례식에 내가 남기고 싶은 또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남겨진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누구는 나의 장례식에 풍선을 한가득 채워주었으면 한다는 소망과 나를 늘 미소가 아름다웠던 밝은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 등 그 동안 누구와도 이야기 하지 못했던 나의 마지막에 대해 진솔하게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죽음(상실)과 가장 첫 번째 죽음의 경험. 그리고 그것들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 정도를 선으로 표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나는 이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웃음이 많았던 사람, 미소가 아름다웠던 사람... 그 모습을 클레이로 표현하고 계신 어르신의 손


참석해 주신 분들께 드릴 선물로 준비한 프리지아를 나눠드리며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소녀, 소년처럼 너무나 해맑게 꽃을 만지고 향을 맡으셨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길가에는 개나리 꽃이 피기 시작했고 푸릇푸릇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나무에는 꽃잎들이 알음 알음 핀 것이 참 복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빛깔들을 한아름 눈과 마음에 담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꽃잠]은 새로운 엔딩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꽃잠이 상실과 치유를 주제로 그 달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힐링 매거진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장례 지식], [이 달의 인생질문], 꽃잠 팀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는 [꽃잠 티타임], 죽음 관련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꽃잠 북클럽], [꽃잠 감성] 그리고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꽃잠의 [상실치유 워크숍] 등 다채로운 꽃잠의 이야기를 매월 만나보세요.


월간 꽃잠 구독하기 >> 클릭


지난 글 보기

[월간 꽃잠] 벤치 하나를 입양했습니다

[월간 꽃잠] 개인이 할 수 있는 추모 의례

[월간 꽃잠] 3년의 시간

[월간 꽃잠] 49재, 만 스물여섯 시인의 이야기

[월간 꽃잠]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잠 티타임] 새로운 꽃잠 팀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