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입대 날

by 꼬야책방

새벽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어젯밤 "일찍 자야 한다"며 저녁인사를 나눴건만, 정작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건 나였다. 아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엄마, 아침 먹고 가요"라며 갈비탕에 밥을 말아 든든히 챙겨 먹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의젓해 보이던지.





준비물을 점검하며 마지막으로 확인할 때였다. "팬티 사이즈가 어떻게 돼?" 물어보는 아들을 보니 코끝이 시렸다. 스물이 넘도록 본인 속옷 한 번 사본 적 없는 이 아이를, 어떻게 군대에 보내란 말인가.



겨울에 라식수술까지 시켜놨건만, 준비물 리스트를 보니 여분의 안경이 적혀 있었다.

"아들아, 안경 하나 더 챙겨야 해."

"엄마, 나 라식수술 했잖아요."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엄마 마음속엔 아직도 안경 쓰고 앞이빨 빠진 7살 아들이 있나 보다."





그렇다. 내 눈에는 여전히 그 작고 앙증맞던 아이가 보였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길, 거리를 생각하면 점심시간까지 계산해도 빠듯했다. 그런데 우표를 깜빡해서 우체국에 들러야 했고, 점심을 먹으려 찾은 식당들은 하나같이 만원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대구탕을 주문했다. 맵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들은 입맛이 없는지 국물과 밥을 조금씩만 떠먹었다.





남편은 태연하게, 어찌나 맛있게 점심을 먹어대던지 얄미울 정도였다. 아들 걱정은 안 되는 건지, 정말이지.

기군단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아들이 말했다. "10분만 있다가 내릴게요." 떨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주차장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나서야 차에서 내렸다.





연병장에 도착하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진행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조차 길게만 느껴졌다.

드디어 아들이 연병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울지 않겠다고, 웃으며 보내겠다고 다짐했건만 소용없었다.

마지막에 큰 절을 하고 돌아서는 아들을 한 번 더 보려고 뛰어갔지만, 이미 멀어진 뒤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 차 안은 묘하게 조용했다. 그제야 남편도 말수가 줄었다.

지금 이 밤이 어제 밤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아들이 집에 없다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빈 방을 지나칠 때마다, 아직도 그 7살 아이가 안경을 쓰고 앞이빨 없이 웃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 아들, 잘 해낼 거다.



분명 훌쩍 자라서 의젓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오늘 밤은 길지만,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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