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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Apr 11. 2019

살얼음판에서 나만의 생존수칙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살아남는 방법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간호사로 지속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생존’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기 보단 날아오는 폭탄과 숨겨진 지뢰를 피해 가며 그 날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들의 집단이라는 특수성은 이를 더 힘들게 한다. 우리는 훨씬 더 섬세하고 예리하며 감정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일도 많은 이 곳에서 하루하루를 무사히 넘어가기 위한 나만의 수칙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무조건 ‘’이다. 병원에서는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의사도, 환자도, 보호자도 그리고 간호사들 조차 한 간호사의 실수에 너그러운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에 있어 실수가 잦고 계속해서 윗사람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을 만드는 이는 아무리 뛰어난 사회성과 친화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간호사 집단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결국 누가 책임지느냐의 싸움이다. 특히 극도로 수직적이고 자칫 법적인 책임까지 갈 수 있는 병원은 이 문제에 있어 더욱 예민하다. 따라서 식상한 말이지만 결국은 노력이 정답이다. 부서 내의 윗년차 선생님들과 아랫년차 후배들과 잘 지내고 싶다면 힘들고 지쳐도 집에 와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떠한 요령도 꼼수도 없다. 그러나 문제은 때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들이 발생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인지라 완벽할 수 없기에 나의 노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숨겨진 지뢰를 밟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수 앞에선 ‘정직’만이 살길이다. 이 말은 단순히 ‘거짓말은 나쁘니까’의 뜻이 아니다. 거짓말을 해봤자이기 때문이다. 실수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하면 부서에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자초지종 파악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은 들통 날수 밖에 없다. 간호사의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기록이 남는다. 약을 하나 줘도 몇 시에 누가 약을 수령해서 누가 보관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 약을 줬는지 추적하면 숨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자칫 당장 눈 앞에 맞닥트릴 화가 두려워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순간 화를 면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쟁이라는 수식어만 하나 더 얹어질 뿐이다. 그리고 이 수식어는 당신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 던지간에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따라와 재를 뿌리고 갈 것이다. 거짓말쟁이에겐 어떠한 인정도 칭찬도 주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좋건 싫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정직 단 하나이다.


 정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정직한 순간 그래도 진실을 말한 것에 대해 누군가 알아주고 인정해줄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현실에는 없는 드라마 같은 일이라 말하고 싶다. 정직에 대한 대가는 비난이다. 싸늘한 시선과 날카로운 말들은 어김없이 날아온다. 악몽 같은 순간을 피해 갈 도리는 없다. 다만 그 모든 순간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을 각오하는 용기만이 정직한 이를 지탱해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함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모든 관계를 길게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잊힐 수 있다. 그때의 비난들도 그 순간에는 고통스럽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지나가면 사그라든다. 절대로 실수 따윈 하지 않을 것만 같은 하늘 같은 선배들도 인간미를 서로 뽐내기라도 하듯이 돌아가며 작은 실수들을 남기게 되며 그렇게 다른 이의 실수로 나의 실수는 또 묻힌다. 그러나 묻혀진 사건 위에 남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인식뿐이다. 일은 경험이 쌓이면 늘 수 있지만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 이 구역 불변의 진리이다.


 정직은 관계를 쌓기 이전의 기초공사와도 같다. 정직에 정직을 다진 사람에게 쌓는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용기에 대한 대가라 할 수 있겠다. 용기 있게 정직이란 타이틀을 얻어내게 된다면 관계의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세워진 관계는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는데 중요한 방패가 된다. 수많은 오해의 상황에서 당신을 지켜줄 것이며 함께 싸워줄 전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따라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용기를 내어 정직의 길을 가길 권한다. 치열한 직장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정직이란 타이틀을 쟁취하길 응원한다. 그것이야말로 넓고 길게 직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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