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공기는 매번 낯설다. 낯섦의 이유는 계절도, 기온도, 햇살도 아니다. 공기 속에 스며든 미세한 긴장, 그 알 수 없는 밀도의 떨림 때문이다. 나는 창문을 열지 않는다. 누가 내 방 안을 들여다볼까 두렵기 때문이다. 문을 나서기 전, 손끝을 확인하고, 가슴을 눌러본다. 오늘도 나는 살아 있는가? 아니, 살아도 괜찮은가?
출근길, 나는 매일같이 동일한 궤도를 돈다. 그러나 발밑은 언제나 낯설다. 모퉁이 저편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횡단보도 위를 달려오다 나를 향해 꺾이는 자동차의 상상. 그것들은 상상이기를 거부하며 현실을 슬쩍 침범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을까.
가방 안에는 응급약, 소형 손전등, 접이식 우산, 그리고 이름 모를 부적까지 들어 있다. 말하지 않았지만 작은 접이식 칼도 있다. 이것은 나만의 재난 대비 키트다. 세상은 무정하고, 나는 나를 지켜야 하기에.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갈 때, 나는 늘 뒷사람의 발소리를 계산한다. 혹시 누가 일부러 등을 밀지는 않을까. 개찰구 앞에서는 한 발짝 더 떨어져 선다. 이어폰은 귀에 꽂지만 음악은 재생하지 않는다. 소리를 감지하기 위함이다. 음악은 나에겐 사치다. 주위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날도 그랬다. 붐비는 전철 안, 앞에 선 남자가 가방을 내 허벅지에 밀었다. 무의식적인 동작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날 하루 종일 그 무게를 떨쳐낼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짓누르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오후가 되자 몸은 저릿했고, 속은 울컥이는 파도처럼 뒤틀렸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회사에 도착하면 불안은 더 명확한 형태를 띤다.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숨을 삼킨다.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모니터 너머에서, 복도 창문 너머에서, CCTV의 시선처럼. 동료들이 웃을 때, 나는 그 웃음 속에서 내 이름이 빠진 농담을 듣는다. 언젠가 회의실에서 한 동료가 내 프레젠테이션을 두고 말했다.
"이건 좀 감정적이지 않아?"
그 말은 칼처럼 내 안에 박혔다. 이후 나는 발표를 준비하며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감정은 불필요한 것, 나는 비효율적인 사람. 그 문장은 내 존재에 도장을 찍었다.
점심이면 공원 벤치로 나간다. 도시락을 먹으며 까치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틈에서 숨 쉬는 것보다 까치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더 편하다. 까치는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까치는 말이 없다. 나는 종종 까치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살아 있다고. 입 밖으로는 내지 않지만, 내 심장은 그 말을 듣는다.
불안은 인간관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전 존재를 흔드는 지진이다. 택배 알림음에도 심장이 내려앉고, 낯선 번호의 전화는 숨을 멎게 한다. 정전기 소리에도 놀라고,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가 내 문 앞에 멈추면, 나는 숨을 참고 방문을 응시한다. 손잡이가 덜컥 내려올까 봐, 도망갈 경로를 머릿속에 그린다.
이런 날이 반복된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라 이름 붙인다. 이름이 붙자 현실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름은 고통을 줄여주지 않는다. 증상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내 일상은 여전히 견디기 어렵다.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이 상상하고, 더 많이 피로하다.
가끔은 내가 겪지 않은 일조차 나를 짓누른다. 뉴스에서 본 사건, 지인의 불행, 모든 것이 나의 미래처럼 다가온다. 누가 내 가족을 해칠까 봐, 내가 사고를 낼까 봐,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죄인이 될까 봐—가능하지 않은 상상 속에서도 나는 무너진다.
어떤 날은 불안이 몸을 점령한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은 식는다. 입 안은 마르고, 위장은 경련을 일으킨다. 밤엔 꿈속에서도 쫓기고 도망친다. 눈을 떠도 꿈은 계속된다. 나는 단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다. '그냥 마음의 문제'라는 말이 얼마나 무력한지, 나는 몸으로 안다.
어느 저녁,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버스 창밖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정말 살아 있는 걸까?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핸드폰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나만이 모든 소음을 듣고, 모든 시선을 의심하고, 모든 상황을 예비하는 사람 같다. 그들과 다르다는 이 감각이 안심이 아니라, 절망처럼 느껴진다.
집에 도착해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몸을 묻는다. 심장은 쉼 없이 뛴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마치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을 예고하듯. 마치 세상 모든 것이 나를 향하고 있는 듯. 나는 심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나조차 그것을 숨겨야 했던 사람이다. 그것이 나의 하루였다. 그리고 내일도, 나는 그 하루를 또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