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요즘 가끔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정확히는, 이 행성의 속도에 맞춰 살 수 없는 어떤 타성의 존재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문득 그들의 언어가 먼 행성의 전파처럼 들릴 때가 있다.
웃음소리도, 인사도, 위로도 다 낯설게 반짝인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이 지구에 맞는 사람일까?”
처음엔 그 질문이 부끄러웠다.
사회생활을 하며, 연애를 하며, 가족을 만나며
나만 유난히 예민하고, 느리고,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이는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내 안의 그 ‘외계적인 나’를 숨기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건 도피가 아니라 고백에 가깝다.
나는 일터에서의 공허, 관계 속의 미묘한 거리감,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겪는 내면의 이상기압들을
조용히 기록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허무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그걸 관찰이라고 부른다.
이 글들은 실험노트이자 일기다.
어쩌면 내 영혼의 기록 장치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기서, 지구에서 관찰한 일들을 쓴다.
사람의 체온, 말의 온도, 기억의 냄새, 눈물의 화학식 같은 것들.
그 속에서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해보려 한다.
내가 외계인이라 믿는 건 거창한 망상이 아니다.
그건 내가 여전히 ‘느끼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아무리 피곤해도, 여전히 사랑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니까.
그 모든 감정은 이 행성에서 배운 언어다.
나는 오늘도 그 언어로 나를 번역하려 애쓴다.
이 연작은 그런 나의 실험 기록이다.
삶에 지쳐 잠시 다른 별을 꿈꾸는 사람들,
자신의 감정을 번역하느라 고단한 사람들,
그리고 이 세계의 속도에 익숙해지지 못한 모든 외계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조금씩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혹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지구에서 산다.
조용히 숨을 쉬며, 관찰하고, 느끼고, 기록한다.
그게 내가 이 별에 온 이유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