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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아재 Oct 17. 2019

먹튀냐 재활원이냐

내 맘대로 지켜본 사모펀드 이야기 - #1


다가오는 2019년 10월 19일은 내가 처음 입사한 후 내 커리어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습게도 처음으로 첫 직장에 출근했던 2009년 10월 19일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이 날에 혼자서나마 소박하게 커리어 10주년을 자축할 계획이다. 어느새 회계 법인을 떠나 사모 펀드에 정착한지도 거의 5년이 되어 가고 있고, 사모 펀드에 관한 글은 전부터 꼭 한번 쓰고 싶었다. 그리하여 펜(?)을 아니, 키보드를 오랜만에 잡았다.




#프라이빗 에퀴티(Private Equity: 사모펀드)



생각보다 상당히 다이내믹한 곳이다.


사모 펀드에 대해서는 사실 일반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름부터가 참으로 이상하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사모해?" "뭘 사모해?"라고 반문할 수 있을 만한 괴상한 이름이다. 사모 펀드는 굴리는 캐피털 사이즈가 중요하지만 운용 자체에는 많은 직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금융 쪽에선 종사자가 워낙 적은 분야이기도 하다. 사모라는 말 그대로 사적으로 돈을 모집하여 운용하는 상당히 폐쇄적인 성격의 펀드인데 우리가 쉽게 접하고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의 펀드들은 공모 펀드로 그것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보통 투자하는 딜(Deal) 자체가 기업을 통째로 사고파는 일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거액이 오고 가고 기업 간의 인수 및 합병 프로세스를 뜻하는 M&A(Mergers & Acquisitions)로 시작해서 M&A로 끝난다고 볼 수 있다. 투자 사이클 5년-10년으로 대체적으로 길기 때문에 흘러가는 것이 느리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일하면서 늘 느끼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인수, 합병, 매각 딜이 전쟁처럼 펼쳐진다. 그중 수많은 딜들은 진행 과정에서 캔슬이 되기도 하고 많은 경우에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투자 내용이 맺어지기도 하는 생각보다 다이내믹한 직장이다.


사모 펀드는 간단히 주로 기관이나 대형 투자자들, 월가(Wall Street)의 돈을  투자받아다 지지부진한 기업을 인수하여 고장 난 부분을 뜯어고쳐서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함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사모 펀드라면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같은 월가의 돈도 상당히 들어와 있지만 대학교나 병원, 심지어 나라에서 운영하는 펀드나 공공연금 같은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이 상당히 많이 투자자로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의 성격 자체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이다. (이따금 돈 많은 개인 투자자들도 종종 보이는데 이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당수는 회사 윗사람들과의 인맥이 아닐까 싶다.) 밌는 점은 투자의 성격 탓인지 회사의 많은 일들이 상당히 폐쇄적이고 확실히 비밀스럽게 돌아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도 "That's confidential. (그거 기밀이야)" "Don't share it. (그 자료 공유하지마)" 이런 얘기들을 계속 해서 듣곤 한다.



세계 투자 자본을 지배한다고 하는 월스트리트는 고작 8블록으로 10분이면 다 걷는다는 사실




#문과의 꽃



큰돈을 벌고 싶다면 사모 펀드로 가라?


세계적으로 가장 큰 대표적인 사모펀드들로는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 KKR, 블랙스톤(The Blackstone Group), TPG 등이 있는데 보통 AUM(Assets under management) 혹은 출자금(Capital raised)으로 그 규모를 나타내곤 하는데 가장 큰 사모펀드들은 100-150조 이상을 굴리고 있다.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근 10년간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도 꾸준히 커왔는데, 한국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로는 MBK파트너스가 있다. 대략 12조 정도의 캐피털을 굴리는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해 소유한 것으로도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fun fact – 홈플러스는 삼성물산과 영국의 테스코 합작법인으로 시작해 아직도 삼성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사모펀드를 이끄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투자 은행(Investment bank)과 컨설팅(Consulting) 회사 출신들이다. 학부 때 회계사로 진로를 어느 정도 확실시했던 나와 달리, 주위에 투자 은행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유학생 형, 누나, 친구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JP 모건(JP Morgan), 리먼 브라더스 (Lehman Brothers), 베어 스턴스 (Bear Sterns), 메릴 린치(Merill Lynch), 시티그룹(Citi Group)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짱짱한 곳들이 참 많았다.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파산하거나 합병 당해 버린 회사들이 상당수이지만 이런 곳들은 수많은 문과생들의 간절한 꿈이었다 (IB와 컨설팅 둘 다 같이 일해서 돈을 많이 번다는 것 또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중에 영어 문제, 학점 문제, 신분 문제, 인터뷰 난관 등으로 실제로 투자 은행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해 봐도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으니 투자 은행 취업에 성공한 유학생 선배, 후배는 무리에서 말 그대로 레전드가 되었고, 영웅담을 들려주는 영웅이 되었었다. 지금은 "문송합니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IT 붐이 일고 공대가 각광받는 시대이지만 서브 프라임 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IB나 컨설팅은 수많은 취준생의 성공으로 가는 목표였었다.

 

그토록 들어가기도 힘든 투자 은행인데 그렇게 해서 투자 은행에 들어간 인문계의 날고 기는 인재들이 이후에 가고 싶어 하는 1순위를 다투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프라이빗 에퀴티 (aka 사모 펀드)이다. 그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강아지같이 일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투자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널럴한 근무시간과 대기업 느낌에서 벗어나 조금 더 친밀한 팀 분위기, 그리고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성과보수를 노리고 이직해 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에도 매년 신입 어소시에이트 (Associate)들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아이비리그 출신에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펌 2년 경력을 갖고 들어온다. (fun fact - 사실 사모 펀드의 투자를 담당하는 이들의 학력과 경력이 중시되는 이유는 똑똑한 머리를 이용해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이는 이력이 중요시되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는 직접적으로 딜에 관여하지 않지만, 재무팀에서 일하는 것이 한 가지 재밌는 점은 회사가 버는 돈을 속속들이 안다는 것과 대충이나마 투자팀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벌어들일 어마 무시한 돈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회계사 나부랭이에게 성과금 잔치는 크게 해당 없는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씁쓸..) 단순히 이런 경제적 능력 측면에서만 보자면 투자를 담당하는 이들이 참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주관적인 견해지만 인문계 출신으로서 할 수 있는 직업들 중에 사모 펀드에서 성공하여 디렉터/파트너를 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일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fun fact - 사모 펀드의 매니징 파트너가 되면 회계사나 변호사로서 탑 티어(Top tier)급 펌에서 파트너를 달아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받는다고 보면 된다. 개인 전용기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별장, 요트, 취미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기도 하는 그들은 대박 딜이 터지면 한해에 성과 보수로 몇백억 이상씩도 가져간다. )




#론스타 게이트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사모 펀드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부각되는 일이 많았다.


마른오징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고 했던가. 사모 펀드를 논하면서 론스타 이야기를 빼 놓을 수가 없다. IMF 이후에 무너져가는 한국 경제에 빨대를 꽂으러 머나먼 텍사스에서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투자하러 온 론스타(Lone Star)라는 사모 펀드가 있다.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이 론스타 게이트는 아직까지 먹튀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3년경 론스타는 IMF 이후 부실 위기에 처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을 인수하면서 그 존재가 한국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일개 외국 펀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중 은행 중 하나를 통째로 사버린 정말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그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2010년 하나은행에 매각하며 판매 수익과 배당금으로 어마어마하게도 총 6 이상의 이익을 남기는데 한국에서 IMF 이후 해외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심리로 인해 먹튀 회사로 찍히며 정말 말 그대로 엄청난 쌍욕을 먹었었다. 이 론스타는 또한 2003년 같은 해에 극동건설을 1700억에 인수해서 3년 만에 배당수익으로만 2200억 이상을 뽑아내고 2007년도에 웅진그룹에 극동건설을 다시 6600억에 매각하는 정말 레전드 오브 레전드급 딜을 성사시키도 했는데,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인수 이후 경영 위기와 부도의 길을 향해 가다가 눈물을 머금고 큰 자식과도 같은 웅진코웨이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2013년에 팔게 된다. (fun fact - 2018년에 웅진그룹 회장 회사의 전성기를 이끈 자식 같은 코웨이를 끝끝내 잊지 못했는지 MBK 파트너로부터 다시 재인수하게 되고 인수 완료 3개월 만에 다시 무리한 인수라는 씁쓸한 평가를 받으며 악화된 그룹 재무 상태 때문에 또다시 한번 코웨이 매각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흐.. 흑우 인증?) 그리고 MBK는 6년 만에 1조를 남겨먹는 수익률 100% 개꿀딜 성사..)


그렇게 욕을 먹다가 빡친 론스타는 2012년에 한국 정부에 한국 정부가 매각을 중간에 막아 자신들이 입은 손해들을 보상하라며 ISD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라는 국제 소송을 걸게 된다. 사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와 외환은행을 나중에 인수한 하나은행을 상대로 각각 국제소송을 걸었는데 대한민국 정부와의 소송은 2019년 하반기 선고 결과 예상이었으나 7년이 지난 아직도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최근에 론스타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2016년에 건 소송에서는 하나은행이 승소했다. 아무래도 이 판결문을 ISD에서 증거로 채택할 움직임도 보이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꼭 한국 정부가 유리하다는 느낌은 아닌듯하다. 내년에 발표될 선고 결과가 개인적으로 참 궁금하다. (fun fact - 론 스타 펀드는 2019년 현재에도 건재하며 45조 가량의 펀드를 잘 운영하고 있는데 2017년도에는 포르투갈의 큰 은행인 노바 뱅코(Nova Banko)를 인수하기도 했다. 회장이 부실 채권, 부실은행 참 좋아하는 듯.)



한국 법원에 출두한 론스타 회장, 존 그레이켄은 억만장자 순위 215위에 (2019년 기준) 오른 사모펀드계의 큰손이지만 약탈적 금융과 미국 국적을 포기한 비애국자로 악명도 떨친다




#금융계의 먹튀 혹은 재활원


그렇다면 과연 론스타는 먹튀였을까? 한국 내에도 수많은 사모펀드가 운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면 그 당시 뒤쳐져있던 한국의 금융기법에 론스타가 선진금융기법으로 참 교육(!)을 실전했다는 재평가가 많다. 외국 자본이 수조 원을 챙겨 나가는 것이 국민 정서에 반발심이 드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의 부실 상태는 어마 어마 했기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한국에서는 사모펀드라는 개념조차 없었으며 외국 회사들과 경합해서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하고 그 큰돈을 투자해 인수할 만큼의 자본을 투자할 토종 펀드의 존재 자체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뛰어들만한 다른 대기업도 없었다. (fun fact – 실제로 한국에는 2004년 이후부터야 제대로 된 사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었는데 급속도로 발전해서 2019년 올해 기준으로 이제 한국 내에 400개가 넘는 사모펀드(PEF)들이 있다고 한다.)


론스타 게이트는 너무나도 많은 사건과 사실 관계들이 얽혀 있어서 몇 마디 문장으로 정리하기가 어렵고, 먹튀다 아니다의 논란 역시 아직까지도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론스타 게이트에서 정치적인 문제나 자본비율 논란, 세금과 합법성 관련 법정공방, 헐값 매각 논란 등을 모두 제쳐두고 딜의 본질 자체만 들여다보자면 사실 사모 펀드의 핵심은 어느 정도 보인다. 잘 굴러가던 큰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헐값에 인수해서 문제점들을 고친 후에 가능한 다시 비싸게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가 돈을 버는 비즈니스 구조의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능한 싸게 사서 재무와 경영상태의  건전성(Soundness)을 회복 한 뒤 최대한 비싸게 되파는 것이 그 비즈니스의 전부인 것이다.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판 또 하나의 외국 사모펀드의 한국 내 성공사례는 바로 OB맥주이다. OB맥주의 케이스는 사실 론스타 때와는 반대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 세계 Top 3안에 드는 미국의 사모펀드 KKR(Kohlberg Kravis Roberts)이 2009년에 홍콩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와 함께 OB맥주를 2 조가량에 공동 인수해 5년 만에 4조가까운 매매차익을 남기며 역대급 엑시트(Exit)라는 명성을 남겼는데, OB맥주는 매각되기 전 KKR에 속해 있을 때 하이트를 제치고 당당히 업계 1등을 달성했었으니,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모펀드는 금융계의 재활원의 역할을 해냈다고도 할 수 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기술 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변화시킨다.


'창조적 파괴'라는 는 경제용어가 있다. 난 이 용어가 사모펀드의 속성에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썩은 것을 도려내고 새살을 나게 한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과정에서는 또한 많은 우려도 낳는다. 부작용으로 비칠 수 도 있는 부분은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함으로 인해 인수당하는 회사가 겪게 될 수도 있는 일들이다 -  뼈를 깎는 정리해고, 경영진 교체 및 구조조정과 회사 자산 처리 등 사모 펀드는 철저하게 회사를 개조해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도덕적으로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나 자본주의가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사모펀드는 그저 21세기의 자본주의의 원칙에 의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 철저히 경제원리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사모 펀드 입장에서도 믿고 돈을 맡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돈을 안겨줘야 하니 말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서 사모 펀드가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사모 펀드에게 투자 인수 당한 회사)의 초 장기적 미래에 대해 신경을 쓰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니오" 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말은 즉슨, 사모 펀드는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20-30년 앞까지 계획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5년-10년인 투자 사이클에 맞춰 회사를 개조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인 실적을 내는 것에 치우칠 때가 많고, 먼 미래의 기업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기는 힘들다. 뭐 그렇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회사를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사모 펀드의 경영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 많다. 안타깝게도 사모 펀드가 갖는 사업성의 본질과 그 속성상 도덕성이나 어떤 투명성을 요구하기는 사실 힘들다. 존재 자체가 그렇게 돈을 벌려고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목표의 궁극적인 사업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대박 보단 중박


사모 펀드는 돈을 잃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을 잃긴 잃는다. 그런데 그 돈은 투자자들의 돈이다. 이 세상에 백전불패의 사업이란 당연히 없겠지만, 내가 5년간 직접 그리고 간적접으로 경험한 사모 펀드는 돈을 벌기 위해 상당히 영악하게 짜인 사업 구조에 가깝다. 물론 투자액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쌓아놓은 수익률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펀드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붙긴 할 것이다. 어쨌든 돈을 잃기 힘든 이유는 사모 펀드가 돈을 버는 방식에 기인하는데 사모 펀드는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다. 1) 첫 번째는 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회사로부터 경영의 대가로 받는 운용 보수 혹은 관리 보수라고 하는 매니지먼트 피(Management fee)이고, 2) 두 번째는 포트폴리오 회사를 되팔았을 때 챙기는 매매차익이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사실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사모 펀드가 매각이나 경영을 통한 배당금으로 수익을 내건 내지 못하건 운용 보수는 계속해서 챙긴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만 보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긴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합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사모 펀드는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사모 펀드의 수익률은 투자유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오랜 기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 게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형편없는 사모 펀드로 인식되면 그 펀드는 투자를 유치할 수 없고 결국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모 펀드는 중박을 노리는 딜을 많이 진행한다. 이 점은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과 차별화 되 점 중의 하나이다. 서로 경쟁하는 회사들 사이에서는 경쟁회사가 사모 펀드에 의해 인수되게 되면 내심 흐뭇해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사모 펀드는 아무래도 단기적인 실적 향상을 노리기 때문에 위에 말했던 내용처럼 초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에 대한 노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벤처 캐피털은 사모 펀드와 달리 경영권을 가져오지 않고 보통 시작 단계에 있는 유망한 테크 회사들에 여럿 투자해 그중 몇 개의 대박을 노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벤처는 실패하는 투자도 많지만 그중 몇 개만 대박을 터뜨려도 모든 손해를 다 메꾸고 남는 큰 이득을 얻는 방식이다. 회사에 투자해서 그 가치가 오르면 되판다는 공통점은 분명 있지만, 사모 펀드들이 보통 이미 성숙한 단계의 기업들을 사는 것과는 투자 시작단계부터 성격이 좀 다르다.




#운명 공동체


사모 펀드.. 투기같이 안 좋은 거 아니야?


사모펀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뭔가 투자보다 투기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반인들이 투자하기에 접근성이 안 좋고 부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 느낌이 많이 나기에 거부감부터 드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진입 장벽이 높고 투자를 하기 위해 부어야 하는 액수는 기본 수억에서 수십억으로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몇십억, 몇백억, 심지어 몇조의 가치를 가진 회사를 통째로 사는 딜을 수시로 해야 하는데 몇 백에서 몇 천만원식의 개미 투자금을 모아서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특히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운명적으로 사모 펀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모 펀드들의 가장 큰 투자자들이 바로 각종 연금 공단들이기 때문이다. 인과 관계를 따져보자면 사모 펀드는 이런 기관 출자자들의 투자 니즈(Needs)에 맞춰 탄생된 사업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큰 기관들은 대체로 오랜 기간 동안 아주 많은 자금을 유지하고 있고, 그 큰돈을 굴려서 불리기는 해야 하는데 벤처 캐피털처럼 투자하자니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실패 확률이 너무 높고 그렇기에 자연스레 성숙되었지만 저평가된 기업들을 사고파는 사모 펀드 같은 역할의 투자회사가 등장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사모 펀드가 성공적인 엑시트(Exit:회사를 팔아 딜을 끝내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프로세스)를 완료하게 되면 수많은 대학교의 기부 기금, 주정부와 공공기관의 연금 펀드, 공무원 퇴직 연금 등 각종 기관 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진다는 것이고 그것은 또한 그 돈을 부어 넣은 개개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모 펀드와 대중은 어쩌면 '운명 공동체'이다. (fun fact - 론스타 사모 펀드에는 미국 오레곤 주 공무원 퇴직 연금 펀드라던지 텍사스 교사 연금 펀드라던지 하는 공공 자금들도 많이 출자자로 투자해 들어가 있고 그동안 이어진 론스타의 성공으로 상당히 은 수익률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



통계를 보면 각종 연금 펀드들이 사모 펀드의 가장 큰 투자자이다.




최근 사퇴한 조국 전 법무장관 때문에 ‘조국 효과’중 하나로 사모펀드에 관한 대중의 관심도가 꽤나 늘어났다. 한국에서 불법적인 운용이나 부유층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될까 하는 사회적 염려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사모펀드 활성화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11개월째 표류 상태라고 하니, 조국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해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이 가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염려를 해 본다.





문과 가지 마세요.. 그냥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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