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 최종본을 완성하고 나니 정말 박사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스물 다섯의 나는 어느덧 서른 중반을 향해 가고, 가진게 없던 대졸 도비는 마찬가지로 가진 것 없는 박사 도비가 되어있었다.
늘 과제와 논문이 함께 해서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았던 삶이었다. 연말이던 크리스마스던 언제나 해야할 것이 있었고 써야할 글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부터는 꼭 해야할 것이 없었다.
놀랍도록 외롭고 놀랍도록 심심했다.
마치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찾아봐도 늘 보던 사람들이나 뭘 볼 줄 알지, 뭐가 있는지 뒤적거리다가 결국 한 편의 동영상도 틀지 못했다.
많은 박사 졸업자들이 졸업 후 우울감을 경험하곤 한다. 마치 산후우울증처럼 논문을 '출산'하고 겪는 허망함과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에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해방감 뿐인 즐거운 졸업일 줄 알았는데 나도 벌써 이런 외로움을 느끼는 걸 보면 우울감도 곧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푹 쉬고, 축하할 일은 거하게 축하하며 한 시대를 종결하고, 이제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