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실] 0화-2

오늘의 교실_학교라는 공간

by 꿈몽글

오늘의 교실 0화 2

유튜버 T와의 두 번째 만남 땐 좀 더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다시 결론을 말씀드리면, 현재 2026년 오늘날의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생생하게 알아보기 위해, 저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교실에 앉아 하루 종일 수업을 참관하는 거죠. 조작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교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계획과 함께 포부를 밝히는 그녀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그래, 같이 일을 할 파트너가 의욕이 넘치는 건 좋다만…. 과연 이 사람이 교육에 대해 얼마나 잘 아나,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의구심도 들었다. 뭐랄까, 냉혹한 현실을 잘 모르고 마냥 붕 떠 있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초심자 특유의 서툴고 당돌한 분위기가 잔뜩이었으니까. 본인에게 함께 일하자고 손을 내민 사람의 기대에 굳이 훼방을 놓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준으로서는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걱정되는 부분을 확실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대한민국에서 교실은 닫힌 공간 아닙니까? 기껏해야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는 날 정도는 되어야, 일 년에 한두 번 보호자들이 간신히 들어가 참관할 수 있잖습니까. 그마저도 생색은 엄청 내죠. 그런 상황에 아무 관련 없는 저희가 교실에 들어앉아서 감시하고 있는 걸 환영할 학교가 있긴 한가요? 요새는 교사들이 게을러져서 체육대회도 한다, 안 한다, 말도 많아요. 학부모들이 학교로 못 들어오게 틀어막겠다는 거죠. 심지어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는 소풍조차 안 가려 하고, 그렇게 게을러터진 학교의 문을 어떻게 열 생각인지요. 학생들 초상권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요.”

기준의 물음엔 분명 일리가 있었다. 외부인에 대한 접촉을 꺼리는 요즘 학교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외부 손님이 쉽게 들어가는 것이 정말 가능한 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예전엔 온 동네, 지역사회가 모임의 장을 마련하며 구심점이 됐던 학교라는 공간이 그렇게나 삭막한 공간이 되어가는 것도 기준의 관점에선 철저히 비판받아야 마땅한 퇴행적 변화 중 하나였다. 체육대회 때 동네방네 주민들이 모여 하나가 되던 그 추억, 그런 건 이제 찾아볼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 오늘날 학교가 아니던가. 이것이 기준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맘카페에 업로드된 글들을 통해서도, 수업 시간이 끝난 후까지 학교에 아무도 일절 들어오질 못하게 막는 학교의 대처에 대한 불만을 자주 살펴볼 수 있었다.

기준의 질문에 유튜버 T는 곧장 두 눈을 지긋이 초승달처럼 살짝 감아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이는 분위기를 사뭇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기준의 마음속에서 대한민국 학교의 한심한 모습이 연상된 결과로 뜨겁게 들끓었던 분노의 감정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여유롭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로 그런 소소한 문제들을 저희 유튜브 방송팀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그래도 나름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슈 메이커라구요. 제 영상을 주로 보는 연령층이 10대부터 30대까지인 건 혹시 알고 계셨나요? 생각보다 어린 세대 친구들에게 제가 파급력이 있습니다. 얼마 전엔 제가 유행시킨 밈이 틱톡에서 떠돌아서 어린이 및 10대 청소년 구독자도 팍 늘었어요.”

T는 검지를 세워 보이며, 바로 이게 중요한 점이란 듯이 강조했다.

“제 유명세를 이용하면, 교실 하나 캐스팅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교실의 주인공이자 세상의 주인공이 될 우리 어린이 친구들, 그리고 학생 여러분을 「오늘의 이슈」 채널의 주인공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제안이 분명 매혹적일 거예요. 방송 한번 나오고 싶어서 안달인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하하. 동시에 부모 중에서도 이런 걸 반기는 사람들이 때때로 있고요. 뭐, 영상 출연에 동의 안 하는 학생은 모자이크 처리를 확실하게 해줄 거니까, 그런 부분의 문제도 다 해결되고요. 결국 학교장과 담임교사 동의까지만 거치면 이제 저희를 방해할 건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점, 학교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리자분들도 결국은 쉽게 동의를 해주시더군요. 거기에 제가 약간의 도움을 주겠다는 달콤한 호의도 살짝 얹을 거라서요. 졸업식 때 축하 인사 영상을 제작해 준다든지 하는, 소소한 제안요.”


그렇게 설명을 이어가는 유튜버 T의 표정에는 자신이 넘쳐 보였다.

“아, 안 그래도 이미 교실 하나는 미리 찜해놨어요. 그 부분도 논의해야 해서, 거기 담임 선생님이 곧 여기로 오시기로 했는데…. 이제 슬슬 오실 때도 되었으니, 잠깐 그 분께 연락 좀 해볼게요.”

아, 역시 50만 유튜버인가. 교실 문을 여는 것도 쉽다라….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유명한 것이 최고인가. 그가 생각에 빠진 사이에 유튜버 T는 휴대전화로 바삐 문자를 타이핑하다가, 다시 기준에게 설명을 덧대어 나갔다.

“그러니까요, 작가님. 그런 자질구레한 걱정은 확실히 접어두셔도 돼요. 제가 작가님께 바라는 부분만, 교육학에 대해 두터운 식견을 통해 교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모습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깊이감만 잘 확보해 주세요. 이번 프로젝트를 만들며, 문제가 될 부분은 제거하고, 방송에 나올 학생과 교사를 캐스팅하는 것까지도 저희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요.”

본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판을 깔아줄 테니, 하던 대로 교육의 모두까기 인형이 되란 말이군. 그 역할에 대해선 누구보다 본인이 적임자라는 자신이 있기에, 기준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씨익 웃음을 머금었다.

“안녕하세요.”

그때였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준이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보다 열 살 정도는 어려 보이는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오셨어요, 선생님. 바쁘신데 이렇게 사전 미팅까지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에고, 늦어서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신 건 아니죠?”

맞은편 의자에 단정한 자세로 앉는 그를 천천히 바라봤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건강한 맷집에 적당한 체구를 한 30대 정도의 남자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어떻게 봐도 숨길 수 없는 교사스러움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안경 렌즈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특유의 아는 체하는 샌님 느낌도 가득했고. 아마 길을 가다 마주쳐도 ‘이 사람은 교사일 것 같다.’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점에서 기준이 갖고 있던 교사의 스테레오 타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퇴근하자마자 바로 와주신 거잖아요. 아, 여기 제 옆에 앉아 계신 분은 교육 전문가 이기준 작가님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가담초등학교에 계신 선생님이시고 성함이…. 아, 아차차. 성함은 비밀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시작 조건이라서, 작가님께도 양해 부탁드려요.”

그래, 익명인가. 하긴 자신이 어떤 수업을 하는지 신분을 밝히고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부담스러울 법도. 기준은 최대한 너그러운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

“그럼요.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러면 제가 선생님 호칭을 뭐라고 알고 있으면 좋을지…?”

“아, 영상 속에선 ‘교사 L’로 소개할 거예요.”

짧은 상호 간의 소개를 마친 후 유튜버 T는 곧장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학기 중 무작위로 며칠의 날짜를 골라, 저와 기준 작가님이 L 선생님의 교실을 찾아갈 거예요. 저흰 거기서 촬영도 하고, 학생들과 인터뷰도 할 겁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수업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그 교육적 의의를 확인할 거고요.”

T의 말을 듣던 중 교사 L은 입술을 다시면서 말했다.

“언제 오시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거죠?”

T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저희 방송의 취지가 정말 오늘날 대한민국 교실 속 수업 장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거라서요. 시청자들이 인위적으로 꾸며져 있는 수업은 바로 알아차릴 게 뻔하기도 하니까요. 저희가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를 기점으로 선생님은 그냥 편하게 원래 하던 대로 수업하고 계시면, 어느 날 저희가 깜짝 방문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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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이어받아 기준이 말했다. 마음에는 딱히 없지만, 상대를 위해주는 척을 예의로나마 할 요량이었다.

“아무래도 선생님께선 좀 부담스러우실 순 있겠습니다. 그래도 대중에게 공개되는 수업인데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하시는 건….”

그 말을 듣고 있던 L의 미간이 단숨에 찌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뭐지, 기분이 나빴다… 이건가? 도리어 기준의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던 찰나, L이 입을 열어 말했다.

“아뇨, 아뇨. 그런 의미에서는 아닙니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요. 원래 하던 대로 수업하는 것 자체는 부담이 되지 않아요. 언제든 오셔도 괜찮죠. 다만 저로서는 그 방식이 학사일정과 충돌하거나, 다른 업무에 혹시 지장을 줄까, 이런 부분에서 염려가 되는 거죠.”

핑계는. 교사들이 수업 후 놀고먹는 거 뻔히 아는데, 학교가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다른 업무 타령인지. 당연히 존재할 공개수업에 대한 부담감에 공감하는 말을 기껏 해줬더니,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는 저 수준이 알만 하다 싶었다.

그래, 어쩌면 기준에겐 차라리 잘 된 셈이다. 어쭙잖게 한 팀이라는 생각에 동료의식이나 연민의 감정이 뒤섞인다면 저 교사의 수업을 냉철하게 분석하기 어려울 텐데. 상대에 대한 호감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지금, 기준은 그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수업 비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건 저희가 학사일정을 미리 파악한 후, 업무에 지장이 없게끔 추진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전제로 언제든 교실에 오셔도 수업을 편히 보셔도 되겠습니다.”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사답군요. 훌륭합니다.”

기준은 딱히 진심을 녹여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 교사 L도 역시 그러하였다.

“대표는요. 그냥 다들 하는 대로 하는 거죠, 뭐.”

들을수록 저 말투가 참 건방지단 말이지. ‘다들 한다’라는 저 끝말도 기준의 시선에서는 영 가당치가 않았다.

그래, 뭐가 됐든 어떠하냐. 적어도 이번에 유튜버 T가 주최한, 오늘날 교실의 현주소를 날것으로 보여준다는 설정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 교사로 초대된 자의 수업 수준이 얼마나 처참한지 찾아내면 그만인 것을.

“… 그러면 이렇게 내용 정리된 것으로 알고, 다음 녹화일 때 뵙겠습니다!”

해맑은 목소리로 T는 삼자가 대면한 첫 미팅을 마무리했다. 결정된 바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교사 L의 교실을 올해 다섯 차례 방문한다.

둘째: 아침 업무 시작 시점부터 오후 업무 종료 시점까지 촬영을 진행한다.

셋째: 수업이 종료된 이후, 그날 수업 내용에 대한 토의를 시작한다.

넷째: 모든 과정은 악의적 편집 없이, 양쪽의 입장을 잘 반영하여 T의 SNS 채널에 게시한다.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나누고, 각자 돌아가려던 순간, 기준은 잠시 멈칫하며 생각에 빠졌다.

‘있는 그대로의 수업을 보려면, 지금 바로 교실에 가보는 것이 적기 아닐까.’

L이 먼저 학교 건물 밖으로 나서는 것을 보다가, T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T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협의도 마쳤으니 내일 바로 L 선생님의 교실에 가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T는 빵 터지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핫, 역시 작가님은 정말…. 제가 이래서 작가님을 모신 거라니까요. 정말 아예 꾸밈 없는 교실을 한 번 봐보자, 이 말씀이죠? 좋은 생각이에요. 바로 내일 교실로 가보죠.”

그래, 굳이 어영부영 상대에게 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더 줄 필요는 없지. 그랬다간 아마 장학사나 학부모가 오기 전 부랴부랴 수업을 급조하여, 평상시엔 하지도 않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수업이나 해댈 테니. 어릴 때부터 봐와서 잘 안다, 이 말씀이야. 대중에게 그런 포장된 교실을 보여줄 순 없지.

그렇게 T와 기준은 다음 날 바로 교사 L의 교실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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