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부를 바라보며

민주주의 핵심은 신뢰다.

by 한신자

행정학에 대한 전공을 선택한 저로서, '신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뉴거버넌스'가 떠오릅니다. 뉴거버넌스는 최신의 정부형태이론을 말하며, 핵심은 정부 각 부처 간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시장과 신뢰로서 상호작용을 하여 서비스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신뢰란 것은 비단 뉴거버넌스의 정부형태에서 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헌법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무엇입니까? 바로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국민은 국가를 관리할 국가기관을 만들고 자신의 주권을 대신 표현해 줄 사람을 선출합니다. 선출한 사람을 기관에 따라 '의원'혹은 '대통령'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신뢰가 등장합니다. 어떻게 우리는 대리자를 선출할 수 있었습니까? 대리자에게 자신의 주권을 대리해 달라고 할 만큼 신뢰해서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 권리인 투표권은 국민의 주권 표출의 방법이며, 그 근간에 신뢰가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신뢰로 만들어졌습니다. 의회뿐만 아니라 헌법 또한 신뢰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제헌의원을 신뢰로서 선출하였고, 선출된 제헌의원은 국민이 신뢰한 정의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여 헌법 제정을 하였습니다.왜 존 롤스는 정의론의 구성 첫 단계로 원초적 입장을 말했겠습니까. 그것의 목적은 가장 신뢰받을만한 정의 구성자로 하여금 진리에 가깝고 가장 정의로운 원칙을 도출해 내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의 정부는 그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인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국민이 가장 많이 신뢰했던, 그 신뢰를 보답해야 했던 대통령이 먼저 신뢰를 부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을 신뢰하여 선출된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하여 국정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자격 없는" 자가 그 일에 개입했으며, 그 결과로 지켜져야 할 정의가 무너졌습니다.

이전부터 현 정부는 국정의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국회의원 투표에서 패배했습니다. 한국 정치의 정당과 그 정당에 대한 인식으로 보았을 때, 국회의원 투표의 결과는 사실상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국정의 신뢰 이전에 대통령부터가 신뢰를 저버리고 있었을 줄.


각종 루머가 떠돌고, 청와대는 그것을 반박합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정부의 가장 기초인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음을, 루머는 단지 그것의 파생물임을. 해결해야 할 것은 루머가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임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 핵심은 책임과 투명성입니다. 책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제도는 의원내각제입니다. 의원이 내각(정부)에 책임을 묻고, 해산시킬 권리를 가지는 이 제도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지금 한국의 헌법은 안정을 위해 대통령제를 채택하였고, 당연하게도 불신임 제도가 구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탄핵이 있으나, 시일과 조건에 의해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촛불을 들고 하야를 외칩니다. 하야는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투명성이란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안보를 위한 일정 차원의 한계는 있으나, 그 이외에는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합니다. 현 상황에서는 자체적인 공개의 한계가 확연하기에, 외부에서 그 공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외부 공개도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책임과 투명성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둘은 연결되어 있어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놓이기도 하고, 동시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위한 방법이 수행된 이후 과연 신뢰가 회복되느냐는 것입니다.


국정안정과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대통령 자신도 걱정한답니다. 분명 한국은 분단국가이며, 그로 인해 국정공백이 안보위험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보, 국정은 일단 국가가 있어야 하며, 국가는 국민의 신뢰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신뢰 없는 국가는 어떤 정당성도 없는 국가와 같으며, 정당성 없는 국가의 활동은 어떤 효력도 없습니다.

뉴거버넌스든, 거버넌스든, 그 어떤 정부든, 국가에 속한 것이라면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반드시 무너집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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