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라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연휴 막바지에 며칠간 언니와 함께 지낼 때의 일이다. 언니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문득 옆에 놓인 언니의 손이 눈에 띄어 슬쩍 잡아 보았다. 그러자 언니는 소스라치며 소름 돋는다 소리쳤다. 뻔히 예상했던 반응이 웃겨서 나는 웃었다.
스킨십에 낯을 가리는 언니와 다르게 나는 제법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생각해보면 나는 참 손 잡는 걸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의 손이 앞에 있으면 괜히 한 번 잡아보고 싶다. 깍지도 한 번 껴보고, 몇 번 조물락대거나 흔들어 보다가 이 사람의 손은 이런 촉감이구나 단순히 생각하며 손을 내려놓아 보고 싶다. 난 그런 게 좋다.
손은 사람마다 다른 촉감과 모양을 하고 있어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지문과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손을 직접 잡아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손을 만질 때 누군가의 손은 뼈 같고 누구의 손은 나무 같고 누구의 손은 반죽 같다. 누군가의 손이 단단한지 부드러운지, 말랑한지 거친지, 건조한지 축축한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되는 게 나는 재미있다. 크고 작은 손, 두툼하고 얇은 손, 정말이지 사람마다 손은 모두 다르고 그 사실이 내가 손을 잡은 이의 고유함을 걸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하나의 손을 알게 되면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이루는 정보값은 너무나도 무수해서, 때로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오히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만을 잘 알게 되곤 한다. 하지만 손을 잡는 행위는 갖은 생각을 뛰어넘어 직접적으로 나에게 상대방을 전달해낸다. 손을 잡는다는 건 내가 감출 수 없는 촉감, 무게, 체온이 상대방에게 건너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것들을 상대방으로부터 전달받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손을 잡는 건 사실 굉장히 멋쩍은 행위이다. 왜 우리는 모르는 사이끼리는 손을 잡지 않을까. 왜 우리가 어릴 때 어른들은 우리의 손을 잡고 화해를 시켰을까. 손을 잡는 행위가 교감이기에 그렇다. 손을 잡는 걸 허락한다는 건 나에 대한 정보값을 허락한다는 의미이다. 즉, 나를 알아가기를 허락한다는 의미이며, 관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허용이다. 연인들의 스킨십 첫 단계에 보통 손 잡기가 놓이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때로는 정말 친한 친구와 손을 잡고 있더라도 민망해질 때가 있다. 이 손을 언제 어떻게 자연스럽게 놓아야 하나, 그런 게 신경 쓰여 못 견딜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쭈뼛거림마저 손 잡기의 즐거움이라고 나는 믿는다. 가끔 손을 손 근처로 가져다 대면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 오는 사람이나, 내가 잡은 손을 강하게 한번 더 움켜쥐어 주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뿌듯해질 때가 있다. 어떨 땐 손등 위의 체온이 벅차기도 하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가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라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2020.02.2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