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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헌터 Mar 05. 2023

(인터뷰) 컨설팅펌에서 삼성전자로 이직한 이유

회사를 선택하기 전, 자신의 성향 파악이 중요한 이유

1st Interview. 마스형


Profile

#문과생 #글로벌컨설팅펌에서 #삼성전자로 #행복합니다


마스형은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펌의 서울 오피스에서 영업지원 업무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어렵게 구한 직장이었기에 처음에는 굉장히 기뻐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의 조용하고 신중한 성향과 일/회사를 대하는 관점이 글로벌 컨설팅펌과는 맞지 않는 것을 깨달았고, '2년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였다. 다행히도 취준생 때부터 여러 차례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던 삼성전자 해외영업 직무에 최종 합격하여 지금은 하루하루 만족하며 즐거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보통은 인지도 있는 국내 전통 대기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체계적인 시스템을 경험한 다음, 직무 경험을 살려 컨설팅펌, 혹은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마치 성공적인 문과생 커리어 코스처럼(일부는 이직 전 MBA 과정을 경험) 여겨지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마스형은 삼성전자와 같은 전통 대기업을 다니는 많은 문과생들이 오히려 Next Step으로 생각할만한, 글로벌 컨설팅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다시 국내 대기업으로 돌아온 Case였다. (혹시 경력을 쌓은 다음 다시 컨설팅 업계로 돌아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그의 대답은 'No'였다.) 인터뷰 내내 마스형은 본인과 회사의 성향이 잘 맞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왜 글로벌 컨설팅펌에서 삼성전자로 이직을 결심하였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컨설팅 회사의 분위기와 그 업의 특성이 개인의 성향과 잘 맞지 않았어요. 재직 당시 영업과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컨설팅 회사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수개월 단위로 근무 환경과 담당 업무/분야가 바뀌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무지가 바뀌고 담당 산업군 등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이런 부분이 힘들게 다가왔어요. 조용하고 신중한 제 성향 자체가 다이내믹한 근무 환경과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적에 따른 보상은 충분했지만, 이는 성과뿐만 아니라
업무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 값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무 환경뿐만 아니라 회사의 분위기 또한 성과주의의 성향이 정말 강한 편이었어요. 가까운 선배들을 보면 "나도 곧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 회사에 오래 있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물론 내가 낸 성과만큼 충분한 보상이 따라왔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조금 더 진취적이고 리스키 한 업무 환경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이런 문화가 큰 장점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느꼈던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듯한) 성과에 기반한 보상은, 제가 제공한 노동력뿐만 아니라 업무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의 값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요?


망망대해에 혼자 던져져서,
아무런 도구 없이 상어를 잡아와야 하는 것 같았어요.



전통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통상 다음과 같은 번아웃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본인 스스로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회사와 조직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회사가 그 기여에 대한 충분한 인정을 해주지 않았을 때라고 하더라고요. 그 인정에 대한 방식은 승진이나 충분한 보상 등이 될 수 있을 거요. 흥미롭게도 저는 첫 직장인 컨설팅 회사에서 정반대의 번아웃을 먼저 경험해 본 것 같아요.


컨설팅펌은 제 능력껏 성과를 내오면 그것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 성과를 낸다는 것이, 마치 망망대해에 혼자 던져져서 아무런 도구 없이 상어를 잡아와야 하는 것 같았어요. 첫 직장 생활이었기도 했고, 너무 큰 자율성과 없다시피 했던 업무 가이드에 저는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한 날들이 많았고 아무리 보상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그 불안함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들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점이
오히려 제게는 단점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컨설팅 업의 특성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담당 업무가 바뀌다 보니, 사실 제가 관심이 전혀 없는 산업군이라고 하더라도 그 제품이나 서비스, 산업 동향에 대해 조사하고 잘 알아야 해요. 특히나 제가 담당했던 영업 및 프로젝트 지원 업무는 능동적으로 그런 산업군을 선택하기가 힘든 포지션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담당 프로젝트가 화장품, 스마트폰, 자동차, 화학 등 아주 다양한 산업을 다루게 되고, 맡은 산업에 조금 흥미가 생길만하면 새로운 프로젝트로 넘어가고, 또 조금 익숙해지나 싶으면 또 다른 분야를 공부해야 했어요.


하나의 산업군을 깊이 파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는데 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이 괴리에서 오는 불만이 점점 커졌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언젠가 이직을 하게 된다면 내가 관심 있고 재미있어하는 산업이나 제품,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도전적, 진취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컨설팅 업계의 특성 자체를 메리트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보상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제 스스로가 관심이 없고, 그다지 내키지 않는 분야를 '업'으로 한다는 것이 앞으로도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업무 환경을 선호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컨설팅 업계와 회사가 나쁘다는 것은 전혀 아니에요. 다이내믹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그 안에서 본인이 충분히 성과를 잘 내고 또 그것을 어필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개인에게 펼쳐질 것이고 또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가 제 자신에게 무지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알게 되었지만 저는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일을 잘할 수 있어요. 제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덜 인정받더라도, '다음 달에 내가 회사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물론 삼성에서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겠지만 상대적인 관점으로..) 환경에서 훨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직장이었던 컨설팅펌은 제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상태로 계속 다니는 것도 회사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직을 결심, 준비하게 되었어요.



(삼성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은 이후에 다시 컨설팅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지금으로서는 없을 것 같아요. 제 관심과 성향을 더 생각해 보면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가치를 발생시키는 '현업 조직'에 가깝게 있고 싶은 생각이 큰 것 같아요. 물론 담당 직무인 해외영업이 최전선은 아니지만, 회사 안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직군(홍보, 인사, 재무 등)이나 컨설팅 업계의 업무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와는 더 가깝게 있는 직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아갈 마음은 없는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겪고 나서, 이후 새로운 직장을 고민할 때 판단했던 기준이 있었나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회사 안에서 내가 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회사 안에서 내가 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였어요. 사실 입사 전에 알기 쉬운 부분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이미 구조화가 잘 되어있는, 큰 규모의 안정적인 회사를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첫 직장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삼성전자에 가면 다른 회사에 비해, 입사 이후에 MBA 진학이든, 해외 주재원이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확실히 다른 회사에 비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회사는 규모가 워낙 적고 공채가 아니었다 보니 회사 생활을 의지할 수 있는 동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동기들과 입사 연수도 함께 받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공채/기수 문화가 있는 회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도 그런 문화가 가장 강하고 끈끈한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 것 같네요.



입사해 보니, 기대했던 부분들이 실제로 비슷하던가요?


'내가 생각했던 직무가 이게 맞나'하는 의문이 작게나마 있긴 하지만,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굉장히 만족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아요. 직무에 대한 부분도, 속한 회사와 부서가 워낙 큰 조직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해결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입사한 지 1년 남짓 된 것 같은데요. 동기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큰 회사이다 보니, 기회가 참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물론 그 기회가 어느 누구한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혹은 '저 직무에서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자주 들기 때문에,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참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달에 내 자리가 사라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요 좋아요 :)



이 글을 볼 사람들한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제 이직/고민에 대한 내용은 대기업에서 컨설팅 회사로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이 한 번쯤 참고해 볼 한만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컨설팅 업계는 본인 성향과 정말 잘 맞아야 해요. 컨설턴트로서 성공한 분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강한 업무 강도를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그런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고, 스스로 그런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심도 있게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회사가 힘들다고 하더라도, '어딜 가나 다 똑같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절대 똑같지 않아요. 지금 상황이 불만족스럽다면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찾아 나서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상의 관성을 벗어나서 이직을 시도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그래도 무기력하게 "더 알아볼 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시기가 있다면 또 잘 되는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꾸준하게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것들의 퇴직썰을 책으로 엮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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