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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mz Jun 14. 2022

책 추천:: 김도연,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불완전한 나, 선물 같은 삶!


‘스불재’라는 신조어가 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줄인 말로 자신이 계획한 일로 인해 고통받는 상황을 뜻한다. 그리고 ‘스불재’에서 파생된 ‘스불행’, 풀어서 ‘스스로 불러온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이 신조어가 왜 인지 마음에 들어서 내 나름의 해석을 더하며 자주 되뇌곤 했다.


스스로 불러온 행복. 맞다. 행복도 재앙도 다 내가 불러오는 거였지. 내 행복은 내가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었지.


또 한 번의 큰 슬럼프를 지나며 스스로 불러온 행복에 대해 곱씹던 중 내가 놓치고 있던 행복을 다시 나의 일상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지침서 같은 책,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때 사람보다 책을 먼저 찾는 편이다. 타인에게 나의 힘듦을 꺼내어 놓고 위로를 받으면 잠시 기분은 나아질 순 있겠지만 그 누구도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의 내면을 완전히 헤아릴 수는 없으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책에 기대곤 했다. 그중에서도 심리학 책은 자주는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감정과 마음을 감당하는 게 벅찬 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한두 권씩 찾아 읽으며 나를 다 잡는 시간을 갖곤 했다.


<나에게 상처주지 않는 습관>은 표지에도 적혀있는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친절 수업’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친절한 '수업' 같은 책이다. 과거 – 현재 – 미래, 세 개의 큰 파트 아래에 각각 열다섯 개씩 총 45개의 나를 지키고 돌보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한 챕터의 길이가 너무 길지 않아 출근길, 점심시간 혹은 자기 전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 없이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매 챕터 끝부분에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 이라는 구체적인 실천법이 제시되어 있다. 이 소소한 과제 아닌 과제는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쓰고 수많은 빈칸을 채우며, 그냥 읽기만 했다면 시간이 지나 빠르게 잊힐지 모를 많은 부분들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복기하고 내 일상으로 끌어와 적용해 볼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고통의 근원에는 판단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특히 특정한 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면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만의 관념 속에서 경험을 규정하고 구분하고 때론 단정 짓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생각 때문에 커다란 슬픔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 힘이 강해지면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 본문 123p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스스로에게 친절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쏙쏙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나는 '판단하는 마음'에 대해 다룬 열여섯 번째 챕터에 유독 많은 인덱스와 밑줄을 남겼다.



나는 항상 나의 경험과 상황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했다. 나의 쓸모를 타인에게 증명해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온 시간 동안 내가 해온 수많은 선택과 경험이 저마다의 의미와 성과를 남겨야 했다.


그래서 타인 앞에 나를 내보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또 하나의 타인이 되어 나를 구성하고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경쟁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일종의 생존방식이었다.


판단하는 마음은 부정적인 인지적 편향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립적인 사건조차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지요.

- 본문 124p


판단하는 마음은 나를 현재 상태에서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게 했지만 결국엔 나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가 주지는 못했다. 스스로에게 그 어떤 타인보다도 엄격한 평가자가 된 나에게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 부족함은 그토록 갈구하던 눈에 보이는 성취를 이루고 타인에게 인정을 받아도 채워지지 않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은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망가뜨리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찰자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마음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내면을 마치 관객처럼 바라봅니다.

다만, 마음을 살펴보되 경험을 판단하거나, 붙들거나, 집착하지 않은 채 관찰해야 합니다. 과연 자신이 경험을 있는 그대로 놓아주고 있는지, 아니면 통제하거나 간섭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세요.

- 본문 193p


이 책에서는 나와 같이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관찰자가 되어보라고 제안한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불필요한 생각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삶을 위한 방법과 함께 앞에서 말한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소개한다.


물론 생각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행동이 필요하고 나아가 타인이나 세상의 여러 견해를 수용하고자 하는 자기 의지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 본문 38p


나의 가치를 성취와 조건에 따라 매기는 태도는 나를 얼마나 억압하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실천법과 함께 막연하지 않은 용기를 건넨다.




이십 대 중반 다 큰 성인인 나 하나 데리고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네 감정 상처 하나하나 꺼내서 보듬어 중 시간이 없어. 그냥 좀 알아서 잘 따라와 주면 안 될까? 할 일이 많단 말이야.’라고 되뇌며 나를 방치했던 시간들은 결국 나를 힘들게 했고, 그런 나를 돌보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했다.


그만큼 나는 손이 많이 가는 예민하고 여린 존재다. 유치원 교사가 어린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듯 꾸준한 관찰과 관심 그리고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때 또다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를 보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나’일 때 삶은 우리를 향해 준비한 선물을 가득 내어준다는 사실을요.

- 프롤로그


나를 돌보는 법을 터득하고 습관화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이해하고 감싸 안을 수 있게 되길, 삶을 기꺼이 온 몸과 마음으로 껴안을 수 있게 되길, 삶에 주어지는 선물들을 뜯어 맛볼 수 있길 바라며.


나를 돌보는 습관이 몸에 배일 때까지 책상 한 편에 두고 들춰보고 싶은 책,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글의 원문은 아트인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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