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운전면허 없이 살기
지갑에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은 주민등록증 하나뿐이다. 대한민국에서 3,000만 명이 소지하고 있다는 운전면허증이 없기 때문이다.
스무 살 때는 돈이 없었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취업 준비에 급급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굳이 한정된 돈과 시간을 들여 운전면허를 따려고 하지 않았다.
수도권에 살고, 서울에서 일한다.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을 이용하면 어디든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이곳은 미국처럼 땅이 넓지 않고, 일부 미개발 국가와 같이 교통시설이 부족하지도 않다. 운전면허가 없어도, 자동차를 갖지 않아도 얼마든지 불편함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나로선 선택의 문제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운전면허 취득이 '의무'였다. 대한민국에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다.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은 자동차를 보유할 여력이 없다는 인식으로 연결됐고, 사회로부터 받은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운전면허가 없는 덕분에 많은 것을 얻게 되었는지, 많은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신문과 책을 정독하는 시간,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복기하는 순간들이 내가 운전대를 잡지 않는 시공간에서 형성됐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
사실 휴가 때마다 다소 어려운 선택을 한다. 여행과 휴식 대신에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아직도 내게 운전면허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운전이라는 특수한 행위를 국가에서 허용해주는 면허(License)를 갖는 일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일 뿐이라는 생각도 변함이 없다.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