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중국
#중국 #홍콩
계산을 하다 떨어진 사진 한 장을,
내 대신 네가 줍는다.
“누구?”
“소중한 사람.”
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냥 친구다.
내가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들어 가지고 다녔을 뿐이다.
인물 사진을 이렇게 잘 찍는 적이 없어서,
한동안 가지고 다녔다.
“아저씨처럼 지갑에 사진은 왜 넣고 다니는데?”
진실을 말하려다 거짓을 말한다.
“날 귀찮게 구는 여자가 생기면 보여주려고.”
잠시 머뭇거리던 넌, 태연하게 사진을 건네주며 말한다.
“성공했네.”
사진을 넣으며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너는 말이 없어진다.
그러다 이내 굉장한 수다로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렇게 빠르게 말하면 내가 못 알아듣잖아.”
“천천히 말해도 당신은 늘 못 알아들어.”
한동안 서로 말없이 걸었다.
홍콩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다.
다행이다, 내가 여행자라서.
걷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던 너는
"배고프지?"라며,
낯선 술집으로 날 안내하고
그곳에 이미 와 있던 많은 친구들을 소개해준다.
그리고 그중에 한 사람을 애인이라며 정중하게 소개해준다.
우리는 웃으며 악수를 나눈다.
여전히 너는 우울한 표정으로 시위를 한다.
여전히 나는 너의 시선을 외면한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너의 애인' 역할을 맡은 친구는,
나에게 과도한 경계를 보내면서도 친절을 베푼다.
그것이 못내 불편해 나는 짧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너는 남겨지고, 나는 떠난다.
여행자가 늘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