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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Dec 27. 2022

체스케 부데요비체, 밤에 도착한 소도시

낯선 설렘: 체코

기차가 역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져물었다. 

비수기가 딱히 숙소를 미리 예약해 놓지 않았기에 마음은 조급해졌다. 


내가 배낭여행을 할 때, 미리 숙소를 정해놓지 않는 건, 

배낭여행의 기본적인 목적인, 시공간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이동 때문이 아닐까.


그곳이 마음에 들어서 며칠 더 묵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밤기차를 타고 다음 도시로 떠날 수도 있으니까. 


체스케 부데요비체에 숙소를 정하지 않은 건, 

잠깐 들렀다 갈 생각이 (생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도착했다. 

다음 도시로 떠나기엔 너무 늦었고, 

일단은 숙소를 찾기로 했다. 


다행히 작은 도시에 어울리는 조그만 호텔을 찾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모델 정도의 크기였는데, 

호텔은 호텔이었는지, 실내는 꽤나 깨끗했고 웰컴투초콜릿까지 배려가 좋았다. 


간단히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작은 도시는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이미 잠들어 있었다. 

식당은 고사하고, 편의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생각보다도 훨씬 작았고, 

그만큼 조용했고, 적막했다. 


어느새 내리는 눈발에 온몸이 얼어붙어갈 무렵, 

눈앞에 작은 '뮤직바'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특별히 음악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포기했다. ㅡ..ㅡ)


피로가 몰려와 맥주 한 잔을 사서 나왔을 뿐이었다. 

숙소에 가서 배낭 속에 챙겨두었던 빵을 안주 삼아 허기만 채우고 자야겠다 싶었다.  



다음날 새벽.

습관대로 새벽 산책을 즐겼다. 


여전히 작은 도시는 아직 잠든 상태지만, 

세상은 이미 충분히 밝아있었다. 


밝은 하늘 아래,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 거리를 좋아한다. 

마치, 전세 낸 테마파크를 혼자 이용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타난다. 


여행자의 하루는 오늘도 휴일이었지만, 

이곳의 사람들에게 오늘은 평일이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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