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일주일 만에 고민이 생겼다.
고민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마음에 짜증이 생겼다랄까....
그 짜증이 뭘까?
왜 짜증스러울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정당한 대가 없이 나에게 요구하는 일에 대한 짜증이었다.
그게 '봉사' 아니야?
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거다
내가 '봉사'를 하겠다고 하고,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해도,
에브리데이 에브리타임 에드리원 봉사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떻게 매일, 매시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봉사를 할 수 있겠는가.
봉사자도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지치지 않으려면,
쉼도 필요하고 자신만의 시간도 필요하고, 취미도 하고, 삶의 즐거움도 있어야 하고....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NGO가 처음이라,
활동가 영역과 직원 영역,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몰랐다.
단체마다 상황이 다르니,
활동가 영역만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원 영역을 요청하는 게 문제는 아니라는 점.
나는 이 '직원 영역'의 요청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일을 요청한다고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이럴거면, 연봉협상을 하고 4대보험도 들고 해서 직원으로 왔지.....'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직원 영역'도 NGO의 업무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라니....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단체마다 상황이 다르니,
공통 교육을 받을 때나,
다른 쌤들과 이야기 할 때마다,
상황이 다르니 설명도 다 달랐다는 걸,
현장에 와서 직접 부닥쳐보니,
아~~~ 그때 그 말이 이거구나. 이 경우구나.
알게 되었다.
상황을 파악했어도.
난 여전히 마음 속 짜증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단톡방에서 쌤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 한 쌤의 말에 눈길이 꽂혔다.
센터를 운영하는 방법도 배우고,
직원들 관리하는 노하우도 터득하고,
게다가 돈까지 받으니까.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음....
음....
직장 생활 20년.
팀장으로 프로젝트도 꾸리고,
팀원들 관리도 하고,
임원이 되면서 회사를 굴리기까지 했기에,
이미 다 알고 있는,
게다가 그 어디 회사와 어느 관리자와 붙어도,
전혀 뒤질 것 없는 프로페셔널을 가지고 있기에.
(훗훗훗, 증명할 길이 없으니 그렇다고 치자.)
센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플로어를 구축해주고,
운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직원들 관리도 하고,
게다가 이런 일을 하기에는 받는 돈은....
게다가 내가 '해외 봉사'하면 떠올리는,
'활동가'의 영역은 또 따로인데,
그 영역은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와는 정반대의 생각이었다.
음....
음....
생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마도 사회 초년생,
'루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것은 단순히 나이가 많고 적고가 아니다.
경험이 많고 적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잘하고 실력이 있고.... 이것은 나중 문제다.
나는.
NGO에 있어서는.
해외 봉사에 있어서는.
루키가 아닌가?
비자 받을 때도 도움을 받아야 했고,
심지어 돈까지 빌려야 했고,
집을 구하는 것도 코워커가 땀을 흘리며 같이 돌아줘야 가능한.
이 나라에 머물고,
먹고, 자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루키.
게다가.
직원 영역이.
원래.
NGO 영역이라고 하니....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부분)
솔직히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들이 있기에,
지금 루키의 마음 가짐을 가질 수 있지는 않다.
가지라고 해도, 가지려고 노력해도.
안된다.
하지만,
머리 속으로 이해는 할 수 있다.
아니, 최면은 걸 수 있다.
아니, 루키의 배역을 맡은 메소드 연기에 몰입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짜증은,
과연 해소하지 못할 짜증일까....
단칼에 이중인격자처럼 내 생각과 행동이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이곳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래.
난 결국 해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