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체코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
그리고 나이마다 여행 스타일이 또 다르다.
체코를 여행할 당시,
나의 여행 스타일은 "한 나라의 거의 모든 도시를 가본다"였다.
유명지는 남들 다 가보는 곳이니 빼놓을 수 없고,
거기에 난 남들이 가보지 않는 무명지도 가는 여행을 즐겼다.
남들은 가보지 못한(않은) 곳을 난 가본 것 같은 느낌이 좋았고,
아무래도 (혹시나) 책을 출간하게 될 때,
출판사들이 혹할 미끼 상품 같은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체코에 가서, 차나 기차로 국경만 넘으면 갈 수 있는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근처 나라로 가지 않고,
기차를 타고 체코만 뺑뺑 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분명, 다른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그 나라의 숨겨진 도시들을 가본다는 유니크함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무명지를 가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체코 여행을 다녀와서, 그 여행을 돌아보면,
유명지에 대한 기억은 정말 또렷하게 있는 반면, 무명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말 보석 같은 곳, 나만 알게 되는 장소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서 일(내 경우엔 책)이 아니라면,
그냥 여행이 목적이라면,
정해진 시간, 정해진 경비에 무명지를 가는 건 비추다.
말 그대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인 여행을 하겠다면,
유명지만 콕콕 집어서 다녀와도 세계는 넓기 때문이다.
다시, 체코를 여행하게 된다면,
난 분명히 지방의 소도시, 무명지보다는,
근처 나라로 넘어가서 유명지를 돌아보겠다.
아쉽게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체코를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Anyway.
다소 명품 브랜드가 떠오르게 하는 이름인, 카를로비바리는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유명한 장소다.
체코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면,
나 역시도, 프라하랑 카를로비바리만 기억에 남아 있다.
(체코 여행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프라하랑 카를로비바리 정도만 다녀와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겠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체프까지는 권하겠지만,
나 역시도 맥주를 엄청 좋아하지만 맥주 공장까지 꼭 가야 할까 싶다.)
카를로비바리는 마시는 온천수라는 유니크한 포인트가 있어서 유명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가까움도 크게 한몫한다.
카를로비바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온천수를 담아 마실 수 있는 컵을 사서,
도시 곳곳에 공짜로 흘러나오는 온천수를 마시는 건데,
그렇게 뜨겁지는 않아서 비싼 컵을 사기보다는 조심히 손으로 받아 마셔도 된다.
아니면 미리 컵을 준비해 가도 좋겠다.
물론, 그 컵이 유니크한 기념품이기도 해서, 하나 정도는 사 와도 괜찮겠지만,
팬티 한 장의 무게도 줄이는 배낭 여행자라면, 분명 나처럼 사지 않고 눈에만 담아 오지 않을까, 싶다.
온천수는 쇠맛이 강하다.
병이 있는 사람은 이곳에서 길게 머물면서,
매일 온천수를 마시면서 병을 치유하기도 한다던데,
음.... 난 뭐랄까? 철이 몸에 쌓여가는 기분이 들었다랄까.
철이 혈관을 막거나 상처를 내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맛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카를로비바리는
온천수를 마시지 않더라도,
그냥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만큼 도시 전체가 포토존이라고 할 만큼 이쁘다.
무엇보다, 건물마다 무질서하게 붙어있는 간판이 거의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산책하며 카를로비바리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