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면 벌써 명절이다. 내가 어릴 적엔 설이나 추석이면 항상 틀어주는 영화들이 있었다. 그중엔 꼭 홍콩영화가 있었다. 홍콩영화 특유의 과장과 허세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게 했다. 가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트릴 때도 있지만. 나는 홍콩영화 리스트를 쭈욱 내려가며 고르다가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를 찾았다. 이 영화하면 다 아는 첫 가삿말이 있다.
“헹 헹 씨우 씽 쪼이 와이 워 썽 완 뉜.”
이야기는 서사보단 캐릭터들의 우정, 의리, 배신, 음모, 복수 등의 도파민 및 낭만 폭발로 흐른다
위조지폐사업으로 암흑가 정상에 있는 보스 송자호,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마크. 어느 날 잘 나가던 자호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긴다. 그건 바로 동생 자걸이 형사가 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동생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는 어둠의 세계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마크 없이 혼자 나선 마지막 거래 현장에서 함정에 빠져버린 자호. 오랜 세월 믿어온 부하 00의 배신으로 결국 그는 경찰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렇게 3년이 흐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자호. 새 출발을 결심하고 마크를 찾아가지만 친구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의리를 저버린 담성은 조직을 통째로 빼앗아 보스의 자리에 올라와 있었다.
온갖 수모를 견디고 조직 근처에 맴돌았던 건 바로 친구가 돌아올 자리를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은 모든 걸 뒤바꿔놓은 시간이었다. 마크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리고 끝내 복수를 마다 했던 자호가 돌아와 마크와 배신자를 향한 복수로 의기투합한다.
금이 간 형제의 우애, 용기가 필요한 용서
동생 자걸은 형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사 진급도 불가능해졌다. 그런 형을 용서할 수가 없다. 자호는 형이 밉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형 자호는 동생을 위해 조직에서 벗어난 이후로 오는 괴롭힘과 고통을 꿋꿋이 이겨낸다. 하지만 친구 마크를 위해 같이 복수를 다짐하고 동생에게 자수를 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 방법이 친구와 동생, 모두를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눈앞에서 보고도 외면했던 자걸은 마크에게 멱살을 잡힌 후 자호를 보면서 그가 여태껏 어떤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오게 되었는지 깨닫는다.
“봐라! 이게 네 형이다! 잘 보라고!”
“네 형은 새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데, 너는 왜 형을 용서할 용기가 없는 거야? 왜!”
죄의 대가는 결국 수갑으로 형제의 우애를 되찾게 하였다
마크를 쏴 죽인 담성을, 여기 까지 오게 한 담성을 끝내 그냥 보내주지 못한 자호는 동생 자걸이 건네준 총을 들고 그를 향해 총을 쏜다. 그러고는 자호의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본인과 자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는 이렇게 말한다.
“자걸아. 너에겐 잘못이 없어. 우린 그저... 가는 길이 달랐을 뿐이야. 그리고 네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지. 나도 이제는 그 옳은 길로 가고 싶어. 부디..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야. "
자호의 진심 어린 고백에 자걸은 눈망울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이제야 형의 진심을 알게 되었는데 마지막은 또 형을 교도소로 보내야 하는 이 상황이 슬프기만 하다.
나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멋있고 낭만 있고 의리가 있어도 결국 범죄는 범죄다. 그 안에서는 어떻게든 죗값을 받게 되어있다고. 그게 우리들 기준으로 정의감 있고 의리가 있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들이 아무리 멋져도 범죄자는 범죄자다.
끝으로 영웅본색 주제가 당연정의 가사말로 마무리하려 한다. 가사를 잘 보면 자호, 자걸 형제의 우애를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영화뿐만 아니라 노래도 뜨겁다! )
조용한 웃음소리, 내게 따스함을 전해오고,
너는 내게, 행복과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조용하게 하는 말, 긴 길이 이제 끝나가고,
마침내, 맑고 화창한 날이 찾아온다.
한 목소리로 환호가 일어나,
붉은 해처럼 금화살을 쏘는 듯
나는 너와 함께,
과거의 웃는 얼굴을 다시 떠 올리네
조용히 부르는 목소리,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마침내, 청명한 하늘이 너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해
너를 안고, 예전의 따뜻함이 다시 밀려와
내 마음속,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은
여전히 오염되지 않았어
오늘 나는, 너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때의 정,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신선함이 더해간다.
너를 바라보며, 너의 눈 속에서 따스함이 흐르고,
내 마음속 예전의 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오늘 나는, 너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때의 정, 다시 한번 새로운 신선함을 더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