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버티는 삶에서 하고 싶은 삶으로

by 하짜



그 이후로도 엄마의 빈자리는 불쑥불쑥 찾아왔다.

친구들과의 약속이 가족 외식이나 가족 여행 때문에 깨질 때, 혹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부모님 안부가 오갈 때마다 나는 멈칫하곤 했다.


특히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내고 면접장에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들었다.


“등본에 혼자만 있네요? 부모님은…?”


지금도 그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독립을 해서 내 공간에서 마음껏 슬퍼하고 울 수 있다는 것 정도다. 돌이켜보면 19살부터 근 10년 동안 내 인생은 그저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무리하게 버티기만 했던 마음은 결국 탈이 나고야 말았다.


버티는 것도 결국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 힘이 바닥났을 때,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으려 했다.


내 삶인데도 정작 ‘나’는 없었고, 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살았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리자, 나는 스스로 끝을 맺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죽음을 준비하며 며칠이 지났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잠깐만, 이렇게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건 왜 한 번도 안 해봤지?’


그 찰나가 지금까지 나를 살게 만들었다.




글을 마치며···


우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계속 글은 쓰고 싶은데 마땅한 소재가 없어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마침 투잡을 하던 중 누군가에게 제 개인사를 이야기할 상황이 생겼는데,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타인의 동정 어린 시선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내 과거를 글로 먼저 털어놓고 마주하면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요.


그렇게 시작된 기록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좀 괜찮아졌냐고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로 가족에 대해 묻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제가 나름의 방식으로 끈기 있게 버티며 제 인생을 지켜왔음을 글을 쓰며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과거를 기록하며 때로는 껄껄 웃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마음속 깊이 묵혀두었던 체증이 조금은 내려간 것 같습니다. 내면이 한층 더 단단해진 기분도 듭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를 마치고 잠시 휴재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마침 준비한 이야기도 갈무리되었으니, 잠시 멈춰 서서 저 자신을 더 가꾸어 보려 합니다.


조만간 더 깊어지고 다듬어진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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