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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Mar 10. 2024

N잡의 시작

 본업인 야간경비 외에 일자리를 두 개나 더 구한 뒤 본격적으로 일하게 된 날짜는 3월 3일이다. 객실 청소 알바와 급식도우미로 N잡러가 된 날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한 일이다. 이 알바들을 구하는 과정이 본업인 직장을 구할 때랑 너무나 극과 극으로 상황이 달랐다.      

 

 먼저 연락이 온 곳은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알바였다. 전화로 당일 면접을 잡고 면접장소로 갔다. 거기에는 나 말고 40대로 보이는 여성 분도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10분정도 지나서였을까? 담당자가 와서 나와 그 여성분을 같이 면접을 보았다. 회사에 대한 소개, 일하는 작업과정에 대해 설명을 구구절절 얘기했다. 그러고는 40대 여성분과 나는 채용되었다. 야간에 일을 하고 아침에 잠깐 일할 수 있는 곳이 얼마 없어서 간절했는데 이렇게 쉽게 뽑히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거절만 당하다가 이렇게 당장 뽑혀서 그런지 감사하다고 인사가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나와버렸다. 그랬더니 담당자님도 오히려 우리가 더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다.     

 

 다음은 객실 청소 알바다. 사실 그전에 방과 후 교사로 코딩교사를 뽑는 곳에 면접을 끝낸 상황이었다. 이곳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겠지만 교육을 받고 강의 시연을 통과해야 일을 할 수 있기에 금방 일을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면접을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알바몬에서 보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피곤한 상태고 얼마 안 있으면 또 병원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 면접을 보면 안 되냐고 했다. 그랬더니 안된단다. 하긴 그다음 날이 3월 1일 공휴일이기도 했으니까.     

 

 서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수화기 너머로 젊은 게 아니라 어리게 들리는 목소리의 여성분이었는데 실제로도 어려 보였다. 일하는 업무와 시간을 얘기해 주었는데 내 시간과 맞지 않았다. 내가 이미 주간에 일을 구했기 때문에 주말만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청소부를 1명만 뽑기 때문에 안된단다. 그래서 사실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도무지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언제 시간이 되냐고 해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시간이 된다고 말했더니 손가락을 세면서 머리를 갸우뚱거리더니 청소를 힘들게 하시면 가능하다면서 적극적으로 얘기해 나갔다.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으니 말 나온 김에 한 번 가서 구조는 어떻고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주겠다는 것이다. 젊은 여 사장이 사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미안해서라도 일단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나서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고 남자인 나보다 여성분들이 더 꼼꼼하게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여 사장도 솔직히 얘기했다. 다른 아주머니를 뽑았는데 당일 날 못하겠다고 펑크가 났고, 그다음 후보들이 나이가 너무 어려서 나에게 급작스럽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사장이 나를 너무 치켜세워주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언제 이런 일을 내가 또 해보겠냐 싶어 수락을 해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어린 사장은 대학생이었다. 학교가 진주에 있는데 다음 날 개강이라 오늘만 시간이 된 것이다!) 사장은 나보고 ‘은인’이라고 했다.     

 

 이런 일들이 있었으니 그전에 구직생활과 비교가 안 되겠는가? 아무튼 지금은 논문 샘플 원고 작성 알바를 신청해서 원고 테스트 중에 있다. 1, 2차 테스트에 합격하면 3 잡에서 4 잡으로 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알바를 지원한 곳에서 연락이 오기 전에는 이만저만 걱정이 앞섰는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게 너무나 신기하다. 하긴 뭐 살면서 이런 경험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내심 오만을 떨어보기도 한다.     

 

 지금 일 한지 일주일쯤 됐는데 벌써 몸에 힘듦이 느껴진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반복되는 일이기에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금방 적응이 될 것이다. 일을 구한 것에서 끝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안전하게 일을 끝내는 걸 목표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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