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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Oct 16. 2023

이건 비웃음 거리가 아냐

매몰비용을 피해야 하는 이유

 나는 실패가 무섭다. 비웃음이 무섭다. 이 글을 보는 모두가 그럴 거다. 누구나 일확천금이 주어진다 해도 리스크를 taking 해야 한다면 이를 망설일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잃는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를 두렵게 한다. 도박, 주식, 코인이 만약에 마이너스 즉, 손실이 없는 게임이라면 은행 예적금은 일치감치 없어졌을 것이고, 모두가 그곳에 돈을 넣을 것이다.

 이처럼 실패를 하면 가진 것을 잃는 것도 문제지만, 주변의 비웃음을 산다. “쟤는 저래서 안 됐어” “저거 때문에 실패한 거야” 늘 꼬리표가 붙는다.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결혼식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온 내 친구에 대해 친누나가 한마디 했다.

 “그 친구는 결혼식에서 왜 선글라스를 끼고 왔어? 너무 특이하더라“

 “ 그 친구가 내가 말했던 걔야, 00으로 사업 성공한 애”

라고 하자, 갑자기 반응이 달라졌다. 언제는 옷차림도 상황에 맞는 예의가 있는 건데 결혼식에 선글라스는 좀 아니지 않냐라고 욕하더니, 사업성공했다고 하니까 “역시 개성이 있어야 성공한다”라는 것이 아닌가.

 이게 사람들 인식이다. 성공하면 그 어떤 짓을 해도 성공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환이 되고, 실패하면 그 어떤 선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해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게 꼬리표다. 실패가 두려운 이유가 그것이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인식으로 박힐까 봐 혹은 주변의 비웃음을 사 재기에 어려움을 겪을까 봐.

 

비웃음이 그렇게 두렵다면, 다르게 생각해 보자. 실패를 안 하면 된다. 어떻게 실패를 피할 수 있을까?

 경제학 용어 중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는 말이라 익숙할 것이다.

 기회비용의 정의는 선택하지 않은 대안 중, 최선의 비용과 선택한 대안의 비용의 합계를 의미한다. 가령 주말근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말 근무를 하며 내가 벌 수 있는 돈과 주말근무를 하지 않고 내 시간을 보냈을 때의 비용의 합계를 의미한다. 꼭 금전적인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최선의 선택은 뭘까? 바로 내가 선택한 편익은 최대화하고, 선택하지 않은 비용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패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좀 전의 예시로 들자면 내가 주말근무를 선택했을 시, 주말근무(직장 혹은 사업)에 집중하여 벌어들이는 소득을 극대화하고, 주말에 휴식을 선택했다면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심신의 안정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회비용을 얘기한 이유가 인생의 갈림길에 있어 실패하지 않으려면 선택이 매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 노력의 여하에 관계없이,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몇 년째 고시준비를 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고시생활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지난 힘들었던 여정을 영상으로 남겨 종종 유튜브를 올렸다 치자. 근데 이 영상이 대박 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향했다. 이 사람은 최고의 선택을 한 것이며, 본인의 선택한 것에 대한 손익을 극대화했고 오히려 고시생활을 성공에 활용했기에 지난 공부로 몇 년 날려버린 비용도 최소화했다. 이렇게 기회비용 즉, 매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본인이 생각했을 때의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되는데, 왜 실패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기회비용보다 매몰비용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즉,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을 해버리고 난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회사에서 예를 들면 이미 지출해 버리고 실행한 광고비, 재료비, 연구비가 이에 해당한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당장 어제 내 예시를 한번 들어보겠다. 나는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한 장만 선택했을 시 오픈이벤트로 1만 원이면 할 수 있었다. 근데 이왕 찍은 김에 잘 나온 사진이 두 세장 됐었기에 두장을 골랐다. 두장을 고르자 보정까지 해서 갑자기 가격이 7만 원으로 뛰었다. 담당자는 내가 세장 중 두장을 고민하는 걸 보고 3장 모두 8만 원에 해 준다고 했다. 나는 어차피 사진을 자주 찍지도 않으니 하는 김에 하자며 8만 원을 결제했다.

 몇 시간 뒤 집에서 ’그냥 한 장이면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몰비용으로 8만 원을 지출한 것이다. 그냥 나는 ‘이 세장을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해 봐야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보지도 않는 넷플릭스가 선결제되어 환불 없이 어쩔 수 없이 뭐라도 집에서 봐야 하는 상황이 모두 매몰비용에 해당한다. 정확히는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미래의 효용이나 나의 이익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이다.

 우리는 매몰비용이 아닌 늘 지금 앞에 놓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손해가 막심한데 , ‘앞으로는 오르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원금을 찾을 수 있겠지’ 라며 이후에 막심한 후회를 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지금 손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운다면 그냥 손절매를 하고 현생을 열심히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게 그나마 후회를 최소화하고 내 삶을 온전히 그려가는 방법이다.

 

 우리는 실패보다 후회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실패는 하면 안 되는 것, 재기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냥 성공을 위해 당연한 것이다. 갓난 아기가 먼저 앞으로 무릎을 대고 기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일어설 수 있듯이,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알아야 나중에 곱하기와 나누기를 할 수 있듯이, 그냥 당연한 일련의 과정이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보다 우리의 삶에 더 밀접하게 가까이 있는 후회와 매몰비용의 오류를 우리는 더 조심하고 멀리해야 한다. 그래야 단순히 내 자산뿐 아니라 내 시간, 자존감을 모두 지킬 수 있다.


지금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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