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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14. 2024

글을 제대로 매일 쓰는 법

글쓰기에 대한 고찰

드디어 이 글을 적을 때가 온 것 같다. 메일, DM, 주위사람들에게 하루에 무조건 한번 이상 듣는 말이 있다.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냐는 질문이다. 요즘 느끼는 게 어떤 분야에서나 잘하는 사람보다 꾸준한 사람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나, 그건 모든 분야 공통된 원론적인 얘기고, 특히 글쓰기는 그중에 가장 간단하면서 쉬운 것이기에 사실 거창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그냥 이젠 하나의 습관일 뿐이다. 답은 그냥 하나뿐이다.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바로 메모. 자,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냥 메모 하나만 하면 된다. 글을 쓰려면 일단 쓸 수 있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글을 쓰고자 했을 때 글감이 안 떠올라 빈 워드파일에 깜박이는 커서를 두고 한두 시간을 고민한 적도 있다.

메모는 글감을 생각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행동이다. 그냥 길게도 쓸 필요 없다. 무언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책이나 영상을 통한 인풋이 있거나,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르면 단어 형식으로 간단히 적으면 된다. 가령 예를 들어 종이신문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난 곧 적을 건데 그걸 적는다고 하면 ’신문’이라고 간단하게 적어두는 거다. 어차피 이런 생각들은 달리기를 하거나,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일상 속에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기에 긴 시간을 뺏기면 안 되고 짧게 적어놓고 빠져야 한다. 메모를 단어형식으로 추가해나가다 보면 나중에 글을 쓰고 싶을 때 이 메모 모음집에서 하나씩 꺼내 쓰면 된다. 아이폰 유저라 나는 그냥 아이패드 메모장을 활용한다. 이 메모를 늘려야 글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아무쪼록 독서를 하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든 내가 자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머리를 쉬게 하면 안 되고 늘 무언가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종이신문도 최근 다시 구독한 이유가 최대한 인풋을 늘려 하고 싶은 말을 늘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메모를 한 3일 정도 놔둔다. 오늘 ‘신문’이라는 메모를 해서 내가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다고 하자. 내일 그 단어를 다시 보면 어제 했던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이 또 떠오른다. 그다음 날 똑같은 단어를 보면 또 색다른 것이 떠오른다. 그때 내 글에 살을 조금씩 붙여나가는 거다. 그 살은 내가 했던 경험일 수도 있고 내가가지고 있는 지식일 수도 있고 전해 들은 타인의 일상일 수도 있다. 살을 붙여나간 ‘신문’에 대한 전체를 보면서 내가 써내려 간 것의 허점도 제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우리는 탈고라고 부른다.

자, 이제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너무 고생했다. 이제부터가 제일 중요한 단계다. 글의 매끄러운 전개를 위해서 내 뇌세포를 연결해 3일 동안 ‘신문’에 대해 쓴 글의연결고리를 찾는다. 나만의 답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글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만의 사유를 통해 새로운 정답을 찾아내는 것. 그렇게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다. 연결고리가 없는 글은 마치 하이퍼링크가 없는 웹주소 같은 거다. 그냥 껍데기일 뿐이다. 결국 이연결고리를 길러주는 게 인풋, 바로 독서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 쓰고, 책 읽고, 글 쓰고, 책 읽고를 무한 반복하는 거다. 연결고리가 감이 안 온다면 단순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첫째 날, 신문에 대해 ‘신문은 가장 오래된 미디어라 정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다’라고 생각했다. 둘째 날은 ‘신문은 새로운 정보를 알게 함으로써 돈을 벌어다 준다’를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째 날, ‘신문은 새벽부터 배달이 와 아침부터 읽는 습관을 형성해 준다‘ 를 생각했다 치자.

자, 그러면 이 세 개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아침습관, 돈, 믿음직한 정보. 아침부터 믿음직한 정보를 얻어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매개체다. 신문은 열한 시, 열두 시에 일어나는 백수의 삶을 바꾼 첫 번째 관문이었다. 이렇게 본인의 경험을 더해 누가 보면 그냥 신문일 뿐인 것이 이렇게 새로운 나만의 의미로 탄생하는 것이다. 연결고리라는 의미의 이해를 돕고자 방금 떠오르는 걸 적은 하나의 예시임을 참고해 주기 바란다.    


두 번째, 지금 내 삶 곁에 있는 모든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사소한 거라도 계속 사유하며 궁금증을 가진다. 그럼 글을 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은 개인 취향이나 성격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성향상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패스해도 된다. 매사에 질문이 많고,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쪼록 글쓰기가 수월하다. 예를 들어, 나는 어제 볼일이 있어 00시 00구에 갔는데 길거리가 너무 더러웠다. 왜 여기는 길거리가 이렇게 더럽지? 옆에 중국 간판들이 많고, 한국어를 어눌하게 쓰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선족 같았다. 나는 또 생각한다. ‘아, 조선족이 많아서 그렇구나’. ‘근데 왜 조선족이 많지 여기는? 왜 조선족이 많다고 거리가 더럽지? 조선족은 왜 위험하다고 사람들에게 인식될까? 왜 우리는 조선족을 평가절하하지?’ 진짜 어제 내가 직접 생각한 실제 사례를 든 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다. 그럼 더 찾아보게 되고, 공부하게 되고한 분야에 지식이 자연스레 쌓인다. 결국은 내가 아는 게 많아야 쓸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꼴이다.


마지막으로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 똑같은 책을 읽어도 10명이 있으면 10명 모두 다르게 생각한다. 당연히 좋은 반응만 있을 수는 없다. 한 가지 현안에 있어 내 의견을 말하면 나를 옹호해 주는 사람과, 반대의견을 내면서 나를 비판하는 사람으로 무조건 나뉜다. 나는 한창 의대 증원이슈가 뜨겁기 전, 의대증원 반대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썼다가 의사한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서 글이 삭제되기도 했다.특정 의사를 지목한 것도 아니었는데 뭐, 아무튼 그렇다. 이렇게 눈치를 보지 말고 그냥 편하게 써야 한다. 남눈치를 보면 브런치로 예시를 들자면 서랍에 글만 계속 쌓여갈 뿐, 발행을 못한다. 세상에 내 글이 아예 나오질 못한다. 그건 일기 이상의 가치가 없다. 글은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 조회수나 좋아요 같은 긍정적 평가든, 싫어요나 무관심이나 욕같은 부정적평가든 타인의 반응에 매몰되면 괜히 몽니만 부각될 뿐이다.

단 여기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글을 쓸 때는 무조건 타인이 읽기 편한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가장 위대한 글은 결국 ‘잘 읽히는글’이다. 내가 어려운 단어를 알고 있고, 어떤 한 분야에 있어 지식이 많다 할지라도 독자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각자 지식이 축적된 정도가 다르다. 독자의 눈치는 보지 말되,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단순히 가독성 측면에서 뿐 아니라, 그렇게 쓰는 것이 나중에 글이나 글로 파생된 무언가로 성과를 낼 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몬스 침대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광고를 보자. 매트리스의 내구성이나 침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그 광고 속에 반영되어 있나? 전혀 아니다. 그냥 이 침대는 흔들리지 않고 소비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질 좋은 침대인 것이다. 나중에 침대를 사야 할 때가 왔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이 침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초코파이 광고는 어떤가? ‘마음으로 정을 나눈다’는 문구는 초코파이가 부담 없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분명히 각인시킨다. 초코파이 안에 어떤 마시멜로우가 들었으며, 어떤 성분이 들어있으며 이런 식품 관련 전문적인 문구는 아예 있지도 않다. 관계자들은 당연히 다 알겠지. 나도 식품업계에 종사해 봐서 안다. 성분만 몇십 개다. 다만 소비자는 ‘초코파이는 서로 나눌 만큼 맛있다!’라는 것만 알면 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라던가, ‘이게 그냥 커피면, 이게 TOP야!’라는 맥심 커피 광고 등 지금 생각나는 모든 광고 문구만 해도 이렇게 다 읽기 편하다. 봐라. 성공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결국 광고를 만들든, 영상을 만들든, 책을쓰든, 회사 행사 기획을 하든 지금 내 삶에 결부된 거의모든 시작이 글이다. 그래서 글을 쉽게 써야만이 글로 하여금 탄생하는 모든 것이 쉽게 나온다.

 

이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모든 소스를 다 말했다. 그럼언제 그리고 왜 써야 할까? 하루라도 당장 빨리 써야 한다. 그럼 써야 하는 이유는? 본인과 타인과 나누어 설명하겠다.

글을 쓰면 본인의 사고 자체가 바뀐다. 내가 현재 뭘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다. 단순한 잠재력이 아니라 나 자체를 알게 된다. 부족하다면 더 공부하게 되고, 많이 안다면 그걸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도 내가 무엇을 안다고 할 때 그걸 누군가에게 100%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 돼야 비로소 아는 것처럼. 그리고 타인에게는? 내가 글을 쓰는 최종 목표이기도 한데, 글을 쓰면 바로 선한 영향력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나 혼자 오랫동안 고민하고 사유하고 경험한 걸 타인은 그 글을 읽고 한 번에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쉽게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자, 이제 날 따라 한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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