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소재 찾기?

by 홍그리

요즘 그 어떤 소셜플랫폼에 들어가도 모두 글쓰기 얘기뿐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있냐, 도대체 어디서 소재를 찾는 거냐, 글쓰기가 대체 돈이 되긴 하는 거냐, 왜 글을 쓰는 거냐에 관한 설왕설래가 꽤나 요란하다. 특히 플랫폼별로 글 쓰는 용도 즉, 글쓰기를 통해 각자 이루고자 하는 것이 드러나는 게 범상치 않은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주된 이유가 바로 ‘퍼스널브랜딩’이다. 어딜 가나 이 단어가 안 나오는 곳이 없다.


대기업에 다녀도, 전문직이라도, 자영업자라도, 안정적으로 소득이 있는 사람도 매일 다섯 시에 일어나 브런치나 스레드에 글을 쓰고 출근을 하고, 출근하며 오늘을 알차게 살 거라는 다짐, 그리고 오늘 시작하는 이 월요일도 한번 힘내보자는 동기부여를 온 사방에 공유한다. 퇴근 후에는 독서에 대한 감상을 블로그에 남기고, 이를 공유받은 이들은 그 응원에 힘입어 또 다른 사람에게 퍼 나르다 보면 결국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는 신이 되어있다. 결국 내 삶을 변하게 만드는 요인이 글쓰기라는 거다. 무슨 맹신하는 종교인 양. 단계별로 보자.

1. 글쓰기가 결국 하루의 동기부여를 준다.


2. 그 동기부여를 넘어 출간을 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본인의 브랜드가 되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3. 그 책이 만약 소셜플랫폼을 통해 입소문을 탄다면 베스트셀러가 된다. (베스트셀러는 책의 질적인 평가는 둘째 치고, 온전히 판매량으로만 숫자를 매기니)


4. 베스트셀러가 되면 온갖 강연에 초대받고, 유명인사가 되어있을 거라는 상상.


이건 착각과 망상이랑은 별개의 문제다. 왜냐. 실제로 그렇게 유명해지는 사람이 있고 그들은 그걸 증명했으니까. 그 사람이 작가가 될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성공했고 돈이 많고, 독자가 그 순간 공감했고, 기분이 좋아졌고, 자연스레 ‘아,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서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한 문장을 써도 그게 설령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쓰여졌다한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공감했다면 그건 잘 쓴 글이 된다. 의미 있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작가가 될 자격이 있는‘ 그런 세상이다. 아무쪼록 글쓰기가 키보드, 모니터만 있으면 할 수 있고, 작은 의지만 있어도 행할 수 있는 것이기에 모두가 달려든다. 초기 비용부담도 없다.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작은 믿음이 주는 선순환.

현대판 극렬한 자본주의에서 ’글쓰기‘라는 이만한 가성비는 사실 찾기 힘들다. 그건 극명한 사실이다.


이 가성비에서도 근데 다수가 방황하고 고민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소재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남들이 불편함을 넘어 감추고 싶은 소재에 대해 자극적으로 써오면서 비판은 (어쩔수없이) 무한 수렴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보자. 그중에서는

“글이 예전 같지 않아요”

“글이 요즘은 뜸한 것 같아요”

“이 부분은 공감 못하겠던데”


등의 말을 들을 때 처음엔 의기소침해져서 어떤 더 좋은 영감, 남들이 혹할 소재를 찾아야 할지 하루밤낮 고민했다. 그리고 더 더 나은 표현과 어려운 단어를 찾고, 소재가 없으면 그 소재가 생각날 경험을 늘리려 전혀 가보지 않은 곳에도 가보고, 영감을 찾아보려 모르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하고. 허튼짓을 했다.

무언가 늘 더 나아져야 하고, 더 발전해야 하고, 모두가 이 글을 보고 충만함을 느끼게끔 노력해야 된다 애썼다. 당시 그럴수록 부담은 두 배 세배가 돼 글을 쓰는 횟수는 더 줄어들고 독자들은 떠났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의 해석은 분분하다. 누군가는 어려운 시절이 있어야만 초인적인 글이 나온다한다. 가난하고 배고플 시절 그런 헝그리정신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소재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반대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태여야만 글이 더 잘 나온 다한다. 엄연히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회사를 때려치우고 글쓰기에 몰입한다면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더 불안하고, 방안에만 처박혀 대인관계가 줄어들어 글이 안 써진다는 논리다. 당장의 돈벌이도 끊기기 때문에 다른 곳에 또 신경이 가 글을 쓰는 시간 자체를 할애할 수 없다는 건 불편한 사실이기도 하다.


이젠 정답을 안다. 그럴 땐 그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이 단순히 받아들이면 된다. 바로


써야겠다! 는 순간이 올 때 그냥 쓰는 것


한없이 사소하다. 방안에 굴러다니는 양말 한 짝, 새벽 출근길 상쾌한 공기, 금요일밤의 희열, 노을이 선명할 때쯤 잠시 올려다본 하늘,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이는 한강. 아무렇지 않게 내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무언가에 본인이 시간을 쓸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아주 잠깐이라도 본인이 잠식당할 때. 그런데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 어떤 감정 없이 지나칠 때. 그때 꾸밈없이 쓰면 된다. 그러면 글쓰기는 그 어떤 과거의 습작보다 품격 있는 예술이 된다.


시간이 없다? 바빠졌다? 육아나 취업 개인사로 인해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다 핑계다. 실제로 육아를 하면서 물리적인 시간이 앞으로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땐 짧은 시간에 압축적인 글을 쓰면 된다. 그 순간을 놓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메모장에 주요 단어를 적어 기억해 둔다거나 하겠지 또. 오히려 새로운 경험이 본인의 압축적인 글을 더 다채롭게 하며 시간을 줄인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본인의 것을 충실히 해내며 힘을 빼고 있을 때 의도치 않게 오는 행운. 그 행운은 영감이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그게 소재를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값지다.


그게 만약 없다면, 아직 오지 않았다면 안 쓰면 된다. 그럼 모든 근심과 걱정은 사라진다. 글 며칠 안 쓴다고 아무도 뭐라 안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