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버겁거나 무겁거나

가벼워지는 법

by 홍그리

무언가를 급히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내게는 그게 글을 써야 하거나, 자산 관련 공부를 하거나, 집안일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의 육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근데 당장 머릿속이 정돈이 안될 때, 생각나는 것이 없을 때. 두 가지를 하는데 그걸 하고 나면 심적으로 편안해지고, 그날 해야 할 것을 다 처리한 듯한 가볍고 깔끔한 기분이 든다.


먼저 방청소다. 널브러진 책,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두 개나 있는 모니터, 핸드폰 충전기, 각종 서류들, 무늬만 약간씩 다른 셔츠, 그리고 키보드며 마우스며, 수첩이며 향수며 시계며, 약이며. 모든 게 널브러져 있다.

이 상황에선 사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데도 심적으로 불편하다. 딱 밀도 있게 한 시간 정도 투자를 해 깔끔하게 내 눈앞에서 다 쓰레기통으로 버린다. 단 며칠이라도 쓰지 않은 건 다 버린다. 단, 값이 좀 나가는 건 찍어 바로 당근에 올린다. 안 팔린다 걱정을 할지라도 일단 내가 팔고 싶은 가격대로 올려서 조금 흥정을 해주면 그만이다.

진짜 별거 아닌 거라도 당근을 하고 나서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면 왠지 모를 충족감이 온다. 그리고 깔끔해진 방 안에서 무언가 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돼 기분이 좋다. 효율의 끝판왕은 청소다. 보통 4월 5일 식목일 기준으로 겨울옷과 여름옷을 바꾸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니, 한번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잠시 할 일을 멈추고 옷도 바꿔보면서 리프레쉬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지갑도 겨울용 지갑에서 여름용으로 단출하게 바꾼다.

무엇보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왜 이 물건은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스스로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내 주변이 더 단순해진다. 이건 마치 겨울에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차를 타거나,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을 때의 그런 갑갑함에서 한여름 반팔티 한 장만 걸치고 이동하는 가벼움 같달까. 내 방을 청소한다는 건 단순 더러워진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걸 넘는다. 밖에서 겉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짊어지고 집에 들어와 그 허물을 벗고 중요한 본질을 챙기는 그런 행위다.


두 번째는 다이어리를 쓴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키보드로 무언가를 씀으로써 어떤 플랫폼에 올린다거나, 책집필을 한다거나 그런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펜을 들고 무언가를 종이에 쓰는 것 자체가 가장 본질적인 '쓰기'의 행위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둔다거나, 컴퓨터에 글을 쓴다는 건 사실 내가 해야 할 것을 잊지 않고 남겨두기 위한 것에 가깝고, 직접 펜으로 쓸 때 미래에 대한 구상이나, 영감이나, 어떤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상념들이 더 잘 떠오르는 법이다. 그래서 항상 포켓형 작은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편이다. 결국 여기서 출발한 것이 컴퓨터에 뻗어가는 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그 갈림길에서 매번 의사결정은 복잡해지고 난해해진다. 본인이 꼭 취해야 할 정보를 가려낸다는 것은 결국 사고의 유연함과 본인 삶의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 역할이 ‘펜을 들고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것’이 시작이라 본다. 내가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꺼내는 작업인 데다, 손에 내가 힘을 줘가면서 줄을 맞춰 남기는거니 키보드로 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집중되고 가치가 있다.


정작 이 두 개가 끝나고 나서야 내가 진짜 오늘 해야 할 일이 수월하게 마무리된다. 이게 돈이 많아 인생을 성공했다고 떠드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웰빙'이 아닐까. 그냥 ‘잘 있는 것’. 내 공간을 정돈하고 다이어리를 쓰고 무언가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


밖에서 아무리 열심히 날고 기어봤자 결국 이 것만 하루 중 남는다는 생각을 한다. 내 마음만 그럴까? 쓸데없는 걸 안사고, 필요없는 걸 버리니 돈도 남는다.

내 생각이 틀린지 맞는지는 모른다. 근데 그냥 나는 그렇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