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충전도 예배준비다

예배에 대한 묵상

by PlateNine

2025.03.27(목) 낙성대 트라이그라운드


화요일. 몸담은 사역팀의 3월 정기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예배장소에서 도착하여 자리를 세팅하고 기타를 튜닝하고 아이패드를 열었다.

화면 오른쪽 상단의 표시된 새빨간 배터리 잔량 5%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지만 충전기는 있었고 찬양시작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low battery mode(저전력모드)를 누르고 개인 메신저에 올려둔 악보를 내려받았다.


짧은 연습과 예배를 위한 기도를 드린 후에 15%까지 충전된 패드를 거치하고 첫 찬양을 시작했다. 화면을 건드리지 않은 약 5초의 시간 후에 화면이 어두워졌다. 양손이 기타를 잡고 있어 악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당황했다. 내가 누른 low battery mode 때문일까? 찬양을 부르는 중에 손짓으로 동생을 다급하게 불렀다. 동생이 아이패드를 들고 갔고 나는 그제야 기타를 내려놓고 마이크 들고 찬양했다. 두 번째 곡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팀원의 아이패드를 전달받아 이 아찔한 소동은 종료가 되었다.


예배가 모두 끝나고 동생과 돌아가면서 이 작은 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그녀가 맞다. 다급할 이유, 우왕좌왕할 이유가 없었다.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확히는 일어나 버린 일이다. 아이패드는 당연히 충분한 배터리 잔량을 가질 거라 생각했고 평소 교회서는 콘티를 출력하여 사용했던 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항이었다.


어두워진 아이패드 화면 앞에 내 두 손은 기타에 결박되어 있었다. 건반과 베이스와 드럼이 함께하는 이 예배에 내 손은 이 기타를 놓을 줄 몰랐다. 놓는 법을 망각했다. 기타까지 해야 한다는 나의 예배 방식에 사로잡힌 순간이었다. 예배의 우선순위를 잃어버린 것이다.


리더가 당황하면 회중이 불안해진다. 불안한 마음은 찬양의 집중을 흐린다. 리더 개인의 문제가 예배의 방해로 확산되는 것이다. 욕심이 욕심인줄도 모를 만큼 나의 속마음은 예배 형식과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더 좋은 예배, 더 풍성한 예배를 갈망함 이전에 나는 하나님과 회중을 섬기는 자임을 기억해야 했다.


기타를 중간에 내려놓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외우지 못하는 절에서는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아도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렴에 힘차게 나아가면 된다. 예배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 우리는 시작 전에 기도로 나아갔고 반드시 그 기도응답을 믿고 의지해야 한다. 예배로 부르신 하나님은 우리 마음의 중심을 받아주신다.




고등부시절 나의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난다. 당시 우리 고등부는 수능 100일 전 고등학교 3학년으로 이루어진 찬양팀이 해당 주일의 찬양을 준비한다. 그때에도 인도자였던 나는 신나는 찬양의 브레이크 부분을 세션들과 함께 수차례 연습하여 준비했다. 찬양을 시작하고 준비했던 브레이크가 나오는 순간, 드럼 멤버는 해당 부분을 망각하고 그대로 진행했다. 정말 부끄럽게도 나는 그 순간 탄식을 뱉었고 고개를 돌려 원망과 분노가 가득한 눈초리를 쏘았다. 정말 미친 짓이었다. 드럼 친구는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회중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특별한 찬양을 드리기 위해 공을 들인 이 곡이 단지 나의 연주회였음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그 행동에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예배의 올바른 태도와 대응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그렇게 충분히 깨달은 줄로 알았지만 십여 년이 지나 이렇게 또 넘어지고 만다. 예배는 절대적으로 하나님을 의지 할 수밖에 없다.



예배의 준비는 무조건 철저해야 한다. 아이패드는 충전되어있어야 했고 미리 악보를 받아놓았어야 했다. 필요하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하고 나의 통제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여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예배가 시작되면 그 시간은 온전히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친히 이 자리로 부르심을 기억한다. 영과 진리의 예배가 무엇인지 조금은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성령을 의지하며 진리 되신 예수님이 하신 일을 기억하며 강하고 담대함으로, 무엇보다 자유함으로 나아가는 예배.


아이패드의 잔량은 예배를 향한 나의 태도다.

준비는 백 퍼센트.

주님께 맡겨드림도 백 퍼센트.

예배로 초대하신 하나님께 나의 최선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리고 자유함으로 그를 의지할 것을 기억하겠다.



작가의 이전글좁은 문으로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