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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파 감독들 중 결말이 구린 작품의 대가를 꼽자면 홍상수, 임상수, 김기덕 세 명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세 감독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하나같이 뒤가 구리며,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놀랍게도 실제로 홍상수 감독은 본인 인생 자체가 구리게 되었지만...) 그중에서 홍상수 감독이 개인 간 발생하는 인간의 딜레마를 고집하는 것에 비해, 김기덕 감독은 개인과 사회, 혹은 사회와 사회라는 좀 더 큰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영화의 재료로 고집하는 성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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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이라는 영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현실, 그리고 왜곡된 '사상들'속에 갇혀 실향(失鄕)하는 과정을 북한의 어부인 남철우(류승범)를 통해 표현해내었다. 그는 그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을 뿐이지만, 이 개인의 지극히 평범한 삶에 대한 열망과는 반대로, '사상의 무분별한 남용'은 그를 점점 파국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남으로도, 북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그는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 마냥 점차 힘을 잃은 채 파닥거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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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류승범은 투박하고 억척스러운 북측 어부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고, 이것은 베를린에서의 냉철한 북측 요원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모터 고장으로 남측에 떠내려 왔다가 결국 가족이 있는 북에 돌아왔지만,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내와의 잠자리마저 거부하는 모습은, 머물러 있을 곳을 잃어 혼란스러운 실향(失鄕)의 마음을 잘 표현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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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관계자와 남철우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던, 오진우(이원근)는 시종일관 눈엣가시였다. 몰입하려는 찰나, 어색한 연기 때문에 매번 흐름을 깨 놓기가 일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본상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대사가 그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로 했다. 더군다나, 연기와는 별개로 극 중에서 그의 존재는 주인공인 남철우(류승범)의 인간미와 억척스러움을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나름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차갑고 냉정한 느낌의 여배우를 이 역할에 배정하였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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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영화답게, 현 세태에 대해 한방 먹이는 일도 잊지 않았다. 바로 조사관 역으로 등장한 김영민의 행동이다. 그는 남철우(류승범)를 간첩이기 때문에 취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서 취조한다. 간첩으로 만드는데 실패하자,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은, 겉으로는 애국보수(愛國保守)를 제창하지만, 속으로는 개인의 당위성이나 이익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일부 정치세력에 그야말로 크게 한방 먹인 것과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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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마무리는 역시 구렸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구렸다. 남철우는 경계병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러 나가다 사살되었고, 주인을 잃은 그의 조그만 배는 남측 경계선을 넘어 가나 싶더니, 이내 스스로 다시 북측으로 선회(旋回)한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고, 자유를 누리고 싶어도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그들은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북한의 그러한 실태가, 억압이 참으로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느꼈을 테지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분단 이후, 자유주의가 정착된 우리들 역시 어느새 자유(自由)라는 거대한 그물 속에 걸려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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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래 남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았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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