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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숙자 May 14. 2017

최고의 재료들로 만든, 최악의 맛. '인천상륙작전'

https://www.instagram.com/sukja07/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 2016)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를 접한 것은, 얼마 전 터키로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봉 당시 극장 가서 직관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싶다. 영화 제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인천 상륙작전은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남한군이 후퇴한 상황에서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한 작전, 그중에서도 'X-ray 작전'이라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큰 틀에서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매우 훌륭한 영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의도가 훌륭한 영화다. 6.25 전쟁이라는 역사는 우리에게 민감한 주제일뿐더러, 민족의 애련함이 그대로 묻어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것에 기초한 역사적 고증과 리마인더는 우리에게 민족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리마인더란, 6.25 전쟁을 주제로 제작된 다양한 영화들로 하여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6.25 전쟁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고, 잊지 않게끔 하는 역할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테일한 주제는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포화 속으로, 웰컴투동막골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개봉 전부터 화두가 되었지만, 인천상륙작전의 캐스팅은 관객들이 리암 니슨, 이정재, 이범수, 그리고 조연으로도 박철민, 정준호, 박성웅, 김병옥 등, 최고의 재료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는 관객들이 6.25 전쟁이라는 주제에서 느낄 수 있는 민족적 카타르시스 외에 각 배우들이 뿜어내는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자체의 스케일이 거대한만큼, 언론에서 연일 때려대는 기사들도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냈을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기대들이 무너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고의 재료들이라고 생각했었던 캐스팅은 오히려 독이 되어 관객들에게 '민족적 카타르시스' 대신 '억지스러운 감동'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예고편에서 카리스마로 가득했던 리암 니슨의 모습은 극초반 등장 씬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고, 특히 이정재와 이범수는 기존에 맡았던 배역들과 이미지가 너무 겹쳐져 최고의 연기를 펼쳤음에도 신선함은 실종됐다. 배우들이 흔히, 연기 생활을 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만큼 그 배우의 이미지는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할 때 중요한 척도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영화의 스케일과, 캐스팅, 민족정서가 잘 뒤섞였다면, 흔히 말하는 천만 관객은 훌쩍 넘겼어야 했다. 그러나 칠백만 관객에 그친 것은 웰메이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물론, 칠백만 관객도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이보다 훨씬 저예산과 주연배우 1인이 이끌어가는 캐스팅으로도 천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너무도 많은 요소의 혼재다. 흔히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 메인 메뉴 이외에 서브메뉴를 너무 많이 먹으면, 메인 메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이재한 감독이 주문한 서브메뉴의 수는 무려 네 가지나 된다. 구국(救國), 효(孝), 이념(理念), 사랑(愛)이 바로 그것이다. 실예로 태극기휘날리며는 형제애(兄弟愛), 고지전과 포화속으로는 구국(救國), 웰컴투동막골은 골계미(滑稽美)를 각각 서브메뉴로 삼았다. 때문에 관객들은 민족적 카타르시스라는 메인디쉬를 먹으며, 서브메뉴로 하나 정도만 맛보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인천상륙작전은 서브메뉴가 너무 많아 응당 느껴야 할 메인디쉬의 맛 자체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SNS의 발달로 저예산 웰메이드 소규모 영화 시장이 일반인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노출됨에 따라, 단순히 대자본의 유입만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호평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을 인천상륙작전이 스스로 증명했고, 이것은 향후 한국의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당면한 숙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공헌한 17인의 해군, '켈로부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상륙작전 개시ㅤ


Simialr movie

#태극기휘날리며(2003)

#웰컴투동막골(2005)

#포화속으로(2010)

#고지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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