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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세차게도 오던 새벽, 이 영화를 봤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는 작은 섬마을 사춘기 소년, 소녀와 바다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철학을 바다라는 매개체에 담아낸 영화다. 제목과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원초적이고 상징적이다. 시작과 함께 목에서 붉은 피가 흐르는 염소를 보여주는 것은,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까지, 내내 영화를 둘러싸고 있던 바다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담담했으며, 가슴 아팠다. 소년의 바다는 무겁다. 그 속을 알 수 없으며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며 휘몰아치는 모습이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가 만나던 남자의 죽음을 바다에서 목격한 이후, 마음을 잡아 두지 못하는 소년의 그것과 꼭 닮았다. 때문에 소년은 바다를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한다. 소녀의 바다는 잔잔하고 투명하다. 서퍼 출신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그녀는 바다에 뛰어들어 노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녀는 끊임없이 소년의 바다를 품어주려 하지만, 소년은 그런 그녀를 밀어낸다.
영화의 마지막에, 함께 손잡고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은 결국 소년이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바다'를 자연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장면을 위해서 보리수나무 아래서 평화롭게 임종을 맞이하는 소녀 어머니의 모습을 같이 보거나, 피 흘려 죽어가는 염소의 눈을 응시하며 죽음을 배워가는 모습을 기획한 나오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새삼 놀랍다. 더불어 일본의 토템적인 부분을 영화 속에 다수 포진시킨 것도, 극 중 인물들 뿐만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로운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는 훌륭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사춘기 소년, 소녀의 성장물이라기 보단,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철학이 담긴 탓인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다.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탓에 정작, 본인의 마지막 순간은 어떨까, 혹은 타인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내줘야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 보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왜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하는 걸까?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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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2012)
#님아그강을건너지마시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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