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례와 사례들로 알아보는 생성 AI 시대의 저작권
앞서 언급한 다양한 생성 AI 기술과 서비스, 디자인 사례를 통해서 생성 AI 기술이 우리의 창작 활동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많은 디자인 결과물들이 생성 AI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생성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창작의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저작권'이다.
생성 AI 기술이 대중화된 것은 2022년 정도이기 때문에 생성 AI가 만든 작품의 원작자를 누구로 정의하고 그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 법적으로 정립이 되지 못하였다. 생성 AI를 통해서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법적인 가이드라인은 점점 구체화되겠지만 현재적으로 드러난 몇 가지 중요한 사례들과 이슈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미국 저작권청에서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현재적으로 어떻게 저작권에 대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원숭이가 찍은 셀카 사진이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 이유
생성 AI의 저작권에 대해서 이해할 때 의미 있는 판례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2011년에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섬을 방문하던 도중, 검정 짧은 꼬리원숭이 '나루토'에게 자신의 카메라를 뺏겼다. 나루토는 그 카메라로 수많은 셀카를 촬영했으며, 그중 일부는 고도의 예술성을 띠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사진으로 작가는 많은 경제적 이득과 명예를 얻었지만 사진을 직접 촬영한 원숭이 나루토는 이로 인한 이득이 전혀 없었다는 동물단체 PETA의 지적이 있었다. PETA는 이 사진들로 얻은 이익을 나루토를 위해 사용하게 하기 위해 PETA를 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은 동물이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슬레이터는 재판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PETA의 항소에 따라 슬레이터는 결국 수익의 25%를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합의를 통해 소송을 종료했다. 이는 창작물을 직접 제작한 것이 사람이 아니라면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 중요한 판례가 되었다.
미국의 AI 창작물과 저작권 사례
미국의 작가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를 활용하여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이미지로 만들어 만화책 '새벽의 자리야'를 제작하여 출판했다. 그녀는 이 작품을 미국의 저작권청(USCO)에 등록했다. 그러나 저작권청은 이후 이 작품이 생성 AI로 제작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취소하였다.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주체적 의지'(master mind)를 지니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사용자가 산출물의 구체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기존의 다른 도구들과 생성 AI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에서 미국저작권청은 '소재의 선택과 배열을 결정한 사람'만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 카쉬타노바가 직접 작업한 해당 만화의 시나리오와 본문 텍스트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카쉬타노바는 이 결정에 대해 이미지도 작가의 창의력이 포함된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계속 법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스테판 탈러는 AI 기술을 활용해서 ‘창의성 기계’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보인만의 예술 작품을 창작했다. 그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천국으로 가는 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탈러는 이 AI가 독자적으로 예술 작품을 창작했다고 주장했고, 2019년에 AI를 저작권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저작권청은 위의 새벽의 자리야와 사례와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창의적 표현이 저작물의 핵심이라며 A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저작권법은 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한 저작권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지만, 법원은 이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스테판 탈러 박사는 이전에도 AI를 발명자나 저작권자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18년에는 ‘다부스(DABUS)’라는 AI로 제작한 ‘인명 구조용 램프’와 ‘프랙털 음료 용기’를 미국과 유럽의 특허청에 특허 출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AI는 특허 출원인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 특허청 모두에게 거절을 당했다. 의미 있는 사례는 스테판 탈러 박사의 AI가 호주에서는 특허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호주 연방 법원에서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조나단 비치 판사는 호주 법에서는 특허 출원인이 반드시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며 AI를 출원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의 AI 창작물과 저작권 사례
국내에서 생성 AI를 통한 창작물의 저작권 사례에 대해서 음악 생성 AI 이봄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AI를 활용한 음악 생성 기술은 이미 전 세계 콘텐츠 플랫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개되고 있다. 구글은 2023년 5월 '뮤직LM'이라는 음악 생성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뮤직LM을 통해 사용자는 28만 시간 이상의 오디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곡의 분위기, 악기 선택, 템포, 박자 등을 정해서 자신 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메타 역시 2023년 6월 텍스트 지시에 따라 음악을 생성하는 '뮤직젠' AI를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최대 12초 길이의 음악을 제작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개발한 작곡 AI '이봄'은 다양한 음악 이론을 학습하여 의미 있는 멜로디를 창작할 수 있다. 사용자는 두 번의 클릭만으로 빠르게 음악을 생성할 수 있는데, 실제 이봄은 지난 6년 동안 30만 곡을 생성하였고, 그중 3만 곡이 판매되어 총 6억 원의 저작권료 수익을 얻게 되었다. 홍진영 가수의 '사랑은 24시간' 같은 히트곡의 작곡자로도 등록되었다. 그러나 2023년 7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이봄'이 작곡한 6곡에 대한 저작료 지급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AI가 창작한 곡을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 저작권법 때문이었다.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법적인 이슈 이전에 소비자들에게도 아직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네이버 웹툰의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작가가 일부 작화에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일었다. 독자들은 별점을 통해 작품에 대한 반발의 의사를 표현하며 AI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제작사는 AI를 후보정 과정에서만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독자들은 작품의 품질 문제와 작가들의 교육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웹소설이 AI로 표지 디자인을 제작한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일러스트 작가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일러스트 분야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 네이버 웹툰의 아마추어 플랫폼에서는 자신들이 창작한 결과물들이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되었다고 주장하며 'AI 웹툰 보이콧 운동'이 시작되었다. 네이버 웹툰은 이에 대해 자사 AI 학습에 도전만화나 베스트도전, 공모전 출품작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에서 발표한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포함된 저작물’ 가이드라인
최근, 미국 저작권청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에 대한 저작물 등록 지침을 공개했다. AI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지만, 사람이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창작한 작품은 저작권 등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침에서 명시했다. 저작물을 등록할 때 AI에 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며, 이미 등록된 저작물이나 심사 중인 저작물은 보정서를 통해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방법도 제공될 예정이다. 아래는 해단 지침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자료이다.
저작권의 요건: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 활동에만 인정된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나 임의로 작동하는 기계에 의한 작품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계가 창작한 작품에 사람의 개입, 예를 들면 선택과 배열 등이 있을 경우, 그 작품은 한정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요건의 적용:
사람은 전통적인 저작물의 핵심 요소(문학, 예술, 음악 등의 표현, 또는 선택과 배열 등)에 대한 주체로서 그 작품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등록신청 지침: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이 포함된 경우, 신청자는 해당 내용을 포함하여 저작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만약 인공지능에 의한 생성물이 누락되었다면, 해당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저작권을 등록한 후에 인공지능 생성물의 누락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해당 저작권 등록은 취소될 수 있다.
신청자가 저작권 등록을 위해 인공지능 생성물의 포함 여부 등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결과 저작권이 등록된 경우, 그 등록 역시 취소될 수 있다.
생성 AI가 만드는 디자인 결과물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자들은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인 이슈와 가이드라인을 잘 파악해서 저작권에 대한 보호와 피해의 문제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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